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누고 싶은 이야기

토론토의 양로원

멋진 인생과 더불어 2006. 12. 17. 05:20

    토론토 노스욕 핀치와 베이뷰 교차로 근처의 한 양로원을 다녀왔습니다. 크리스마스를 맞아 한 봉사단체에서 한국음식을 준비하여 대접해드리는 행사에 참석했어요. 양로원에는 건강해 보이는 사람도 있었지만 거동이 불편한 분이 더 많았습니다. 대부분이 휠체어에 몸을 의지하고 따뜻한 햇살과 비록 겨울이지만 아름다운 바깥 풍경, 그리고 양로원에서 제공하는 세심한 보살핌을 즐기고 계셨습니다.

 

양로원은 한국과는 달리 시설이 아주 훌륭합니다. 우선 각자가 방을 하나씩을 사용합니다.  방 앞에는 젊은 시절부터 나이 들어서까지 행복했던 순간을 찍은 사진을 진열하여 사진만 보아도 그분이 어떤 삶을 사셨는지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샤워실, 식당, 강당, 운동실, 간호사 대기실이 있어 병원인지 양로원인지 분간하기 힘들 정도입니다.

 

하루 세끼의 식사를 제공하고 간호사들이 옆에서 늘 불편함이 없도록 보호해 드립니다. 몸이 아주 불편하여 거동이 뷸가능한 사람에게도 세심한 배려로 돌보아 줍니다. 샤워를 시켜주고 기저귀가 필요한 사람들은 기저귀도 갈아줄 정도 입니다.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간호사(care giver)들이 한국에서 간병인이 하는 일을 합니다. 시설이 잘 갖추어 진 곳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니 안전하고 편리하지요. 시설과 서비스 면에서 병원과 호텔의 중간쯤 되는 곳으로 보면 틀림없을 것입니다.

 

    음식은 서양식 음식만 제공이 되는데 양로원에 계신 한국 분들을 위해 한 달에 한번씩 봉사단체에서 한국음식을 제공해 드립니다. 양로원에서 이를 권장하니 이곳 토론토에 있는 교회나 기타 봉사단체에서 기쁜 마음으로 한달에 한번씩 정성껏 한국 음식을 준비하여 대접해 드리는 것입니다. 한국음식에 익숙해 있는 어르신들이니 한달에 한번씩 있는 한국음식 파티가 기다려질 정도이지요. 청소년 코리안 오케스트라의 멤버들이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식사를 하시는 동안 크리스마스 캐롤을 연주를 해드렸습니다. 식사에는 함께 하시지 않으셨지만 많은 캐나다 분들도 모여서 연주자들이 연주하는 음악을 듣고 계셨는데 찬송가 내주를 가까이예수 사랑하심은을 바이올린으로 연주할 때 따라 부르시는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하얀 얼굴에 멋지게 생긴 할아버지는 은퇴하신 목사님이라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몇몇 할아버지 할머니의 손을 잡아 드리고, 등을 어루만져 드리고, 볼을 쓰다듬어 드렸습니다. 캐내디언 할머니 한 분은 휠체어에서 바깥 풍경이 잘 보이는 편안한 일인용 소파에 앉혀 달라고 말씀하시어 의자에 앉혀 드렸습니다. 내 어머님 같은 생각이 드리고 손을 만져드리고, 볼을 쓰다듬어 드렸습니다. 할머니는 아주아주 고마워 하시며 You are so sweet, Thank you라는 말씀을 연발 하십니다. 나이가 들면 외롭고 사람이 그립고 하는 것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똑 같은가 봐요. 그 곳에 계신 모든 분들이 내 아버지 같고, 내 어머님 같아 마음이 뜨거워지고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누구나 나이가 들면 체중도 줄고 기력도 떨어집니다. 또한 모든 육체의 기능이 젊은 시절에 비해 약해지지요. 하지만 이런 사실조차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감사하면 좋겠습니다. 지난 날의 추억을 즐거워하고, 남은 날에 대한 축복을 기대하며 살면 더 좋겠지요. 무엇보다 중요한 건 현재 주어진 것을 누리는 일이라 생각됩니다. 

 

 틴에이지 친구들의 연주를 들으며 나도 나이가 들어 이런 곳에서 말년을 보내면서 좋은 음악을 들을 수 있으면 행복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좋은 음악은 천국의 소리와도 같으니까요.  

   

 한국에서는 양로원에 부모님을 보내 드리면 불효자식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곳 사람들의 생각은 좀 다른 것 같습니다. 나이가 들면 훌륭한 보살핌을 제공하는 양로원으로 가는 것을 어쩌면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우리나라도 이런 양로원이 많이 생기고 나이와 여건 환경이 비슷한 사람끼리 함께 생활함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질 줄 믿습니다.

 

한 교민은 나이드신 어머님을 집에서 모시려고 하다가 이곳 양로원으로 모시게 되었는데 모시고 나서 보니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합니다. 어머님 때문에 온 형제들이 힘들어 할 터인데 양로원에 계시니 비슷한 친구분들이 많아 외롭지 않고 또 양로원을 방문하여 특별 행사와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개인과 단체가 많기 때문에 결코 심심하거나 외롭지 않다는 것이지요.

     

 또 다른 한국 할아버지의 경우 자신은 건강하게 걸어 다닐 수 있고 거동하거나, 생활하는데 불편함이 없으나 할머니의 건강이 워낙 나빠져서 돌보시기가 힘들자 두 내외가  자원하여 양로원으로 들어오셨습니다.(할머니는 고개를 들지 못하시어 휠체어에 얼굴을 거의 기대다 시피하십니다. 가까이 가서 손을 만져드렸드니 얼굴에서 환하게 빛이 났습니다. 순수함이 얼굴 전체에 가득하였습니다) 좋은 시설과 환경에서 아내인 할머니를 보살펴드리며 함께 생활하시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아름다와 보였습니다. 두분께서 양로원에 들어오신 것은 참으로 지혜로운 선택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한 방을 쓰거나 한 침대를 쓰시는 건 아니고 각자의 방 각자의 침대에서 생활하지만 말입니다. 친구처럼 그렇게 말년을 보내시는 것이 보기에 좋았습니다.

     (2006년 12월 16일 영&세퍼드 근처의 세컨 컵에서 이택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