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념
가을 햇살이 눈부시게 아름답습니다. 뒤뜰로 나와 앉았습니다. 옆집 친구 폴이 칵테일을 한잔 만들어 왔습니다. 보드카에 크랜베리 주스와 얼음을 넣었습니다. 핑크빛 칵테일이 보기에 좋습니다. 조금만 마셨는데도 금세 얼굴이 빨개집니다. 하지만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한적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어 행복합니다. 텔레비전을 보는 것도 좋지만, 뒤뜰로 나와 푸른 하늘과 두둥실 떠가는 흰 구름을 바라보는 것도 좋습니다. 살랑살랑 부는 바람이 볼에 와 닿습니다. 어릴 적 덥지 말라고 천천히 부쳐주던 엄마의 부채 바람입니다. 앞에 보이는 숲속 나뭇잎들이 채색 옷으로 갈아입을 준비를 합니다. 계절의 변화는 나무와 풀들이 먼저 알아차리나 봅니다.
토마토의 잎을 잘랐습니다. 곁으로 자라는 가지와 잎을 잘라주면 열매가 더 튼실해진다고 들었기 때문입니다. 가위를 가지고 가서 인정사정없이 잘랐습니다. 토마토 줄기 특유의 냄새가 코를 찌릅니다. 개인적으로 토마토 잎에서 풍기는 냄새를 좋아합니다. 자른 잎을 코끝으로 가져가 냄새를 맡았습니다. 향기가 좋습니다.
잘라낸 잎을 탁자에 올려놓았습니다. 좀 있으려니 계속해서 제치기가 나옵니다. 끊이질 않습니다. 조금 전까지 괜찮았는데 갑자기 왜 이러나 싶습니다. 함께 이야기 나누던 옆집 친구 폴이 토마토 잎을 치워보라고 합니다. 탁자에 놓인 토마토 잎을 치웠습니다. 제치기가 더는 나오지 않습니다. 자른 토마토 잎 때문이었나 봅니다. 식물도 자신의 잎을 자르니 독특한 향으로 사람을 공격합니다. 자연의 보호 본능이 무섭습니다.
자녀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에 대해 나누었습니다. 10학년 아들은 둔 지인은 아들이 컴퓨터 게임에만 몰두하여 고민입니다. 시간만 나면 게임을 하여 하루에 열 시간을 넘게 게임을 하곤 합니다. 아들과 싸우는 이야기를 들으며 그냥 하도록 내버려두면 낫지 않을까 생각도 해봅니다. 막상 부모의 입장이 되면 그렇지 않은가 봅니다.
자녀가 결혼할 나이가 된 아버지는 좀 있으면 그렇게 하라고 해도 하지 않을 것이라며 안심을 시킵니다. 자신의 막내아들은 이십 대 중반인데 아빠의 양복과 넥타이를 골라주고도 하고 외모를 가꾸는 데 신경을 써준다고 합니다. 이런 아들의 모습이 무척 대견하고 자랑스럽다고 말합니다.
가족끼리 함께 하는 시간을 많이 가지면 좋겠다고 조언합니다. 연휴 때는 온 가족이 함께 제대로 차려입고 근사한 식당에 가서 식사하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추천합니다. 아들딸과 함께 하는 시간을 자주 가질수록 좋겠지요. 다 함께 나가는 것도 좋지만 한 자녀와 특별한 시간을 가지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우리는 자녀에게 알게 모르게 상처를 입히곤 합니다. 아이를 마음대로 조정하려 합니다. 툭하면 화를 내고 심하면 매질도 합니다. 때로는 자녀에게 집착하여 지나치게 통제하려 합니다. 편애하여 버릇없는 사람이 되게 하는가 하면 사랑을 덜 받는 자녀에게 상처를 주기도 합니다.
토마토 잎을 자르니 독특한 향으로 사람을 공격합니다. 자기보다 힘이 없다고 자녀의 마음에 상처를 입히면 치유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릴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영원히 치유하기 힘들 수도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