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셀러니

시카고 2 (시카고 교향악단)

멋진 인생과 더불어 2012. 6. 22. 21:46

개인적으로 시카고 하면 떠오르는 게 있습니다. 시카고 교향악단입니다.

피아니스트 출신 다니엘 바렌보임이 오랫동안 음악감독으로 있었고 현재는 리카르도 무티가 음악감독 겸 지휘자로 있지요. 미국의 대표적인 악단 중 하나인 시카고 교향악단은 많은 레코드를 발매했는데 기회 있을 때마다 듣곤 하였지요.

박물관과 밀레니엄 파크 근처에 있는 연주홀로 향했습니다. 마침 부르크너 교향곡 6번을 연습 중이었지요. 공개 리허설이라 3악장과 4악장의 연습장면을 보고 들을 수 있었습니다. 3악장의 시작 부분은 피아니시모로 연주됩니다. 약간은 긴장된 표정으로 섬세하게 연주를 시작했습니다.

객석에서 나이 든 할아버지 한 분이 기침을 했습니다. 지휘자는 잠시 연주를 멈추고 객석을 향하여 농담을 던졌습니다.

“기침을 참기는 어렵지요. 피아니시모 부분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사실 피아니시모를 연주할 때 기침을 하면 소리가 더욱 크게 들리기 마련입니다. 청중들은 포르티시모를 더 매력적으로 생각하고 좋아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음악인들은 피아니시모를 더 좋아합니다. 피아니시모를 연주하기 위해서는 더욱 긴장하고 집중해야 합니다. 그런데 기침을 하면 연주자가 집중력을 잃게 되지요.

이야기를 재미있고 친절하게 하여 리카르도 무티의 낙천적인 성격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었습니다.

3악장의 리허설을 마쳤는데도 청중들은 박수를 치지 않고 조용히 있었습니다. 교향곡을 연주할 때 악장 중간에는 박수를 치지 않는 게 상례이지요. 하지만 지휘자 리카르도 무티는 왜 박수를 치지 않느냐는 표정으로 청중들 쪽을 슬쩍 돌아보았습니다. 그제야 청중들은 박수를 쳤지요. 정식 연주가 아니고 리허설이기에 단원에게 박수를 보내자는 뜻이었겠지요.

피아니시모로 연주할 때 소리가 공중으로 사라지도록 연습하는 부분은 인상적이었습니다. 지휘대 뒤로 숨어 작게 손을 흔들기도 했습니다. 이태리 최고의 오페라극장 라 스칼라의 음악감독으로 재임하기도 하였으니 오페라 가수의 연기를 오랫동안 지도하고 보아온 탓도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브루크너 교향곡 64악장의 마지막 부분은 포르테로 끝을 맺게 되어있습니다. 지휘자는 객석을 돌아보며 한마디 던졌습니다.

“마지막 부분은 제가 지휘를 하지 않을 것입니다. 팔을 흔들지 않고 가만히 있겠습니다. 하지만 연주는 전혀 달라지지 않습니다.

이렇게 말한 후 단원들에게 연주를 시작하도록 사인을 주었습니다. 연주가 시작되자 지휘대에 걸터앉아 가만히 연주를 듣고 있었지요. 단원들이 포르티시모를 우렁차게 연주하여 곡을 마쳤습니다. 연주를 마치자 미소를 지으며 지휘대에 올라 이렇게 말했습니다.

“앞으로 지휘자들이 포르티시모를 연주할 때 손을 마구 흔들어대면 청중들에게 보이기 위해서 그렇게 하는구나 생각하십시오. 지휘자가 힘찬 동작을 취해서 포르티시모가 표현되는 게 아니라 단원들이 그렇게 연주하기 때문입니다.

단원들을 격려하기 위해, 또 객석에 앉은 청중들을 웃기기 위해 한 농담이었습니다. 카리스마 넘치는 지휘자의 재치 있는 농담이 청중들과 단원들을 웃게 만들었습니다. 

좋은 연주는 끊임없는 연습을 통하여 나온다 싶었습니다. 시카고 교향악단의 연주자쯤 되려면 세계 최고 수준의 연주자여야만 하지요. 그래야만 그 교향악단에 들어갈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런 실력 있는 연주자들이 연습과 리허설을 통하여 음악을 가다듬으니 음악이 다를 수밖에 없지요. 지휘자가 연주를 중단시키고 이 부분은 이렇게 연주하였으면 좋겠다고 하면 금세 음악이 달라지곤 하였습니다. 지휘자의 해석과 표현방식에 따라 음악이 크게 달라질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지요.

지휘자는 단원들을 무척 편안하게 대해주었습니다. 긴장하지 않고 즐거운 마음으로 연주에 임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카리스마를 가지고 음악을 만들어가되 연주자들이 편안한 마음을 갖게 해주는 건 지휘자의 또 다른 능력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리카르도 무티가 지휘하는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리허설 장면을 볼 수 있었던 건 큰 행운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공개 리허설에 한번 참여해보고 싶다는 생각했었는데 그 생각이 시카고에서 이루어졌습니다.

   꿈은 생각보다 더 크게 이루어진다고 말해도 될까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