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말은 꼭 해야겠어.”
말을 잘하지 못하고 가슴앓이를 하는 편이다. 꼭 해야 할 말도 다른 사람의 마음을 상하게 할까 봐 망설이다가 기회를 놓치고 만다. 할 말은 해야겠지만 차라리 말을 하지 않는 편이 낫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마음에 상처를 줄 이야기는 비록 좋은 내용일지라도 별 도움이 안 된다는 사실을 체험으로 알게 되었다. 이후 필요한 말일지라도 삼가는 편이다.
직장 생활을 할 때에는 싫은 말을 곧잘 하곤 했다. 조직을 잘 움직이기 위해서는 질책이든 칭찬이든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해야 할 말을 하지 못하고 엉거주춤하게 있다가는 때를 놓치고 뒷북만 치기 마련이었다.
직장생활을 그만둔 후 상처받은 사람들이 많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목적을 이루기 위해 해야 했던 말들이 때로는 너무 직접적이고 과격하여 충분히 상처를 줄 수 있는 내용이었다. 지금부터라도 꼭 필요한 말만 하고 되도록 말을 삼가야겠다고 다짐하곤 한다.
정원을 잘 가꾸시는 분이 있다. 평소 전화도 잘 받지 않으시고 정원 가꾸기에 열중하신다. 사람을 만나는 것보다 식물과 함께하는 시간을 더 즐긴다. 씨앗을 뿌려 싹을 틔운 후 예쁘게 자란 토마토며 고추, 호박을 텃밭에 옮겨 심고 자식 돌보듯 하신다. 쓸데없는 말로 상처를 주고받기보다 의젓하고 정직한 흙과 함께하는 시간을 즐기게 되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분의 마음이 헤아려진다.
한 조직의 간사를 맡았다. 일하다 보니 전체를 위하여 때로는 싫어도 해야 할 말이 있다. 하지만 말하기가 망설여진다. 자연스럽게 조정되고 조율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기다린다. 물 흐르듯 편안히 흘러가면 좋지 않을까. 때로는 물꼬가 막혀 엉뚱한 곳으로 흐르는 듯한 느낌이 들어 조바심이 나기도 한다. 그러나 기다리다 보면 반드시 흘러야 할 곳으로 흐르게 되리라 믿는다.
“이런 말을 잘하지 못했어. 하지만 이 말만은 꼭 해야겠어.”
글쎄, 내게는 별로 와 닫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