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인생과 더불어 2009. 7. 6. 05:39

크로버에 대해서는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던 터라 마당에 날아든 씨앗이 싹을 틔울 무렵 은근히 좋아하였다. 잔디위에 자리를 잡은 후 자신의 영역을 키워가는 모양이 대견스러웠다.

하얀 꽃이 예쁘고 신기하여 다가가 보니 여기저기 무리를 지어 자라고 있다. 크로버가 번지기 시작하면 잔디를 교체해야 한다던 말이 생각났다. 

빠른 속도로 퍼져가는 무리를 보니 머지않아 잔디를 망치고 말겠다싶다. 물을 뿌린 뒤 뿌리를 찾았다. 서로 엮여 있어 제거하기가 만만치 않다. 연결된 부분을 해체한 후 하나하나 뽑아나갔다. 뽑히지 않으려고 피하는 듯도 하고 한번만 봐달라고 애걸하는 듯도 하다. 크로버가 희망의 상징이라며 좋아하더니 내집 잔디에 자란다고 무참히 뽑으려 들다니. 

좋아하다가도 조금만 해가 된다싶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 등을 돌리고 외면하는 자신을 본다. 식물도 생명을 가진 존재이련만 무참히 짓밟아 버리는 내가 아닌가.

식물은 그렇다 치고 사람에게 실망을 끼친 경우는 또 얼마나 많을지. 믿었던 사람에게조차 신의를 져버리고는 아무것도 아닌 양 뭉게 버리는 철면피이다.

며칠이 지난 후 마당에 나가 보았다. 이곳저곳 크로버 무리가 새로이 싹을 피워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