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시

고맙습니다

멋진 인생과 더불어 2011. 8. 28. 11:43

  평소 고맙다는 말을 잘하는 편입니다. 알게 모르게 이웃의 도움을 받으며 살고 있으니 고맙다고 말하는 건 당연한 게지요. 
  일하러 가야 할 시간이었습니다. 은행에도 들러야겠기에 마음이 분주했습니다. 악셀레이터를 힘차게 밟는 순간 경찰차의 사이렌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뒤에서 붉고 푸른 등이 번쩍번쩍 빛나고 있었습니다. 속도를 죽여 도로 오른 쪽에 차를 붙이고 경찰관이 나타나기를 기다렸습니다.
  키가 크고 눈이 부리부리하게 생긴, 보기만 해도 위압감이 느껴지는 흑인 경관이 다가와 면허증과 차량등록증, 보험카드를 제시해 달라고 했습니다. 무엇을 잘못했는지 아느냐고 물었습니다. 과속 운전을 한 것 같다고 했더니 두 가지 위반을 더했다고 합니다.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습니다. 멈춤 사인에서 확실히 멈추지 않았고, 자동차세를 낸 딱지를 번호판 왼쪽에 부친 것도 위반이라 하였습니다.
  생각해보니 멈춤 사인에서 슬쩍 속도만 줄였다가 재출발하지 않았나 싶었습니다. 하지만 차량번호판에 스티커를 잘 못 붙였다는 사실은 금시초문이었습니다. 누구도 번호판 오른 쪽에 스티커를 붙여야 한다는 말을 해준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지요. 십 년이 넘도록 번호판 오른 쪽 왼쪽을 번갈아 가며 스티커를 붙여 왔었습니다.
  경찰관에게 고맙다고 말했습니다. 무엇이 고마우냐고 물어왔습니다. 스티커를 오른 쪽에 붙여야 한다는, 내가 몰랐던 사실을 알려주니 고맙지 않느냐고 대답했습니다. 단속 경찰에게 고맙다고 말하는 사람을 드물게 본다는 듯 싫지 않은 표정을 지었습니다.
  은근히 걱정이 되었습니다. 멈춤 사인에서 제대로 멈추지 않고(full stop) 출발하면 벌금과 벌점이 크다는 걸 어렴풋이 알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시간당 육십 킬로로 가야 하는 지역에서 팔십 킬로로 달린 것 역시 만만치 않은 실수였습니다. 딱지 제대로 떼이겠구나 싶어 초조했습니다.
  잠시 기다리라고 말하고 자신의 차로 갔던 경관이 무엇인가 조회를 해본 후 되돌아 왔습니다. 그리고는 면허증과 차량등록증 그리고 보험증서를 되돌려주며 가라고 했습니다.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더니 '조심 운전 하십시오'라며 미소를 보였습니다. 도무지 믿어지지가 않는 일이었습니다.
  생각해보니 고맙다는 말을 입에 붙이고 살아온 데 대한 작은 보답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2010년 5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