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셀러니 322

잊지 못할 선생님(고승만,이순섭)

본 시니어 대학에서 강의해 온 지도 10년이 넘었다. 그동안 적지 않은 분들과 문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참가자들은 글을 쓰면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았고 차분히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글쓰기를 처음 접하는 분들이 대부분이었는데 함께 하는 시간이 늘어갈수록 글의 내용이 좋아졌고 읽기와 쓰기의 재미를 알아가시는 듯하였다. 안타깝게도 팬데믹 기간에는 수업을 진행할 수 없었다. 3~4년 공백 기간 중 함께했던 몇 분이 세상을 떠났다. 특별히 고승만 선생님이 잊히지 않는다. 팬데믹 기간 중이라 문병도, 문상도 제대로 할 수 없어 아쉽고 서운했다. 고승만 선생님은 글쓰기 반을 처음 만들고 수업을 시작할 때부터 함께 하신 분인데 외롭고 쓸쓸하게 세상을 떠나셨다는 생각을 하면 안타깝다. 할아버지는 내게 한소(閑..

미셀러니 2024.05.03

나이아가라에서

저렇게 쏟아져 내리다가 언젠가 바닥을 드러내는 건 아닐까 내 안에 사랑의 강물도 굽이쳐 흘러 천둥소리로 쏟아져 내렸으면 좋겠네 흐르고 흘러도 마를 날 없었으면 참 좋겠네 세월이 흐를수록 자녀들 특히 손주들과 함께 하는 기쁨이 커져만 간다. 자녀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바라보기만 해도 좋고 함께 하는 시간이 소중하기만 하다. 언젠가 세상을 떠나더라도 후손들이 행복하고 보람 있게 살아가리라는 믿음의 증거를 확인하기에 더욱 그러하리라. 천둥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폭포수 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도 좋고 장엄하게 떨어지는 물줄기를 바라보는 것도 좋다. 수선화와 튤립을 바라보는 것도 좋고, 흐르는 물소리 새소리를 듣는 것도 좋다. 나이아가라에서 사랑하는 아내, 사위와 딸들, 손주들과 함께 한 시간은 오래도록 사라지지 않..

미셀러니 2024.04.30

늦은 때는 없다

남편을 먼저 떠나보낸 그녀는 홀로 쓸쓸히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던 차 딸이 말했다. 한 방송사에서 할머니 역을 찾는데 한번 도전해 보면 어떻겠느냐고. 연기라고는 해 본 적이 없는데 할 수 있을까 싶어 며칠을 망설였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용기를 내어 도전하기로 마음먹었다. 딸의 도움으로 오디션 영상을 만들어 방송사로 보냈다. 당연히 떨어졌을 거라 생각하며 잊어버리고 지내던 어느 날 면접 보러 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수많은 경쟁자들 중에서 후보로 뽑힌 것이다. 최종면접에서 그녀는 당당히 출연자로 확정되었다. 오디션 영상을 만들어 보내고, 오디션을 보고, 출연자로 선정되고, 몬트리올 인근 한 세트장에서 촬영을 하는 이 전 과정을 얼마 전 세상을 떠난 남편이 보내준 선물이라 생각..

미셀러니 2024.03.13

K 권사

P 선배는 3월 9일(토요일) 저녁 노스욕에서 있은 연주회에 몇 사람을 태워 함께 가기로 하였다. P선배 내외는 K권사를 태우고 패신저 픽업으로 갔다. 핀치 패신저 픽업에서 기다리기로 한 다른 두 명을 픽업하기 위해서였다. 미스 커뮤니케이션이 있었는지 패신저 픽업에는 세 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선배는 무척 난처했다. 정원이 다섯이라 여섯 명 모두를 태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이때 K권사께서 다른 일이 있다며 슬그머니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는 무작정 앞으로 걸어갔다. 패신저 픽업에서 기다리고 있던 세 분이 무안해할까 봐 그렇게 하신 것이다. 보통 사람 같으면 기다렸던 세 사람 중 한 명이 떠나기를 바라거나 다른 해결책을 찾으려 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차에서 내린 K권사는 누군가 자신을 태우러 와달라고 부..

미셀러니 2024.03.11

표지판

토론토를 출발하여 나이아가라 온 더 레이크(Niagara on the Lake)로 왔습니다. 버펄로로 향하는 길에 실커스 레스토랑(Silks Country Kitchen*)에 들러 아침 식사를 하기 위함입니다. 오는 길은 온통 포도밭이었습니다. 온타리오주의 세인트 캐서린즈(St. Catharines)와 나이아기라 온 더 레이크는 기후가 온화하여 포도를 재배하기에 유리한 곳이지요. 와이너리에 둘러 쌓인 조용한 마을에 실커스 레스토랑이 있습니다. 동네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자주 찾으시는 맛집입니다. 이날 아침도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손님으로 가득했습니다. 커피와 함께 VIRG’S BIG BREAKFAST와 2 EGG BREAKFAST로 푸짐한 이침 식사를 즐겼습니다. 서빙하시는 분들도 샹냥하고 친절하여 기분이..

미셀러니 2024.03.08

나이듦이 선물이 되게 하려면

1. 신체능력이 저하된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여유를 가져라. 2. 일이나 봉사활동 등 목적성이 분명한 활동을 하라. 3. 자주 웃고 관대함을 발휘하라. 4. 받은 만큼 세상에 돌려주라. 5.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새로운 것에 도전하라. 6. 나보다 먼저 죽지 않을 젊은 친구를 사귀어라. 침상에 누워 삶에 대한 회한에 잠기는 노인과, “내 삶에서 말년이 가장 행복하다” 말하는 노인의 차이는 무엇인가? 행복한 노년은 거저 오지 않는다. 건강하고 행복한 80세는 수십년 전부터 차곡차곡 쌓아 올린 노력의 결과물이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행복의 40%는 유전자에 의해 결정되고, 15%는 환경의 영향을 받으며, 40%는 노력에 달려 있다. The gift of Aging의 저자가 인터뷰한 90대 할머니 릴리 코언..

미셀러니 2024.03.02

엄마아빠의 말과 사랑

벤 카슨은 몸은 하나인데 머리 뒤쪽이 붙은 샴쌍둥이를 분리하는 수술로 유명한 신경외과 의사이다. 어머니의 격려와 도움으로 어린 시절 문제아에서 세계적인 뇌수술 전문의가 되고 트럼프 행정부에서 장관(United States Secretary of Housing and Urban Development)으로 일하기도 했다. 벤은 흑인으로 가난한 가정의 싱글맘 손에서 자랐다. 공부는 꼴찌에 가까웠고 성적표엔 F가 수두룩했다. 친구들은 물론 선생님까지도 놀려댔지만 자신은 오히려 당연하다는 듯 “나는 바보야 아무것도 잘하는 게 없어”라고 말하곤 했다. 벤의 엄마는 “너는 절대로 바보가 아니다. 너는 무슨 일이든 마음만 먹으면 할 수가 있어”라고 독려한다. 청소하러 다니는 집주인의 서재에 꽂힌 책들을 보고 큰 감동을..

미셀러니 2024.01.11

꾀병과 셀레브레이션(덜 움츠리고 덜 비난하고 더 많이 셀레브레이션하자)

연말 그러니까 12월 31일 오후부터 몸이 으스스하고 아프기 시작했다. 목이 뜨끔뜨끔하고 이곳저곳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 왔다. 2023년 마지막 날 주일 예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오후 내내 쉬었다. 헬스클럽도 오후 1시에 문을 닫는다고 예고해 주었으니 잘 된 일이었다. 저녁에는 한국을 방문하고 돌아오는 딸 네 가족을 피어슨 공항에서 픽업하여 집까지 데려다주었다. 보통 때 같으면 무리해서라도 송구영신 예배에 참석할 터였지만 쉬기로 했다. 대개 이런 유의 몸살감기는 하루이틀 쉬면 정상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달랐다. 일주일이 되도록 불편함이 계속되었다. 콧물이 나고 코맹맹이 소리를 하고 특정 부위를 바늘로 쑤시는 듯한 아픔도 멈추지 않았다. 누워서 앓자니 꼴사나울 일이고 아무렇지도 않은 ..

미셀러니 2024.0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