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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산책로, 그저 춤추면 되지, 너에게 묻는다, 어語시장

오늘은 괜찮니,문자가 왔다답장을 보내고천변 산책로에 간다오리는 저녁에도멈추지 않고수면 아래 물살을 헤친다산다는 것은 움직이는 것이구나접시꽃이 꼬무작거리며꽃문을 연다삼킬 듯바람이 불어가지를 흔들고쏟아붓듯굵은 빗줄기 내리던저녁이었다창가에 앉은 아내는나뭇가지가 춤춘다며어깨 위로 손을 뻗어버드나무 가지처럼 이리저리 흔든다예순다섯을 훌쩍 넘긴 나이노가다판에서 종종걸음치다 돌아와서도피곤한 기색 잊은 채몸짓으로 노래를 부른다바람이 세차게 불면몸을 조금 숙이면 되지허리를 낮추면 되지바람에 몸을 맡기고바람이 이끄는 대로그저 춤추면 되지꽃이 대충 피더냐이 세상에 대충 피는 꽃은 하나도 없다꽃이 소리 내며 피더냐 이 세상에 시끄러운 꽃은 하나도 없다꽃이 어떻게 생겼더냐이 세상에 똑같은 꽃은 하나도 없다꽃이 모두 아름답더냐이..

문학일기 2026.05.25

당신은 관광객인가요, 순례자인가요?/동아일보 고영건의 행복 견문록에서

관광객은 요구하고 순례자는 감사한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원작자가 알려지지 않았고, 고전 문헌을 통해 출처를 찾는 것도 어렵다. 하지만 스페인어권에서 시작돼 사람들 사이에서 지속적으로 전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구전 지혜(folk wisdom)’라고 할 수 있다. 5월을 ‘감사의 달’이라고 한다.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는 기념일들이 모여 있기 때문이다. 어린이날(5일), 어버이날(8일), 스승의 날(15일), 부부의 날(21일). 정말이지 5월은 감사의 지혜를 배우고 실천하기에 참 좋은 달이다. 중요한 점은 단순히 누군가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한다고 해서 행복한 삶이 보장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억지춘향 격의 감사 표현은 그 효과 역시 기대하기 어렵다. 이러한 예로는 진심이 아니라 그저 의무감에서 ..

가정의 달, 고독을 생각하다/이주향

5월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부부의 날, 가족을 강조하는 날들이 모여 있는 가정의 달이다. 당신에게 엄마는, 아빠는 어떤 존재인가, 주고 또 줘도 아까운 게 없고, 받고 또 받아도 부담스럽지 않은 관계이기만 한가. 혹, 사랑한 만큼 기대하고, 기대한 만큼 외로워지지는 않았는지. 그리고 형제자매는? 우애도 배우고, 연대도 배웠지만, 또 갈등하기도 하고, 대립하기도 하지 않았는지. 좋을 때는 가까운 친구지만 못마땅할 때는 진짜 아픈 적이었던 적은 없는지. 어린 시절 본능적으로 쏟아 내렸던 사랑은 다 잊고 부모를, 가족을 버거워하는 이들이 많고,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 이럴 수 있냐며 남은 것은 허탈감뿐이라고 자식을 향해 시위하는 부모도 꽤 있다. 사랑이란 이름으로 얽히고설킨 진한 인연의 영혼들이 서..

Boyne Valley Trail

John Kim's Hiking Club 2026년 5월 Tracking을Sherborne 근처 Boyne Valley trail (한인들이 왕릉이라고 부름)을 다녀왔다. 트레일은 Murphy's Pinnacle Side Trail과 연결되어 있었다. 가는 길은 Hwy400으로 올라가다 Hwy9으로 빠져 30여 칼로미터를 가다가 Airport Road(route 18)로 우회전하여 Hwy89까지 올라간다. Hwy89를 가다가 1st Lane을 만나면 우회전하여 조금 올라가면 된다. 차를 세울 수 있는 곳의 주소는 716231 1st Lane East이다. - 2026년 5월 8일

미셀러니 2026.05.15

행복론, 밥 냄새, 3꽃 6짝 5동도

1멀리서 보면보석인 듯주워서 보면돌맹이 같은 것울면서 찾아갔던 산 너머 저쪽2아무데도 없다행복이란 스스로 만드는 것마음속에 만들어 놓고혼자서 들여다보며가만히 웃음 짓는 것3아아 이게 모두과일나무였던가웃으며 돌아온 초가삼간가지가 찢어지게 열매가 익었네온 집 안에 밥 냄새 가득해서이 세상 모든 향기가 소용없어라 저 홀로 피어나던 마음처럼 조용조용 살아오르는 밥 냄새 꿈은 많을수록 좋다. 또, 꿈은 펄펄 살아 날뛰는 생물일수록 좋다. 이 생물을 낚기 위해서는 꿈의 바다에 낚싯대를 드리워야만 한다. 인생의 심해에서 꿈을 건져 올리는 일, 그 짜릿한 손맛은 '꿈의 낚시'를 해 본 사람만이 체험할 수 있다. 낚을 것이 많은 낚싯대가 춤을 잘 추듯이 꿈이 많은 사람은 삶의 리듬을 잘 탄다. 삶의 리듬을 타는 일,..

문학일기 2026.04.29

진짜 낚시꾼

이른 아침부터 세월만 낚던 그 사람해거름에서야 자리를 뜨네 빈손으로뿌리째 건져 올린 뒷산 저만큼 놓아두고잠시 폈던 마음꽃 지는 어둑한 도심으로 시인은 저수지에서 낚시를 했던 모양이다. 저수지의 맑고 고요한 수면에는 뒷산의 모습이 어렴풋하게 어리어 비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시인은 어쩐 일인지 물고기를 낚는 일에는 통 관심이 없다. 아침 일찍 와서 시간만 낚는다. 혹은 물속에 얼비친 뒷산을 건져 올린다. 이즈음이라면 뒷산에는 진달래가 피고 산벚꽃이 만발했을 것이다. 시인은 심심하고 지루한 시간만을 보내다 날이 저물 무렵에 자리를 털고 일어선다. 물에 잠긴 뒷산도 그대로 그냥 둔다. 그러곤 제법 어두워진 도시를 향해 돌아간다. 그런데도 저수지에 와서 낚싯대를 드리웠던 동안은 마치 꽃이 활짝 피듯이, 접..

문학일기 2026.04.14

오래 만진 슬픔, 문자, 불편한 동침

이 슬픔은 오래 만졌다지갑처럼 가슴에 지니고 다녀따뜻하기까지 하다제자리에 다 들어가 있다이 불행 또한 오래됐다반지처럼 손가락에 끼여 있어어떤 때에는 표정이 있는 듯하다반짝일 때도 있다손때가 묻으면 낯선 것들 불편한 것들도남의 것들 멀리 있는 것들도 다 내 것문 밖에 벗어놓은 구두가 내 것이듯갑자기 찾아온이 고통도 오래 매만져야겠다주머니에 넣고 손에 익을 때까지각진 모서리 닳아 없어질 때까지그리하여 마음 안에 한 자리 차지할때까지이 고통 오래 다듬어야겠다그렇지 아니한가우리를 힘들게 한 것들이우리의 힘을 빠지게 한 것들이어느덧 우리의 힘이 되지 않았는가격월간 '녹색평론' 2019년 9-10월호다음 생애있어도없어도지금 다 지워져도나는너의 문자너의 모국어로 태어날 것이다 우리는 정지용이라는 시인의 이름을 곧잘..

문학일기 2026.04.10

안개, 남신의주 유동 박씨봉방, 추억

아침 저녁으로 샛강에 자욱이 안개가 낀다이 읍에 처음 와 본 사람은 누구나거대한 안개의 강을 건너야 한다앞서간 일행들이 천천히 지워질 떄까지쓸쓸한 가축들처럼 그들은그 긴 방죽 위에 서 있어야 한다문득 저 홀로 안개의 빈 구멍 속에갇혀 있음을 느끼고 경악할 때까지어떤 날은 두꺼운 공중의 종잇장 위에노랗고 딱딱한 태양이 걸릴 때 까지안개의 군단은 샛강에서 한 발자국도 이동하지 않는다출근길에 늦은 여공들은 깔깔거리며 지나가고긴 어둠에서 풀려나는 검고 무뚝뚝한나무들 상로 아이들은 느릿 느릿 새어 나오는 것이다안개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처음 얼마동안보행의 경계심을 늦추는 법이 없지만, 곧 남들처럼안개 속을 이리 저리 뚫고 다닌다 습관이란참으로 편리한 것이다 쉽게 안개와 식구가 되고멀리 송전탑이 희미한 동체를 ..

문학일기 2026.03.21

오곡밥

아가페 센터 탁자에 둘러앉아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며 밤잠 설치며 만들어 온 오곡밥을 먹는다정월대보름이라고 넉넉한 마음으로 준비한 오곡밥 한술 떠 입에 넣으니만리 고향땅 고샅길이 보이고 초가집 온돌방에 둘러앉아 부럼 깨자 외치는 한 꼬마가 보인다공부하러 왔다가어린 자녀들 생각에 눌러앉게 되고이 도시 저 도시 이사 다니며짐을 싸야 했던 이야기에눈앞이 뿌옇다살기 위해 몸부림치던 날 들 떠올리며 퍼 먹는 오곡밥 김천순 자매가 25년 전 성악공부를 하러 왔다가 캐나다에 정착하게 되는 과정에 대해 들려주었다. 이야기를 들으며 서로를 이해하게 되고 가까워지는 느낌이다. 친밀감을 더 느꼈다고나 할까. 전종희 자매는 오곡밥을 만들어 와 한통씩 나누어 주었다.

수필·시 2026.03.09

<역광의 세계/안희연>외 8편의 시

아래의 글은 나민애 저 '단 한 줄만 내 마음에 새긴다 해도'와 반칠환 저 '당신의 짐이 당신의 날개'에서 가져와 일부 수정한 것임을 알려둔다. 시는 마음의 조각이다. 낯 모르는 누군가가, 내가 모르는 때에, 내가 모르는 장소에서 날려 보낸 한 조각이 바로 ‘시’다. 결코 내 것이 아닌 남의 마음인데 읽는 순간 그 조각에 내 마음이 박힌다. ‘어? 여기 내 마음이 나보다 먼저 도착해 있었네,’ 이런 생각이 드는 순간, 이 외로운 지구는 더 이상 외롭지 않아 진다. –나민애 著 [단 한 줄만 내 마음에 새긴다고 해도] 2025,포레스트 북스 刊은행나무를별 닦는 나무라고 부르면 안 되나비와 바람과 햇빛을 쥐고열심히 별을 닦던 나무가을이 되면별가루가 묻어 순금빛 나무나도 별 닦는 나무가 되고 싶은데당신..

문학일기 2026.0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