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롭게 하늘 바라보기
뒤뜰에 나와 앉았습니다. 잠자리가 낮게 날아다닙니다. 들꽃이 새하얗게 짓노랗게 피어있습니다. 초가을 날씨입니다. 요즈음은 여유로운 마음을 가지고 싶어 부러 짬을 내어 뒤뜰에 앉습니다. 땅 가까이 앉아 땅 냄새를 맞는 것이 편하고 자유로워졌습니다. 분주하게 사는 것만이 잘 사는 것인 양 살던 때가 있었습니다. 돈이 많아야, 지위가 높아야 잘 산 것이고 성공적인 삶을 산 것으로 생각할 때도 있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상치와 깻잎에 물을 주고 토마토의 줄기를 속아주고 마늘 쫑을 따주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잘 사는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여유로운 마음으로 맑은 공기를 마시며 창조주의 자비로움에 감사하는 시간이 많은 삶이 성공적인 삶이요 의미 있는 삶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이 축복으로 여겨지기 시작했습니다. 가능한 한 자주 풀 냄새를 맡으며 앉았다 날아가는 새들을 바라보고 싶습니다.
시간만 나면 골프장에 나가 공을 쳐야만 잘 사는 것이라 여길 때도 있었습니다. 무엇인가 발전하지 않으면 퇴보하는 것이요 경쟁에서 뒤지는 것이라는 생각을 한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가만히 있는 시간도 귀하게 여겨집니다. 구태여 움직이지 않아도 안으로 깊어지고 성숙해갈 수 있음을 알아갑니다.
봄에 토마토를 심었습니다. 파란 토마토가 열매가 점점 커져갑니다. 제법 굵어졌음에도 아직 익을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언제나 빨갛게 익을까 조급증이 납니다. 하지만 토마토에게도 시간이 필요합니다. 햇볓에 쪼이고 바람을 맞을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런 시간이 없이 갑자기 익을 수는 없습니다.
기다리다 못한 아내가 파란 토마토 두 개를 땄습니다. 파란 바나나를 따서 오래 두면 노랗게 변하니 토마토도 그럴 것이라고 믿었나 봅니다. 하지만 토마토가 익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2013년 7월 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