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시

힘내라 일본

멋진 인생과 더불어 2011. 7. 30. 16:40

 

힘내라 일본

이택희

   일본 미야기 현 센다이 시에서 지진과 해일을 겪는 모습을 보며 두 번 놀란다. 첫 번째는 어마어마한 지진과 해일의 규모이다. 십 미터 높이의 파도가 덮쳐오는 상황에서 벗어나려고 최고 속도로 달려보지만 속수무책이다. 시속 칠백 킬로미터 속도로 밀려오는 바닷물 앞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지경이다.

  일본국민의 성숙한 시민정신 또한 경이롭다 못해 섬뜩할 정도이다. 자신의 가족이 고통을 당하면서도 모두가 겪는 고통이니 나만 특별할 것이 없다는 생각을 한다. 먹을 것과 마실 것이 없이 지내는 상황에서도 줄을 서고 차례를 기다린다. 남의 물건을 훔친다든가 약탈하는 일은 찾아볼 수가 없다. 많은 나라, 많은 지역에서 천재지변이 일어나면 남의 물건을 훔치거나 약탈하는 모습을 보아왔기에 놀랍기만 하다.

  피해지역에 더 많은 전기를 보내기 위해 제한 송전을 하는 일이야 당연하다 치지만 이런 가운데 각 가정이 플러그를 뽑기에 바쁘다는 소식을 들으며 또 한 번 놀란다.

  일본이 강한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온 국민이 일치단결하는 그 정신. 상대를 배려하는 정신에서 일본의 발전과 하나 됨이 가능하지 않았나 싶다. 천재지변이란 어떨 수 없이 겪는 일이다. 만반의 준비를 한다고 하지만 많은 경우 인간의 준비를 무색게 만든다. 이런 상황에서 남을 원망하고 탓한다고 나아질 것이 없다.

  일본국민의 시민의식을 보면서 우리도 일치단결하여 고통을 이겨낸 경험이 있음을 상기해 본다. 구십 년대 말 IMF 구제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우리는 강한 단결력을 보인 바 있다. 전 국민이 금 모으기에 동참하였다. 장롱 속에 소중히 감추어두었던 금붙이를 서슴없이 꺼내어 은행으로 달려갔다. 국내는 물론 재외 교포들도 적극 동참했다. 우리 자신도 놀랄 정도로 침착하게 대응하였고 이런 노력이 합해져서 이른 시일 안에 금융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사 년 전 일이었던가. 서해안에서 있었던 원유유출 사건 때에도 우리는 일치단결하여 피해를 본 주민을 도왔고 환경오염방지에 발 벗고 나섰다. 젊은이 늙은이가 따로 없었다. 모두가 한마음으로 태안반도로 달려가 비닐봉지를 들고 시커먼 원유를 긁어 담았다. 당시 친구가 전화를 해왔다. 대학에 다니는 아들이 원유를 거둬들이러 태안반도로 달려갔다는 소식이었다. 먼발치에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나의 아들과 딸들이 사건 현장으로 달려가 힘을 보탰다. 친구는 아들의 모습을 보면서 ‘대한민국은 희망이 있는 나라’라고 말한 바 있다.

  일본이 당하는 어려움을 보면서 지구촌이 하나가 되어 돕겠다고 나서고 있다. 대한민국이 먼저 나섰다. 온 국민이 이웃 나라에서 벌어지는 불행한 사태를 보고 위로의 마음을 모으고 있다. 일본군 강제위안부에 끌려가 피해를 당한 할머니까지 나서 ‘일본의 만행은 잊을 수 없지만, 지금은 신음하는 일본 국민을 돕는 게 우선’이라고 말하고 연예인들은 거액의 기부금을 내어놓고 있다. 국민은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이웃 나라의 아픔을 돕겠다고 나서고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일본인들의 시민정신을 배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 어떤 재앙이 닥치더라도 성숙한 시민정신으로 질서를 지키고 남을 배려하면서 능히 이기고 극복해 나가는 민족이 되었으면 좋겠다. 자주 듣곤 했던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표어가 표어에만 있는 이야기가 아님을 확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