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기 빛을 찾아가는 여정
살아가다 보면 예기치 않게 절망의 순간을 맞습니다.
퇴직 후 있는 돈 없는 돈 끌어다가 시작한 사업이 여의치가 않아 일 년도 안되어 문을 닫습니다.
자신이 가진 돈에다 은행대출을 더하여 집을 삽니다. 구입한 후 얼마 동안은 오르는 듯하더니 갑자기 경기가 나빠지면서 집값이 폭락합니다. 투자한 돈은 물론이고 은행에서 대출받은 돈까지 잃게 생겼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며 피땀 흘려 마련한 전 재산, 아파트 한 채를 팔아 캐나다로 왔습니다. 직장을 잡으려 애써보지만 여의치 않자 비싼 돈을 주고 가게를 인수합니다. 한창 잘되나 싶었는데 가게 옆에 대형소매점 월마트가 들어와 매상이 반으로 줄어듭니다. 상황은 점점 나빠져 권리금을 건지기는커녕 매달 들어가는 월세를 내기도 빠듯해집니다.
어려운 가게를 인수한 후 열심히 일하여 손님이 많아지고 수입이 늘어나니 집 주인이 이런 저런 이유를 대며 나가달라고 합니다. 나중에 보니 주인이 직접 그 가게를 운영하고 싶은 욕심에 세입자를 내보내었습니다.
우리의 삶 가운데 위기는 예고 없이 닥쳐옵니다. 설사 예고된 위기라 할 지라도 다른 방도가 없으니 일단 시작하고 봅니다. ‘설마 그럴 리가 있을라고’ 하는 마음으로 시작하였는데 그 ‘설마’가 현실이 됩니다.
절체절명의 순간을 맞을 때 어떻게 해쳐나가느냐가 문제입니다. 특별한 비결은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나마 생각해 볼 수 있다면 자신보다 사정이 더 딱한 사람들을 기억하며 이겨내는 것.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상황을 반전시키려 노력하는 것 등이겠지요.
'쇼생크 탈출(The Shawshank Redemption)’이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습니다. 잊혀지지 않는 한 장면이 있었습니다. 운동장에서 울려 나오는 여가수의 음성에 귀 기울이는 죄수들의 모습입니다. 억울한 누명을 쓰고 죄수가 된 ‘엔디’는 감옥으로 보내온 물품들을 정리하던 중 레코드 판을 발견합니다. 턴 테이블에 얹고서 확성기의 볼륨을 최대로 높입니다. 죄수들은 하던 일을 멈추고 확성기에서 울려 나오는 음악소리에 귀를 기울입니다. 짜릿한 전율을 느낍니다.
‘아 이런 아름다움도 있었지.’
그 전율의 순간 자유라는 게 무엇인지 어렴풋이나마 그려보지 않았을까요? 멀리 떨어져있는 가족들을 생각했을지도 모르지요.
부친은 6.25 전쟁 때 학도병으로 참전하셨습니다. 시체가 둥둥 떠 있는 물가에서 양치질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곤 하셨지요. 적과 대치하는 상황에서 군복을 입은 채 소변을 보면 따뜻한 기운이 온 몸으로 전해왔다는 이야기도 들려주셨습니다. 또 전쟁 후 어려운 생활을 하시던 때를 떠올리곤 하셨습니다. 그렇게 어려운 시절에도 행복한 순간은 있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한끼 먹을 것이라도 주어지면 그게 그렇게 기쁘고 행복했다고 하셨습니다.
어려움 가운데서도 행복한 순간은 반드시 있습니다. 그 행복한 순간을 즐기며 나아가다 보면 멀리서 비춰오는 한줄기 빛을 발견할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그래도 내일은 오늘보다 나을 것이라는 희망이 다시 일어나게 하는 힘이 될 줄 믿습니다.
인생이란 고통 속에서도 한줄기 빛을 찾아가는 여정(旅程)인가 봅니다.
“목화를 재배해 큰 수입을 올리는 한 마을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인가 '베빌’이라는 벌레가 나타나 목화작물을 모두 먹어 치우기 시작하였습니다. 사람들은 깊은 절망과 실의에 빠졌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목화 대신 해충의 해가 적은 땅콩을 심기로 했습니다. 다행히도 새로 시작한 땅콩 재배는 마을 사람들에게 목화를 키울 때 보다 더 큰 이윤을 가져다주었습니다.
이에 감사하는 마음이 든 농부들은 마을 광장에 해충 베빌을 기념하는 동상을 세웠습니다. 불행! 그것은 다시 시작할 수 있게 하는 축복의 기회일 수도 있습니다.”
-브리안 캐버나우 저 “항로는 그쪽이 바꾸시오(도서출판 만나)”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