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타리 1
모든 관계에는 보이지 않는 울타리가 있습니다. 넘지 말아야 할 경계선처럼 울타리가 존재합니다.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 울타리를 잘 지켜주어야 합니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아무 생각도 없이 상대방의 울타리를 넘나들곤 합니다.
울타리를 함부로 침범하면 관계에 금이 가기 시작하고 갈등에 빠지게 됩니다. 반대로 울타리를 함부로 침범하지 아니하고 지켜준다면 관계는 더욱 돈독해지며 건강해집니다. 관계 속에서 상대방의 울타리를 지켜준다는 것은 상대를 존중한다는 의미와도 같습니다. 상대가 나를 존중한다고 느낄 때 우리는 상대를 신뢰할 수 있습니다.
자녀가 자라면 자신의 방에 들어올 때 노크를 하고 들어와 달라고 부탁을 합니다. 이 말은 자신의 울타리를 지켜달라는 말입니다. 이때 부모가 아이의 말을 무시하고 노크도 없이 자녀의 방을 드나들면 자녀는 자신이 존중받지 못하고 무시당한다고 생각합니다. 부모가 자신의 울타리를 함부로 침범한다고 속으로 불만이 쌓여갈 수도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자녀의 자존심을 상하게 할 것입니다.
자녀가 가장 싫어하는 것 중의 하나는 허락도 없이 일기를 훔쳐보는 일일 터이지요. 어릴 적 부모님 중 한 분이 자신의 허락도 없이 일기를 읽은 것을 알고 분노한 경험이 있으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힘이 없으니 항거하지는 못하고 속상해하지는 않았던지요. 그 시절을 돌이켜 보면 자녀의 울타리를 인정해주고 보호해 주는 것이 너무도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경계를 침범하곤 합니다.
부모와 자녀 간의 관계에서뿐 아니라 상사와 부하직원 사이에, 동료 간에 인정하고 지켜주어야 할 울타리가 있습니다. 이런 울타리를 인식하고 지켜주는 일은 상대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일입니다.
냉장고 안에 있는 음식이 너무 오래된 것은 아니냐고 물을 때가 있습니다. 때로는 식 재료가 너무 오래되었다거나 사지 않았으면 좋았을 뻔했다고 말할 때도 있습니다. 이런 말을 할 때면 아내의 반응이 무척 냉담해집니다. 때로는 얼굴색이 변하기도 합니다. 어쩌면 아내는 자신의 울타리를 심하게 침범당했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친하게 지내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존댓말을 쓰기보다는 말을 편하게 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높임말을 쓰면 왠지 그 사람과 친해지는 데 방해를 받는 듯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아내는 이런 남편의 습관을 못마땅하게 여깁니다. 친한 사이일수록 지킬 건 지키고 살아야 한다는 게 아내의 지론이지요. 사람마다 느끼는 울타리는 조금씩 차이가 있어 보입니다.
자신이 생각하는 울타리 영역이 아닌 상대방이 생각하는 울타리의 영역이 진정 존중되고 지켜져야 할 울타리 영역이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