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스쿠터
이 택 희
크리스마스를 앞둔 어느 날 흰 눈이 펑펑 쏟아졌다. 근래에 들어 이렇게 많은 눈이 오기도 처음이었다. 나중에는 눈이 무릎까지 쌓여 걸어 다니기도 어려울 지경이 되었다. 길거리엔 차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기어 다닌다는 표현이 더 어울렸다.
사람들은 며칠 후 다가올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선물을 사기에 바빴다. 모두들 들뜬 기분이었다.
데이지 할머니는 엉덩이 수술을 두 번씩이나 하여 스쿠터가 없으면 다닐 수 없었다. 어디를 가나 스쿠터를 타고 다녀야만 했다. 쇼핑을 하러 갈 때도 친구를 만나러 갈 때에도 스쿠터를 이용했다. 할머니에게 스쿠터는 발과도 같았다.
안타깝게도 할머니는 며칠 동안 문밖을 나갈 수 없었다. 답답하게 집안에만 갇혀있어야 했다. 누군가 할머니의 스쿠터를 훔쳐 가버린 것이다. 낭패가 아닐 수 없다.
오래 전에도 스쿠터에 문제가 생겨 6개월 동안 밖에도 나가지 못한 적이 있었다.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청천벽력(靑天霹靂) 같은 그런 일이 다시 생긴 것이다. 돈이 없어 새로운 스쿠터를 산다는 것은 엄두도 못 냈다. 스쿠터를 가져간 사람이 원망스럽기만 했다. 앞으로 살아야 몇 년을 더 산다고 이 불쌍한 늙은이의 스쿠터를 가져갈까 싶어 한숨만 나왔다.
프랭크의 아내는 집안일을 하면서 라디오를 즐겨 들었다. 경쾌한 음악 프로그램 듣기를 좋아 했다. 최근 며칠 동안은 크리스마스 캐롤이 기분을 들뜨게 했다. 음악을 들으며 이번 크리스마스에도 무언가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때마침 라디오 진행자가 스쿠터를 잃어버린 한 할머니의 안타까운 소식을 전했다. 아내는 곧바로 남편이 일하는 직장으로 전화를 했다. 데이지 할머니에게 스쿠터를 선물하면 어떻겠냐고.
아내에게 좋은 생각이라고 맞장구를 친 프랭크는 바로 방송국으로 전화를 했다. 할머니에게 스쿠터를 사드리고 싶은데 가능하겠느냐고. 방송국의 관계자들은 기뻐하며 데이지 할머니에게 이 소식을 전했다. 이야기를 듣는 순간 할머니는 도무지 믿어지지 않았다. 다시 걸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데이지 할머니는 전화로 연결된 방송국관계자에게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어떻게 이렇게 기쁜 소식이 있을 수 있냐며 감격해했다.
프랭크와 그의 아내는 산타클로스가 되었다.
예수그리스도는 평화와 생명을 주려고 이 땅에 오셨다. 예수의 오심을 진정으로 축하하는 길은 평화를 이루는 일에 동참하는 것이다. 이웃을 위로하고 그들에게 평안을 주는 것이다.
누구나 당할 수 있는 아픔을 나의 아픔으로 받아들이고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일이야 말로 진정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이리라.
서로 위로하고 용서하며 용기를 북돋워주는 계절이다. 비록 어린 아이들일 지라도 주는 일을 배우고, 위로하고 나누는 일을 배워야 할 계절이다. 부모로부터 나누는 일을 보고 배울 때, 나눔의 의미를 직,간접적으로 깨달을 때 그들도 나누 줄 아는 사람이 된다. 자기만 아는 이기적인 삶이 아니라 이웃과 사회를 위할 줄 아는 이타적인 삶을 살게 된다.
봉사할 때 새 힘을 얻는다. 어렵고 힘든 때 일수록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손을 내밀면 새로운 힘을 얻는다. 어떤 봉사이든 꾸준히 실천하면 기쁨이 샘솟는다. 나도 남도 살만한 세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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