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시

딸에게 보내는 편지

멋진 인생과 더불어 2009. 9. 6. 02:30

사랑하는 딸 지혜에게

오늘 아침엔 일찍 일어나 등산을 하였다. 집에서 가까운 삼필봉을 오르며 고향의 흙냄새며 솔향기를 즐겼지. 귀여운 딱따구리(wooodpecker)와 예쁜 다람쥐가 귀향을 반겨주더구나.

산을 오르며 막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는 기쁨도 있었고 산 아래에로 호수를 내려다보는 즐거움도 누렸지. 딸이 다녀온 유럽의 아름다운 호수만큼 아닐지라도 나름 안온함이 느껴졌었어. 

산을 내려와 할아버지 할머니 막내 고모와 함께 아침 식사를 하며 그 동안 못 나누었던 이야기를 나누었단다. 큰 손녀 지혜가 공부하는 이야기, 유럽에서 머무르다 돌아와 아빠에게 해주었던 이야기를 전해드렸더니 무척이나 기뻐하시더구나.

고모는 조카 지혜가 삶에 대한 열정이 가득하며 대화를 나눌 때마다 마음이 통한다고 자랑했었어. 특히 지혜는 재능이 있고 열정적이고 끈기가 있는 전형적인 이 씨 집안의 딸이라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었지. 

이번엔 구 개월 만에 한국에 나왔는데 가까이에서 부모님의 얼굴을 뵈올 수 있는 기쁨이 크구나. 아빠는 할아버지로부터 근검절약하는 정신과 부지런함, 끝까지 참고 기다리는 끈기를 배웠고 할머니로부터는 겸손과 지혜로움, 사랑을 배웠는데 오십이 넘도록 건강하신 부모님을 뵈올 수 있다는 게 행운이요 축복이라 생각된다. 사랑하는 딸에도 아빠가 누리는 기쁨을 누리게 해주고 싶구나.

아빠는 요즈음 읽고 싶어도 읽지 못했던 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어 감사해. 한국에 있을 때면 일주일이면 두세 번 서점에 들러 몇 권이고 책을 사곤 했었는데 캐나다에서는 좀 뜸한 편이었지. 책값도 비쌀뿐더러 영어로 쓴 책들이니 읽기가 쉽지 않았어(노력하고 있긴 하지만^^, 영어로 된 책과 한국어로 된 책을 모두 읽을 수 있는 지혜가 늘 부럽지). 이번에 들어갈 때 좀 많이 사가지고 갈 예정이야.

조금 전에는 아빠가 좋아하는 장영희 교수의 글을 읽었다. 장교수의 글은 읽을 때마다 가슴 뭉클한 감동이 있어. 진지하면서도 열정적 자세로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살다가셨는데 가끔 그분은 천사가 아니었을까 생각하곤 한단다.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이라는 제목의 이 에세이집을 아빠의 분신, 사랑하는 딸 지혜에게 선물할 예정이야. 기대 하렴ㅋㅋ.

지혜야, 공부한다고 수고가 많았다.

애처로운 마음도 들었지만 자신과 처절한 싸움을 하는 딸이 자랑스러웠어. 힘든 일이건 쉬운 일이건 그저 주어지는 건 없는데 그 동안의 노력이 좋은 결과를 가져다주리라 믿는다. 최선을 다해 노력한 만큼 결과는 겸허히 하늘에 맡기자꾸나.

내일은 나이아가라 쪽으로 쇼핑을 간다고 들었다. 엄마와 동생 세 사람이 재미있는 시간 가지렴.

다시 한번 딸의 노고를 칭찬하고 격려한다. 앞으로 좋은 일이 많으리라 확신해. 또 소식 전하마.

2009년 9월 5일

아빠가.

(추신: 고모가 집에서 레슨을 하는 관계로 나갔다가 들어왔더니 할아버지께서 지혜에게서 전화가 왔었다고 전해주시더구나.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