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시

족 쇄

멋진 인생과 더불어 2008. 4. 29. 05:12
 

족 쇄

이택희

사람마다 말하는 습관도 다르다. 어떤 사람은 과거를 주로 말한다. 본인이 겪었던 체험을 반복하여 늘어놓는다. 군대시절 겪었던 경험을 듣기 싫도록 듣게 되는 것도 그 예이리라.

어떤 사람은 다른 사람 이야기를 밥 먹듯 한다. 좋은 이야기보다는 남을 헐뜯거나 흉보는 이야기가 더 많다. 힘들다 어렵다며 불평을 늘어놓기에 바쁘다. 

 반대로 다른 사람을 칭찬하고 좋은 점만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다. 칭찬하고 격려하기를 좋아한다. 과거 이야기보다는 미래의 희망을 주로 이야기 한다. 본인의 경제적 사정이나 처한 환경이 녹녹치 않음에도 늘 미래를 향한 꿈을 말한다. 이런 사람과의 대화는 배움이 있고 삶에 대한 용기를 가지게 한다.

개인적으로 부정적인 말을 하거나 남을 비방하기를 즐기는 사람과의 사귐을 썩 좋아하진 않는다. 낙천적이고 긍정적이며 희망을 이야기하는 사람들과의 사귐을 좋아한다.

성공한 사람들의 특징을 보면 다른 사람 잘 된 것을 보고 기뻐하고 함께 즐거워하는 사람이다. 그가 정말 열심히 노력하더니 기어이 그 결실을 이루었다고 감탄한다. 이런 사람은 노력의 결실이 반드시 있다는 걸 믿는다. 하지만 다른 사람 잘 된 것을 보며 그는 운이 참으로 좋은 사람이라고만 말을 한다면 어쩌면 그는 자신의 삶도 운이나 운명에 맡기는 사람일지 모른다.

개개인의 삶을 가만히 분석해보면 대개는 자신이 말하는 대로 된다. 그래서 말이 씨가 된다고 하지 않던가. 돌아가는 인생길을 노래한 사람은 일찍 죽음을 맞았고 쨍하고 볕들 날 돌아온다고 노래한 가수는 실제로 쨍하고 볕이 들었다. 고로 나는 말한 대로 된다는 사실을 믿는 편이다.

대화를 잘 하는 사람은 상대방의 이야기를 잘 들어준다고 한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나 역시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을 더 좋아했던 것 같다. 자기주장이 너무 강하여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 않는다거나 다른 사람에게 말할 기회를 주지 않는 사람과의 대화는 어쩐지 꺼림직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을 많이 하는 편에 속한다. 사람들과의 대화를 즐기다보니 자연스럽게 말을 많이 하게 된다. 마음이 너무 앞서나가 미래에 되어 질 일을 너무 미리 선언하여 곤란을 겪기도 한다.

말은 선언적인 의미가 있고, 스스로 최면을 거는 일이라 믿기 때문에 때로는 의도적으로 그렇게 하기도 한다. 말을 하고 나면 한 말에 책임을 져야하기 때문에 더 열심히 노력하리라는 계산이 깔려있다. 이러한 태도는 자칫 사람들에게 오해를 살 수 있고 말한 대로 이루지 못할 경우 주위의 웃음거리가 되기 십상이다. 하지만 위험을 감수하고도 꿈이나 목표를 선언하는 편이다.

이러한 선언은 엄청나게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되는 멍에 또는 굴레가 되기도 하지만 감수할 만하다.  이런 이유로 혹 허풍쟁이가 되지는 않을까 염려가 없지는 않다. 우화속의 양치기 소년이 될 수는 없지 않은가.

남아일언중천금이라 했거늘 말을 너무 쉽게 하여 진중한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듣기는 틀려버렸다. 그렇다고 평생을 그렇게 살아왔는데 지금 와서 바꾸고자 한들 쉽게 바뀌겠는가. 내가 한 말 때문에 발목이 잡히더라도 어쩌겠는가. 그렇게 살도록 부단히 노력할 터이니 그것 하나는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