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누고 싶은 이야기

호세에게 축복을

멋진 인생과 더불어 2012. 2. 2. 23:51

  호세는 쇼핑몰을 청소하는 일을 합니다. 큰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들고 다니며 깨끗이 쓸어대지요. 몰 곳곳에 비치되어 있는 쓰레기 통에 쓰레기가 차면 비우는 일이 호세의 몫입니다. 사람들이 바닥에 커피를 쏟거나 콜라를 엎질러도 가장 먼저 달려가는 건 호세입니다.

  

  험한 일을 하지만 얼굴엔 미소가 떠나지 않습니다. 누군가 그에게 인사를 하면 큰 소리로 “I am fine, How are you?”라고 되받습니다. 호세는 멕시코에서 왔습니다. 스페인어를 무척 잘 하지요. 호세가 사용하는 영어엔 스페인어의 액센트가 섞여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더욱 정겹습니다.

 

  아내 조앤은 필리핀 출신입니다. 처음엔 호세와 조엔이 잘 어울리지 않아 보였습니다. 호세는 작은 키에 유럽인과 동양인의 얼굴이 썩여있고 조앤은 완전한 동양인의 얼굴이었으니까요. 남편은 청소부이고 아내는 간호사라는 것도 조금은 어색했습니다. 필리핀 출신들이 대게 그렇듯이 조앤 또한 스페인어를 잘 하니 두 사람간 소통에는 문제가 없지 않나 싶습니다.

 

조앤은 성격이 좋아 누구와도 잘 어울리지요. 병원 근무를 마친 후 몰로 찾아와 남편의 일이 끝나면 함께 집으로 돌아가곤 했습니다. 잉꼬 부부의 모습이 보기에 좋았습니다. 호세가 그토록 행복한 것도 젊고 아름다운 아내가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조앤이 보이지 않습니다. 휴가라도 갔으려니 짐작했는데 나중에 들으니 아내 조앤이 남편 호세를 떠났다고 합니다. 키 크고 코 큰 서양인 친구를 만나 가버린 것입니다. 며칠 동안 호세의 얼굴이 어두워 보였었는데 이유가 거기에 있었나 봅니다.

 

오늘 호세를 만나니 예전의 씩씩한 모습을 되찾았습니다.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들고 미소를 지으며 다닙니다. 밝아진 얼굴을 보니 다행이다 싶습니다. 하늘이 무너지는 듯하지만 구태여 내색을 하지 않고 있다고 보는 게 더 정확하겠지요.

 

호세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를 건넵니다.

“How are you today?”

얼굴 가득 미소로 답해옵니다.

“Thank God, I am fine”

 

함께 맞는 비 신영복-

 

돕는다는 것은 우산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는 것입니다.

함께 비를 맞지 않는 위로는

따뜻하지 않습니다.

위로는 위로를 받는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이 위로의 대상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