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시

창조적인 일

멋진 인생과 더불어 2009. 6. 16. 10:40

죽음을 앞둔 유명 인사들에게 다시 인생을 살 수 있다면 어떤 삶을 살겠느냐는 물음에 죽어서도 남을 수 있는 무엇인가를 남기는 일에 시간을 쓰겠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죽어서도 남을 수 있는 일 중에 하나가 감동을 줄 수 있는 무엇인가를 만드는 일이 아닐까.

조은아 화백의 유니온 빌 전시회에 갔다. 바람을 쏘이러 가고 싶을 때 이삼십 분 거리의 유니온 빌을 즐겨 찾는다. 여유 있는 모습으로 거리를 오가는 사람을 보는 것이 좋고 길 양옆으로 즐비한 예쁜 가게를 드나드는 것도 재미있다. 가까운 거리에 유니온 빌과 같이 오랜 역사를 가졌고 구경거리도 있는 곳이 있다는 게 감사한 일이다. 

완연한 봄이 찾아온 지금 유니온 빌(Unionville)의 모습이 어떨지 궁금했다. 꽃들이 만발해있고 거리엔 사람들로 넘쳐났다. 아이스크림이나 커피를 들고 어슬렁거리며 걷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여유를 느낄 수 있다. 사는 것이 이런 것 아니겠는가.

전시장은 가정집을 개조하여 만들었다. 벽에 붙은 그림의 색채감이 눈길을 끈다. 오랜 동안 기억 속에 간직하고 싶은 이미지들이다. 강열한 색채의 그림도 있고 여백을 통하여 여유를 표현한 작품도 있다. 인간의 육체를 사실적으로 표현한 작품에 눈길이 가기도 한다.

유니온 빌의 전시 장소에서 한국 예술가의 작품을 보는 건 기쁜 일이다. 한국인 뿐 아니라 캐나다 사람도 끊이지 않는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손을 잡고 그림을 감상하는 모습이 다정해 보인다. 아이들과 함께 전시장을 찾은 젊은 부부의 얼굴엔 그윽한 미소가 있다. 그림은 인종간의 장벽도 언어의 장벽도 허무나보다.

예술 작품을 대할 때마다 공감을 하고 빠져드는 건 작품에 들어간 예술가의 혼 때문일 것이다. 아름다운 그림들을 대하니 가지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그림 하나를 사려면 적지않은 값을 치루어야하니 구입하기가 만만치 않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그림 한 점 가져다 집 벽 어디엔가 걸어두고 싶다.   

어떤 창조든 예술적 가치를 가질 때 그 작품은 상품으로써의 가치를 지니는 것이리라.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고 했던가. 가능하면 창조적인 일에 시간을 더 할애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