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누고 싶은 이야기

한 눈 팔기 2

멋진 인생과 더불어 2009. 10. 30. 23:26

 지난 해 말 토론토로 떠났습니다. 떠나기 직전 눈앞에 보이는 은행나무는 가지만 앙상했습니다.

구 개월이 지난 지금 초록의 싱싱하던 은행잎이 노랗게 변해가고 있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여 늦은 가을 날 지나가는 사람에게 추억을 한 아름씩 선물하겠지요.

가지엔 노란 열매가 빼곡히 달려있습니다. 올망졸망 달려있는 열매가 포도  송이를 연상케 합니다. 겉으로 드러내기가 부끄러운 듯 안으로 품고 있습니다.

지나가던 한 아주머니가 나무를 흔들어 댑니다. 노란 은행알이 후두둑 떨어집니다. 나무를 흔들어대던 아주머니는 누가 볼 새라 황급히 봉지에 주워 담습니다. 나무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그렇게 자신을 내어줍니다.

은행나무는 지금껏 단 한 번도 한 눈을 판 적이 없습니다. 그 자리에 묵묵히 서서 잎을 피워내고 열매를 맺어 자신의 열매를 따도록 내버려 둡니다. 어디 은행나무뿐이겠습니까. 사과나무도 대추나무도 모과나무도 동일합니다.  

(2009년 9월 고향의 한 찻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