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셀러니 350

기쁨의 고지(Pleasant Ridge)

집 가까이에 커뮤니티 센터가 있다. 이름하여 노스 쏜힐 커뮤니티 센터(North Thornhill Community Center). 이 커뮤니티 센터에는 수영장, 체육관, 데이 케어, 아트 룸 등이 있다. 연접한 건물은 도서관이다. 재미있는 건 이름이다. 지금까지 내가 보아온 그 어떤 이름보다도 멋지고 아름답다. 플레즌트 리지 라이브러리(Pleasant Ridge Library), 번역하면 기쁨의 고지 도서관쯤 될까. 사방이 커다란 창으로 안과 밖이 자연스레 연결되어 있고 책과 잡지, 신문이 가지런히 놓인 곳. 책상에 앉으면 그 어떤 꿈이라도 꿀 수 있는 곳. 이곳에 오면 기쁨의 고지에 오른 것 같은 만족과 희열을 느낀다. 기쁨의 고지(Pleasant Ridge)라는 말을 음미해 본다. 기쁨은 고지와..

미셀러니 2025.04.03

골든 포레스트 탄소금식 3주 차

이틀 동안 아이비 글랜 폰드(Ivy Glen Pond)와 골든 포레스트(Golden Forest)라 불리는 Cook Woodlot*을 걸었다. 시멘트나 아스팔트로 포장된 길을 걸을 때와 흙을 밟으며 걸을 때의 느낌이 확연히 달랐다. 먼 조상 때부터 자연의 품속에 살던 기억이 유전자에 기록되어 오늘의 나에게 전해진 탓이리라. 숲으로 난 길은 더 검게 보였다. 켜켜이 쌓인 낙엽이 분해되어 흙으로 스며든 까닭이 아닐까. 유난히 산을 좋아했던 선배가 있었다. 선배는 자주“서울에 살면 흙을 밟을 수 없어서 사는 게 사는 게 아니야.”라고 말하곤 했다. 사십여 년 전 한숨 쉬듯 내뱉던 상화 선배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였다. 선배는 숲이 좋아 일찍 숲으로 갔다. 3월 27일 Golden Forest(Cook W..

미셀러니 2025.03.28

우리는 다

자신은갈대와 같아서흔들릴 수 있지만주변 사람은바위 같아서흔들리지 않는 사람이라여기곤 한다내가흔들리는 사람이라면상대방도흔들릴 수 있음을 제발잊지 않았으면 좋겠다어느 시인의 노래처럼우리는 다꽃인데흔들리며 피는흔들리며 서 있는꽃이라는 사실을 제발잊지 않았으면 한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상처를 받고 상처를 준다. 기대를 가졌다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실망하기 마련이다. 아예 기대하지 않는다면 실망하지 않고, 상처받지 않을 수 있을까. 스스로 완벽하다고 믿는 사람일수록 주변 사람에게 완벽하기를 기대하는 경향도 있는 듯하다. 우리는 다 흔들리는 사람이고, 우리 모두는 부족한 면을 가지고 있음을 제발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너나 나나 부족한 사람임을 인정하고 주변사람을 더 따뜻하게 대할 수는 없을까. 자신에게는 ..

미셀러니 2025.03.27

받은 사랑 되돌려 드리지 못해 죄송해요

지난 주말 본 한인교회 믿음 마을 촌장 MT 모임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다. 멘토가 되어주었으면 하는 부탁이었다. 30대 40대 촌장님들의 고충을 들으며 가슴이 먹먹해졌다. 예전 선배들로부터 받은 사랑을 촌식구들에게 되돌려 주지 못해 안타까워하는 모습을 대하며 눈가에 이슬이 맺혔다. 촌장: “예전 선배들께 많은 사랑받았는데 저는 선배들께 받은 사랑을 촌 식구들께 제대로 나누어 드리지 못하는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이 많아요. 아이들을 키우면서 또 가사를 돌보느라 분주한 일상을 보내며, 바쁘다는 핑계로 촌식구들을 잘 돌보지 못하는 것 같아 부담감이 커요. 촌식구들이 촌모임에 참석하지 못하는 것도 촌장인 제가 잘못해서, 제가 부족해서 그런 것이라는 자괴감이 들기도 합니다. 그래서 촌장자리를 내려놓고 싶을 때가..

미셀러니 2025.03.25

Awesome Owl

본 한인교회 환경위원회가 주관하는 탄소금식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다. 첫 주에는 가까운 공원, 자연에 나가 창조세계를 온몸으로 느껴보자는 제안이 있었고, 둘째 주에는 육류, 페스트 푸드, 배달음식을 절제하자는 제안이 있었다. 백 퍼센트 실천하지는 못하지만 나름 노력하고 있다. 탄소금식에 참여하는 동안 트레일을 걸으며 자연과 교감하려 애쓰는 중이다. 줄 지어 서 있는 단풍나무, 풀 한 포기, 원을 그리며 나는 매, 가지 사이로 넘나드는 작은 새, 눈 녹은 잔디 위에서 풀을 찾는 토끼, 어느 것 하나 귀하지 않은 것이 없다. 어제는 버펄로에 사는 큰딸 가족이 산책 중에 만난 부엉이 사진을 보내왔다. awesome! 혼자 보기 아까워 올려둔다. 3월 20일 탄소금식 2주 차

미셀러니 2025.03.21

메이폴 네이쳐 리저브 탄소금식 2주차

메이폴 네이처 리저브를 걸었다. 곳곳이 빙판길이라 아이젠을 채웠다 풀었다 하였다. 걷는 동안 대학시절 친구를 생각했다. 합창단에서 함께 노래했던 그는 선이 굵고 뚝심이 있으면서도 따뜻한 감성을 지녔었다. 오늘 아침 친구의 딸이 아빠의 부고 소식을 전해왔다. 아~ 봄은 오고 있는데어찌 이리도 황망히 떠나야 했던가. 걷는 내내 화음을 맞추어 부르던 노래며 함께 한 시간들을 떠올렸다. 번안곡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도 그중 한 곡이었다."무리진 달그림자가 호수에 잠기면옛사랑이 그리워라 꿈이련 듯 사라지는 이 호젓한 빈 가슴 달래며외로운 갈대밭에 홀로 앉아서그리움에 지새는 이 밤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여사랑의 그림자여호젓한 빈 가슴 달래며외로운 갈대밭에 홀로 앉아서그리움에 지새는 이 밤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여..

미셀러니 2025.03.18

슬퍼하지 말고 괴로워 하지 않길

생각이 많아지고네 곁의 누구도 힘이 되지 않아 외롭겠지만가끔은 모두가 그렇단 사실을 잊지 마친구도 너를 이해하지 못하고함께 살아온 가족조차 너를 쓸쓸하게 하지만사실은 깊이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골목마다 사람마다바람만 가득한 차가운 이 세상에금쪽같은 시간을 뚫고네 안부를 물어오는 사람이 있다면그것만으로 너는 충분히행복한 존재라는 사실을 잊지 마제 걱정으로 매일이 벅찬 사람들이가슴속의 혼란과 역경을 뚫고너를 생각한다는 게 얼마나 따뜻한 일이니매일의 저녁이 너에게 우울을 선물해도세상 모든 음악이 네 심장을 울려 마음이 어두워도네 믿음이 불안해 눈물이 난다 해도네 불안이 마음을 잡아먹는 일이 있다 해도그름도 가끔은 햇빛을 잊지 못해 비를 쏟아내는데누군가는 너를 위한 글을 쓰고 있다는 걸너의 우울을 끌어..

미셀러니 2025.03.15

'복 있는 자들'과 '아노라'

2025 한국일보 신춘문예 소설 부분 당선작 길란의 ‘복 있는 자들’을 읽다. 빈부의 격차가 커져가는 시대의 사회상을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엄마와 딸이 경험하는 절망을 실감 나게 그려냈다. 아카데미 작품상(2025)을 받은 영화 ‘아노라’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주제와도 일맥상통한다는 생각이다. 쳇지피티는 '영화 아노라를 어떤 관점에서 보아야 하나요?'라는 내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했다. "영화 **《아노라》(Anora)**는 스트립 댄서로 일하는 주인공 애니(본명 아노라)가 러시아 재벌 2세 이반과 결혼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립니다. 이 작품은 단순한 드라마를 넘어, 사회적 계층과 인간의 욕망, 그리고 자아의 의미를 탐구하는 깊이 있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 관람 시 주목할 점: (1) 사회적 ..

미셀러니 2025.03.12

오크리지 트레일 탄소금식 1주차

눈 덮인 산길은 눈부셨다.줄지어 늘어선 고목의 기지개 소리가 들려왔다.두 팔을 뻗어나무인양 서 있었고언덕을 걸으며 김상용 시인의 시를 읇조렸다.남(南)으로 창(窓)을 내겠소밭이 한참갈이괭이로 파고호미론 풀을 매지요구름이 꼬인다 갈 리 있소.새 노래는 공으로 들으랴오강냉이가 익걸랑함께 와 자셔도 좋소왜 사냐건웃지요2025년 3월 10일 오크리지 트레일 탄소금식 1주 차

미셀러니 2025.03.11

고백(Pleasant Ridge Library in the morning)

"너는 누구인가?나는 모든 것을 지배하는 시간이다.…머리카락은 왜 얼굴 앞에 걸쳐 놓았지?나를 만나는 사람이 쉽게 붙잡게 하려고.그런데 뒷머리는 왜 대머리인가? 내가 지나가고 나면 다시는 붙잡을 수 없도록 하기 위해서지." 한 학생이 엎드려 잠을 잔다. 지금은 아침 9시 30분. 당연히 학교에 있어야 할 시간 도서관 책상 앞에 엎드려 잠자고 있다. 길 하나만 건너면 바로 학교인데. 잠시 후 친구로 보이는 남학생 둘이 책가방을 들고 나타났다. 두 녀석들도 테이블 빈자리에 앉았다. 한 친구가 슬그머니 가방에서 카드를 꺼냈다. 포카라고 불렸던 카드다. 잠자던 학생을 비롯한 세 명의 친구들은 카드놀이를 시작한다. 정숙을 유지해야 하는 장소임을 잊고 떠들어 댄 지는 이미 오래. 사서인 듯 보이는 키카 크고..

미셀러니 2025.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