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시

나무 한그루

멋진 인생과 더불어 2011. 8. 20. 18:42

  캐나다 토론토 시에서 집집마다 나무 한 그루씩 심어준다. 도시 경관을 좋게 만들기 위한 정책으로 오래전부터 시행된 것으로 보인다. 도시 전체가 마치 공원이라도 되는 듯 나무가 많은 것은 이런 노력 탓이다.

살고 있는 집은 새롭게 조성된 주거지역이다. 나지막한 언덕을 평지로 만들고 집을 지었다. 새 집들이 즐비하게 들어선 마을에 집집마다 나무를 한 그루씩 심기 시작했다. 집 앞에도 나무를 심었는데 이듬해 보니 다른 집의 나무엔 싹이 올라오는데 우리집 나무만 싹이 올라오지 않는다. 애타는 마음으로 지켜보았으나 결국은 싹이 트지 않았다.

답답한 마음에 나무 둥지를 긁어보니 바짝 말라있다. 물을 끌어올릴 기미마저 보이지 않는다. 윗쪽 잔가지들은 썩어간다. 건드리기만 해도 뚝 끊긴다. 답답한 마음에 시청에 전화를 했다. 나무가 죽었으니 교체해 줄 수 없겠냐고 물었다. 묵묵부답이다. 그럭저럭 이 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한국을 다녀오니 새로운 나무가 심겼다. 도착하기 하루 전 나무를 심었다는 것이다. 옆집 친구 폴을 만났더니 심겨진 나무 때문인지 싱글벙글이다. 옆집에 심긴 나무가 말라 비틀어져 죽어 있으니 자신도 안타까웠던 모양이다.

아버님꼐서 위독하시어 한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내게 좋은 선물이 아닐 수 없다. 어저면 새로운 시작을 예시해주는 징표인 걸까? 푸른 나뭇잎을 보니 얼어붙었던 마음이 조금은 녹는다. 나무에 물을 듬뿍 주었다.

그래 모든 생명은 언젠가 죽는다. 동물이든 식물이든 죽지 않고 영원히 사는 생물은 없다. 나 역시 언젠간 세상을 떠날 것이다. 그래도 위안이 되는 것은 새로운 생명이 탄생한다는 것. 언젠가 지구의 종말이 오겠지만 그날이 오기전까지는 새로운 생명들로 이어져야 한다. 나는 세상을 떠나더라도 새로운 생명들이 태어나 나의 자리를 메워주는 건 마음 든든한 일이다. 그래서 모든 생명들은 자신의 종족을 퍼트리기위해 그렇게도 애쓰고 노력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마당에 깔린 돌사이의 틈을 비집고 민들레가 피었다. 그 좁디좁은 공간에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워낸다. 꽃이 사그러져간 자리에 씨앗이 맺히고 날아가 새로운 뿌리를 내린다. 세상은 그렇게 이어지고 또 이어진다.

마지막은 언제나 새로운 시작과 맞닿아 있다. 한 생명이 사라져가면 새로운 생명이 탄생한다. 죽음이라는 절망 가운데에서도 시작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