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셀러니 358

루즈 공원 트레일(Rouge National Urban Park Orchard & Cedar Trail)

루즈 파크(Rouge National Urban Park) Orchard & Cedar Trail를 걸었다. 계곡으로 흐르는 물소리가 들여왔고 새들의 지저귐이 또렷했다. 기적 소리 요란해 고개를 돌려보니 철길이 있었고 팔십여 개의 화물칸을 단 기차가 지나갔다. 아카시아꽃은 막 지기 시작하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한 향을 풍겼다. 색 바랜 아카시아꽃이 굽은 오솔길에 소복했다. 길 양옆으로 방울꽃이며 톱풀, 조비 무늬, 솜나물, 큰 꽃잔디, 자주개자리가 피어있었다. 루즈 파크에는 Mast & Vista(노란색), Orchard & Ceadr(빨간색), Orchard & Beare Hill(보라색) 등의 트레일이 있는데 비교적 쉬운 Orchard & Cedar트레일을 택했다. Vista trail 끝나는 부..

미셀러니 2025.06.23

6월의 일상

오랜만에 메이폴 팀호튼에서 아침을 맞는다. 밀린 감사일기를 썼고 말씀 묵상과 글 읽기를 마쳤다. 지난 몇 주 동안 모종을 내다심었고 심은 모종을 돌보느라 분주했다. 이제는 어느 정도 일을 마쳐 다시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게 되었다. 하찮게 여겨지는 일(텃밭 가꾸기 등)도 시기에 맞춰 집중하지 않으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다. 말씀과 기도로 하루를 여는 일도, 마음을 지키고 돌보는 일도 다르지 않으리라. 바람직한 습관과 자신만의 루틴을 가지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살아갈수록 더 실감한다. 한 사람이 가진 습관과 루틴이 그를 성장케 하고 성숙게 한다. 지난겨울은 유난히 추웠고 봄이 늦게 왔다. 6월 초순까지도 아침 기온이 많이 떨어져 텃밭에 내다 심은 모종이 자라지 못하고 힘들어하였다. ..

미셀러니 2025.06.16

무스코카 가족 여행

무스코카 메리어트 리조트 (JW Marriott The Rosseau Muskoka Resort & Spa)에서 보낸 2박 3일의 시간, 두 딸 내외와 손주들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큰 선물이었다. 한 주 전 시카고에서 있었던 학회에 참석하기 위해 온 가족이 함께 움직여 피곤할 터인데도 버펄로에서 달려온 큰딸 가정, 전날 밤 시애틀 출장에서 돌아와 제대로 쉬지도 못한 채 달려온 사위와 둘째네 가정, 그리고 우리 부부, 이렇게 세 가정이 함께 한 시간은 꿈만 같았다. 새 생명 축제 주일을 지키기 위해 주일 아침 리조트를 출발하여 오후 4시 30분 다시 돌아왔지만 피곤하거나 힘들지 않았다. 가족 휴가와 새 생명축제 둘 다 소홀하지 않을 수 있었기에 감사하기만 하다. 늘 자랑스럽고 든든한 두 사위와 딸들,..

미셀러니 2025.05.27

다시 하실 수 있다면 어떤 것을 다르게 해 보시겠어요?

호스피스 간병인으로 일했던 브로니 웨어는 죽음을 앞둔 이들에게 “만일 다시 하실 수 있다면 어떤 것을 다르게 해 보시겠어요?”라고 질문했습니다. 질문에 대한 답을 분석한 결과 공통된 주제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결과를 토대로 임종을 앞둔 사람들이 흔히 후회하는 상위 다섯 가지 목록을 작성했습니다.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 I wish I’d had the courage to live a life true to myself 용기를 내어 자신에게 진실한 삶을 살았더라면, (2) I wish I had'nt worked so hard 그렇게 열심히 일만 하고 살지 않았더라면, (3) I wish I'd had the courage to express my feelings 용기를 내어 내 감정을 표현하..

미셀러니 2025.05.12

토론토의 봄

토론토의 봄은 오월에 온다오랜 기다림 끝에 기지개를 켜는 단풍나무 자작나무 떡갈나무 움켜쥔 쪼막손을 펴기 시작한 저 가지들잔디는 이미 푸르고민들레 노란 아우성 지칠 줄도 모른다수선화 수줍게 눈맞춤하고울새와 기러기 제 짝 챙기기에 바쁘다아내는 텃밭에 쪼그리고 앉아돌미나리를 따고 부추를 벤다싹을 틔운 호박이며 들깨를양지바른 곳에 내어 놓고가든 센터에서 사 온 토마토 모종을더 큰 화분으로 옮겨주었다

미셀러니 2025.05.05

상처와 그림자

사람들은 가면을 쓰고 삽니니다.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고나 할까요?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속으로는 울 때가 있습니다. 사랑이 가득한 얼굴로 말을 하지만 마음속에는 분노로 가득 차 있을 때도 있습니다. 어린 시절 분노나 슬픈 감정을 표출하지 않는 것이 잘하는 것이라 배웠습니다. 가벼워서는 안 되며 분노나 슬픔을 나타내면 좋지 않다는 말을 들어왔습니다. 사실 세상을 살면서 분노할 일이 어디 한두 가지입니까. 분노나 슬픔은 어디로 사라지지 않습니다. 어디엔가 숨어있다가 불쑥불쑥 나타나지요. 때로는 폭발하기까지 합니다. 대개는 편하고 가까운 사람에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로 아내나 자녀가 희생양이 되지요. 가족에게 폭언을 하거나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의 경우 마음에 쌓인 분노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여..

미셀러니 2025.05.02

흙을 뒤집으며

텃밭에 머무는 시간이 좋다. 올해도 농사를 시작하기 전 뒤뜰에 나가 땅을 뒤집기 시작했다. 모종을 내다 심으려면 한 달 이상 기다려야 하지만 미리 땅을 일구어 주어야 한다. 흙을 뒤집으며 옛 추억을 떠올려본다. 문고리를 잡으면 손끝이 쩍쩍 달라붙던 맹렬한 추위는 지나갔지만 볼에 와닿는 바람은 여전히 매서울 때 아버지는 밭으로 나가셨다. 마스크를 끼고 옷을 두껍게 입은 동네 어른 몇 분과 나무를 옮겨 다니며 사나흘에 걸쳐 전지를 하셨다. 사과밭 전지가 끝나면 밭 끝 쪽 복숭아 밭으로 건너가 작업을 마무리했다. 붉게 물 오른 새 순과 함께 잘린 가지는 나무 밑에 나뒹굴다 다발로 묶여 부엌 뒤쪽에 쌓였다. 겨우내 땔감으로 요긴하게 쓰일 것들이었다. 일하시는 분 중에는 둘째 큰아버지도 계셨다. 나를 보면 늘..

미셀러니 2025.04.16

패셔니스트 이 모씨

아침에 눈을 뜨는 것 자체가 감사합니다잠자는 시간은 죽은 것이나 다름없는데눈을 떴다는 것은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것이니 감격스럽습니다아픈 것은 하나만 이야기합니다나이 들면 서로 아픈 이야기만 하는데 아픈 이야기는 하나씩만 하자고 합니다주변 사람들에게 많이 쓰고 가자고 남편에게 늘 말합니다지금이 제 인생의 황금기입니다세상에서 가장 먼 길은 머리에서 가슴까지의 길이라는데팔십 대 패셔니스트 이 모씨는 그 먼 길을 걸어 목적지를 코앞에 두고 있다

미셀러니 2025.04.10

기쁨의 고지(Pleasant Ridge)

집 가까이에 커뮤니티 센터가 있다. 이름하여 노스 쏜힐 커뮤니티 센터(North Thornhill Community Center). 이 커뮤니티 센터에는 수영장, 체육관, 데이 케어, 아트 룸 등이 있다. 연접한 건물은 도서관이다. 재미있는 건 이름이다. 지금까지 내가 보아온 그 어떤 이름보다도 멋지고 아름답다. 플레즌트 리지 라이브러리(Pleasant Ridge Library), 번역하면 기쁨의 고지 도서관쯤 될까. 사방이 커다란 창으로 안과 밖이 자연스레 연결되어 있고 책과 잡지, 신문이 가지런히 놓인 곳. 책상에 앉으면 그 어떤 꿈이라도 꿀 수 있는 곳. 이곳에 오면 기쁨의 고지에 오른 것 같은 만족과 희열을 느낀다. 기쁨의 고지(Pleasant Ridge)라는 말을 음미해 본다. 기쁨은 고지와..

미셀러니 2025.04.03

골든 포레스트 탄소금식 3주 차

이틀 동안 아이비 글랜 폰드(Ivy Glen Pond)와 골든 포레스트(Golden Forest)라 불리는 Cook Woodlot*을 걸었다. 시멘트나 아스팔트로 포장된 길을 걸을 때와 흙을 밟으며 걸을 때의 느낌이 확연히 달랐다. 먼 조상 때부터 자연의 품속에 살던 기억이 유전자에 기록되어 오늘의 나에게 전해진 탓이리라. 숲으로 난 길은 더 검게 보였다. 켜켜이 쌓인 낙엽이 분해되어 흙으로 스며든 까닭이 아닐까. 유난히 산을 좋아했던 선배가 있었다. 선배는 자주“서울에 살면 흙을 밟을 수 없어서 사는 게 사는 게 아니야.”라고 말하곤 했다. 사십여 년 전 한숨 쉬듯 내뱉던 상화 선배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였다. 선배는 숲이 좋아 일찍 숲으로 갔다. 3월 27일 Golden Forest(Cook W..

미셀러니 2025.0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