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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있을 나의 죽음에 부쳐

나는 내가 꾸었던 꿈을 이루었습니다. 나 자신에게 대견하다고, 잘했다고 칭찬해주고 싶습니다.나는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게 노력하며 살았습니다. 내 삶에 후회는 없습니다. 사랑하는 아내 배윤주 씨 당신을 만나 참 행복했어요. 내가 당신 마음 아프게 한 것 있으면 용서하시구려. 당신은 참 마음이 넓고 착한 사람이었소. 당신이 있어 내가 있었고 내 사랑하는, 자랑스러운 자녀손들이 있는 거라오. 부디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사시다가 천국에서 만납시다. 고맙소.나는 충분히, 아주 많이 행복했다. 너희들도 행복하게 살아라. 너희의 행복이 늘 나의 행복이었고 감사의 제목이었다.두 딸과 사위, 손주들은 나의 자랑이자 기쁨이다. 세상에 너희보다 훌륭한 딸, 사위, 손주는 없을 것이다.가끔 시를 읽으며 살았으면 좋겠구나.연..

미셀러니 2024.12.12

관조하는 삶

젊은 시절 목표지향적인 삶을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이라 믿었다. 목표를 분명히 하고 그 목표를 향하여 매진할 때 꿈은 이루어질 것이라 믿으며 앞만 보고 달렸다. 호랑이를 그리려 애써야 고양이라도 그릴 수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칠십이 코 앞인 지금에 와서 다시 생각해 보아도 목적 지향적이고 목표 지향적인 삶을 사는 건 무척 중요하고 필요한 일이다. 한편 평안한 삶, 관조하는 삶, 휴식이 있는 삶, 일과 휴식을 병행하는 삶의 중요함도 더 깊이 인식하게 된다. 목표지향적인 삶을 살면서도 얼마든지 관조할 줄 아는 마음의 여유와 관조할 줄 아는 눈을 지닐 수 있으리라. Work and Life Balance(일과 휴식, 일과 여유)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겠다. ‘관조하는 삶’의 저자 한병철 씨는 열정적으..

미셀러니 2024.11.16

대를 잇는 모국어 사랑

토론토에 이주하여 산 지도 삼십 년이 되었다. 고국을 떠나 캐나다 토론토에 도착하였을 때 딸들은 여덟 살과 다섯 살이었다. 아내는 아이들에게 집에서 한국어 쓰기를 강요했다. 막 영어를 배우기 시작했을 무렵 몇 년 동안은 어려움이 없는 듯 보였다. 하지만 영어를 어느 정도 익힌 후에는 친구들과 영어로 소통하는 걸 더 편하게 여겼다. 교포 자녀들도 한국어보다는 영어를 편하게 생각하는 친구들이 많았다. 아내는 집에서 영어를 쓰면 불호령을 내렸다. 밥을 주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아내가 집을 비울 때면 두 딸은 영어로 대화하고 엄마가 외출에서 돌아오면 한국어로 이야기하기도 했다. 피아노 선생님이었던 아내는 출장 레슨이 잦았다. 자녀 둘만 집에 머무를 때가 많았기에 집에서는 한글만 쓴다는 원칙이 잘 ..

미셀러니 2024.10.31

생성과 소멸

샛노란 단풍잎이 떨어져 카펫으로 펼쳐진 숲길(golden forest)을 걸으며 수십수백수천수만 년 동안 되풀이 된 일들을 생각했다. 봄이면 싹을 틔우고 여름이면 무성한 잎으로 숲을 가득 채웠다가 가을이면 낙엽 되어 대지를 뒤덮는 일을 몇 번이나 되풀이하였을까? 피우고 떨어트리기를 반복하며 흙 속 자양분이 되어주는 저 잎들. 이불 되어 대지를 감싸는 단풍나무숲길을 걸으며 영원을 생각했고, 나무가 되기를 원했던 영혜를 떠올렸다.

미셀러니 2024.10.24

내가 존경하고 사랑하는 최경주 선수

10월 7일 자 조선일보에 실린 최경주 선수의 인터뷰 기사(김윤덕이 만난 사람: 벙커에 빠진 인생? 안되면 들고 나와라, 거기가 끝이 아니다)를 읽었다. 자기 관리를 철저히 하는 그의 이야기를 읽으며 도전을 받는다. 하기 싫어도 해야 할 운동은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한다고 했다. 그런데 나는 최근 헬스클럽을 일주일에 두세 번 정도밖에 가지 못했다. 근육운동은 일주일에 한 번가량 했었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라고 한 최경주 선수의 말에 크게 도전을 받는다. 최 선수는 매일 말씀을 읽고 말씀에서 힘을 얻는다고 했다. 나도 말씀 읽고 묵상하고 있지만 말씀이 삶으로 체화되어 살아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때가 잦다. 차세대를 위하여 그가 하는 노력을 접하며 이 또한 도전이 되었다. 나도 차세대를 위해 무언가 ..

미셀러니 2024.10.07

버킷 리스트

내가 세상에 나와해보지 못한 일은스키 타기, 요트 운전하기, 우주선 타기,바둑 두기, 그리고 자동차 운전하기(그런 건 별로 해보고 싶지 않고)내가 세상에 와서제일 많이 해본 일은책읽기와 글쓰기, 사람들 앞에서 말하기컴퓨터 자판 두드리기, 자전거 타기,연필 그림 그리기, 마누라 앞에서 주정하기,그리고 실연당하기(이런 일들은 이제 그만해도 좋을 듯하고)내가 세상에 나와꼭 해보고 싶은 일은사막에서 천막을 치고 일주일 정도 지내며 잠을 자기,전영애 교수 번역본 ‘말테의 수기’ 끝까지 읽기,너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듣기(그런 일들을 끝까지 나는 이룰 수 있을른지…)오늘도안녕!너의맑은 영혼의 호수에내가구름 그림자 되지 않기를!꺼졌던 전깃불 다시살아나듯이.너에게 사랑 받고 싶다아니다지금이라도 너를사랑하고 싶다.너를 안..

문학일기 2024.10.01

아침에 시 한 편(보석/박철 외)

싼 것이 편한 인생이 있다 팬티도 양말도 런닝구도 싼 것을 걸쳐야 맘이 편한 사람들이 있다 한 번 산 운동화를 사골 고듯 신고 다니는 그런 사람들이 보석처럼 지키는 한 가지가 있다 그렇게 싼 것을 걸침으로써 그들에게 밸런스를 맞추고 음양의 조화를 이룬다고 생각하는 소중한 무언가가 하나씩은 있다 지금 나의 남루 속에 천금같이 숨겨져 있는 것은 무엇인가 청노새 눈망울처럼 절실한 그리움의 보석은 무엔가 무엔가 말이다 어젠는 분명 긴 봄밤이었는데 오늘 잠을 깨니 단풍 이는 가을 새벽이었다 짧은 꿈속에서 조용히 흔들리던 묽은 떨림 일장춘몽 속에 나 진정 세상 모두를 사랑하였으므로 내겐 세상 하나가 반짝이는 옥빛 구슬이었다 한없이 걸어들어가는 구슬문이었다 사랑은 덧없이 싼 가을 낙엽이었으나 나 오늘도 보석 같은 단..

문학일기 2024.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