나누고 싶은 이야기

늙어서 아빠 되기

멋진 인생과 더불어 2009. 7. 30. 06:51

둘째에게 운전을 가르치며 많이 가까워졌다. 처음에는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 듯하였다. 운전대에 앉아 벌벌 떨고 있는 아이에게 칭찬을 해주고, 자신감을 심어주니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스스로 대견하다는 생각이 드는지 가끔 웃기도 하고 말을 건네 온다. 먹을 수 있는 여유가 생긴 걸 과시라도 하듯 신호를 기다리며 운전석 옆에 놓인 과자박스에 손을 대기도 한다.

아이에게 운전을 맡기고 조수석에 앉으면 차가 와서 부딛칠 것도 같고 인도로 올라갈 것도 같다. 태연한 척 앉아 있으려니 오금이 저려온다. 아이가 자신감을 잃을 까봐 불안한 기색을 보일 수도 없다.

위험을 모면하며 자신감을 찾아가는 아이를 보면 은근한 기쁨이 있다. 위기에 부딫혔을 때 해결하는 법을 배우고 슬픔과 기쁨을 함께 나눌 때 신뢰가 쌓이나 보다. 막내가 스무 살이 되어서야 깨닫고 누리니 늦어도 어지간히 늦게야 철이든 아빠이다.


캐나다로 이민와서 사는 부모들은 대부분 돈 벌기에, 먹고 살기에 바쁘다. 자녀에게 신경을 쓴다고는 하나 부족할 때도 많다. 영어를 주로 쓰다보니 우리말을 쉽게 잊어버린다. 부모와 자식 간에 의사소통이 점점 어려워져 간다. 외로움을 이기지 못하여 나쁜 친구들을 사귀고 마약이나 알콜중독에 빠지는 자녀도 있다.

부모님은 사업가로 또는 훌륭한 인격체로 인정을 받는 데 자녀는 부모를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소위 성공했다는 사람들 중 많은 수가 자녀 교육만큼은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고 하소연이다.

과잉보호나 과잉기대로 어긋지는 자녀를 보기도 한다. 큰 아이는 가장 듣기 싫은 말이 공부하라는 말이었다고 한다. 자라나면서 나 역시 그 말을 가장 듣기 싫어했는데 입장이 바뀌었다. 늘 공부하라고 다그치기만 하는 아빠는 아니었지만 분위기로, 표정으로, 행동으로 하지 않았다고 장담할 수 없다. 자녀의 입에서 나오는 이야기는 언제나 정확하다.  


마이클 잭슨의 아버지는 자식들의 재능을 미리부터 알아보았다. 잭슨 파이브라는 그룹을 만들고 훈련을 시켜 성공가도에 달리게 하였다. 음악적으로 완벽하기를 원했던 아버지는 아이들에게 매질을 해가며 연습을 시켰다.

잭슨 파이브 중에서도 마이클 잭슨의 재능이 가장 뛰어났다. 힘들게 연습했던 기억은 어린 마이클 잭슨에게 큰 상처로 남았다. 어른이 되어서까지 상처는 극복되지 못하였고 평생을 따라다녔다.

자녀가 어떤 일에 관심이 있어 하는지 발견하도록 도와주고 작은 목표를 이뤄 가는 기쁨을 맛보도록 이끌어주면 좋을 터이다. 조건을 붙이지 않고 한결같이 사랑한다는 걸 보여주어야 하리라.

부모가 되는 것 또한 연습이 필요한 데 연습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으니 그게 문제이다. 아버지 역할에 대해 조금씩 깨우쳐가는 듯한데 벌써 끝낼 때가 되어 간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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