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셀러니

바베큐 파티

멋진 인생과 더불어 2012. 6. 18. 23:31

   이곳 토론토에서는 여름이면 집집이 모여 바비큐를 즐깁니다. 주말이면 손님을 초대하고 야외에서 갈비를 구워 나누어 먹곤 하지요. 토요일엔 딸아이 남자친구들을 초대하여 파티를 즐겼습니다. 갈비와 소시지 바비큐에다 순대볶음이 주요 메뉴였는데 뜻밖에 순대볶음의 인기가 좋았습니다. 식사 후에는 4~5 킬로미터를 함께 걸기도 했지요.

어제는 두 곳에서 바비큐 파티가 있었습니다. 점심시간에는 이곳 한인사회에서 오랜 세월 봉사활동을 하고 계시는 여성지도자님의 댁에서, 저녁에는 15년 이상 사랑으로 교제하는 가정에서였지요. 두 집 모두 뒤뜰이 아름다운 것이 특징이었습니다.

첫 번째 집은 뒤뜰에 상치, 쑥갓, 양귀비 등 갖은 채소를 기르고 있었습니다. 붉은 장미가 곳곳에 피어있고 사과나무와 자두나무가 운치를 더해주었지요. 사회활동을 많이 하시면서도 어떻게 이토록 아름다운 정원을 가꿀 수 있는지 여쭈었습니다. 남편분이 주로 가꾸시는데 자신은 추임새만 넣는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몇 년 전에는 뒤뜰에서 큰아들 결혼식을 치렀다고 하십니다. 100명의 하객을 초대하여 결혼식과 파티를 했다고 하니 내외분의 정원사랑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멋진 노래도 한 곡 들려주셨습니다. 한국말로 먼저 노래한 후 영어로 노래하셨지요. 70의 연세에도 흥겹게 노래하시는 모습이 소녀 같았습니다. 이웃과 사회를 위해 봉사하시고, 사랑을 나누는 삶을 사시니 만년 소녀가 아니실까 짐작하였지요. 김치랑 나물의 깊은 맛이 삶의 연륜을 말해주었습니다. 엄마의 손맛을 마음껏 즐기며 사랑을 나누는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점심시간 파티에 참석한 후 집으로 돌아와 삼사십 분 쉰 후 저녁 파티 장소로 향했지요. 몇 가정이 함께 초대를 받았는데 이년 전 교통사고를 크게 당하여 지금까지도 고생하는 내외분도 함께하였습니다. 결혼기념일을 자축하기 위하여 내외분이 헬리팩스로 여행을 떠났다가 교통사고를 당하셨지요. 수차례 수술로 생사의 경계를 넘나든 적도 여러 번이었습니다. 완전히 회복된 상태는 아니지만, 함께 앉아 식사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기적처럼 여겨졌습니다.

부러울 것이 없는 삶을 사시다가 갑자기 당한 사고를 당한 후 회복해 가시는 내외분을 대하면서 우리 삶의 여정 가운데 큰 풍랑을 만나기도 한다는 것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이런저런 이유로 아픔을 당한 후 회복 중인지라 내외분의 아픔이 더욱 절실하게 와 닿았지요속 울음을 멈출 수 없었습니다.

제가 당하는 아픔도 두 내외분이 당하는 고통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지만 그게 삶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픔은 고통스럽고 힘들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위로가 될 수 있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고통당하는 것이 오히려 자신에게 유익이라고 했던 사도의 말씀이 떠오릅니다.

한인 여성회 회장 신복실 권사님댁 정원입니다.  

 

 분홍색 꽃은 양귀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