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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 있는 자들'과 '아노라'

2025 한국일보 신춘문예 소설 부분 당선작 길란의 ‘복 있는 자들’을 읽다. 빈부의 격차가 커져가는 시대의 사회상을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엄마와 딸이 경험하는 절망을 실감 나게 그려냈다. 아카데미 작품상(2025)을 받은 영화 ‘아노라’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주제와도 일맥상통한다는 생각이다. 쳇지피티는 '영화 아노라를 어떤 관점에서 보아야 하나요?'라는 내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했다. "영화 **《아노라》(Anora)**는 스트립 댄서로 일하는 주인공 애니(본명 아노라)가 러시아 재벌 2세 이반과 결혼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립니다. 이 작품은 단순한 드라마를 넘어, 사회적 계층과 인간의 욕망, 그리고 자아의 의미를 탐구하는 깊이 있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 관람 시 주목할 점: (1) 사회적 ..

미셀러니 2025.03.12

오크리지 트레일 탄소금식 1주차

눈 덮인 산길은 눈부셨다.줄지어 늘어선 고목의 기지개 소리가 들려왔다.두 팔을 뻗어나무인양 서 있었고언덕을 걸으며 김상용 시인의 시를 읇조렸다.남(南)으로 창(窓)을 내겠소밭이 한참갈이괭이로 파고호미론 풀을 매지요구름이 꼬인다 갈 리 있소.새 노래는 공으로 들으랴오강냉이가 익걸랑함께 와 자셔도 좋소왜 사냐건웃지요2025년 3월 10일 오크리지 트레일 탄소금식 1주 차

미셀러니 2025.03.11

고백(Pleasant Ridge Library in the morning)

"너는 누구인가?나는 모든 것을 지배하는 시간이다.…머리카락은 왜 얼굴 앞에 걸쳐 놓았지?나를 만나는 사람이 쉽게 붙잡게 하려고.그런데 뒷머리는 왜 대머리인가? 내가 지나가고 나면 다시는 붙잡을 수 없도록 하기 위해서지." 한 학생이 엎드려 잠을 잔다. 지금은 아침 9시 30분. 당연히 학교에 있어야 할 시간 도서관 책상 앞에 엎드려 잠자고 있다. 길 하나만 건너면 바로 학교인데. 잠시 후 친구로 보이는 남학생 둘이 책가방을 들고 나타났다. 두 녀석들도 테이블 빈자리에 앉았다. 한 친구가 슬그머니 가방에서 카드를 꺼냈다. 포카라고 불렸던 카드다. 잠자던 학생을 비롯한 세 명의 친구들은 카드놀이를 시작한다. 정숙을 유지해야 하는 장소임을 잊고 떠들어 댄 지는 이미 오래. 사서인 듯 보이는 키카 크고..

미셀러니 2025.02.28

깊이 묻다/김사인 외

사람들 가슴에텅 빈 바다 하나씩 있다사람들 가슴에깊게 사무치는 노래 하나씩 있다늙은 돌배나무 뒤틀어진 그림자 있다사람들 가슴에겁에 질린 얼굴 있다충혈된 눈들 있다사람들 가슴에막다른 골목 조선낫 하나씩 숨어 있다파란 불꽃 하나씩 있다사람들 가슴에후두둑 가을비 뿌리는 대숲 하나씩 있다“좋은 말, 산 말을 잘하려 애쓰는 것이 시의 본래 자리이지요. 동시에 노래였고요. 말한다는 것의 근본, 울고 노래한다는 것, 다시 말해 시의 근본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해야 합니다. ‘종이 위에 쓰인 시’ ‘비유와 이미지 등에 기대서 행과 연을 나눈 서정적인 줄글’이어야 시라고 여기는 우리의 고정관념은 덫일 수 있습니다. 벗어나야 시다움에 대해 제대로 생각할 수 있다고 봅니다.”“시는 애쓴 말입니다. 고단백의 에너지체여서..

문학일기 2025.02.24

셀레브레이션

당신 수고 많았어당신도 고생했어우리가 이곳으로 온다고 했을 때 참 겁도 없었다아는 이라고는 없는 곳에 어린 새끼 둘을 데리고 어떻게 그런 마음을 먹었을까걱정도 되고 해서 상계동에서 방이동까지 매일 새벽 운전해 다니며 사십일 작정기도도 했었지그게 벌써 삼십 몇 년 전의 일이야훌쩍 자란 새끼들은 자신들의 보금자리로 날아간 지 오래고 손주도 네 명이나 생겼네하루하루 꿈꾸며 살다 보니 여기까지 왔어오늘이 토론토로 이주해 온 지 삼십 년 된 날이야아내와 마주 앉아 먹는 짜장면은 살아온 세월만큼이나 쫄깃했다 토론토로 이주해 온 지 삼십 년이 되는 날 아내와 해룡반점으로 짬짜면을 먹으러 갔다. 캐나다로 이주할 결심을 하며 미지의 나라로 간다는 생각에 불안한 마음이 많았다. 일가친척이나 친구라고는 없는 낳선 나라..

미셀러니 2025.02.24

채근(採根)을 듣다

아내의 채근을 듣고마음이 상했다면 그것은이슬에 입술을 베는 것이슬에 입술을 베어봐야이마가 환해지지마음도 넓어지지아내의 채근? 이슬에 입술을 베는 것이라 생각하면 돼. 이슬에도 입술을 베어봐야 이마가 환해지지. 내성(耐性, tolerance)이 생기지. 마음도 넓어지지.ㅋㅋㅋ* 안도현 시인의 시 '구절초'에 나오는 싯구를 인용하였습니다.

미셀러니 2025.02.13

공감할 줄 아는 사람은 이렇게 합니다

공감할 줄 아는 사람은 이렇게 합니다. 1) 적극적으로 듣습니다. 상대방의 말에 집중하고 경청합니다. 말할 때 끼어들지 않고, 진심으로 이해하려 애씁니다. 2) 상대방의 감정을 읽습니다. 상대방의 말뿐 아니라 표정, 몸짓, 어조 등 비언어적인 언어도 주의 깊게 관찰합니다. 이를 통해 상대방의 진짜 감정을 더 잘 이해하게 되지요. 커뮤니케이션의 80%는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을 통하여 일어난다는 것을 잘 인지하고 있습니다. 3) 공감적 반응을 보입니다. 상대방의 감정에 공감하는 말과 행동을 보입니다. “그런 일이 있었구나, 정말 힘들었겠다.”와 같이 상대방의 감정을 인정하고 공감하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4) 판단하지 않습니다. 상대방의 감정이나 행동을 비판하거나 판단하지 않습니다. 각자의 상황과 배경이 다르..

미셀러니 2025.02.12

자신의 이야기를 쓰세요

시를 외우고 있다. 첫 단락을 외웠다 싶으면 둘째 단락을 잊어버리고 둘째 단락을 외웠다 싶으면 첫째 단락을 얼버무리기 일쑤다. 부사나 조사를 바꾸어서 외우고 형용사나 접속사를 빼먹곤 한다. 그나마 주어 동사만 잘 기억할 수 있어도 다행이다. 시를 외우기 시작한 건 우연한 기회에 나눈 이야기 때문이었다. 소그룹 모임에서의 일이었다. 한 해 동안 하고 싶은 일을 구성원들과 함께 나누었다. 마침 천상병 시인의 ‘귀천’을 외우고 있었는데 무심결에 시를 열 편쯤 외우고 싶다고 말했다. 이후 한 달여 지내는 동안 열 편 남짓한 시를 외웠다. 한 달 동안에 외운 걸로 따지면 그리 나쁜 편은 아니나 토씨하나 틀리지 않게 외울 수 있는 시가 몇 편이나 될까 생각하면 머리를 긁적이게 된다.어느 날 아내가 속삭이듯 조용히 ..

문학일기 2025.01.31

아내가 춤을 추었다

아내가 춤을 추었다. 늦은 밤 본 영화에서 주인공들이 춤추는 장면에 꽂혔나 보다. 귀에 익은 노래와 리듬이 나왔고 음악에 맞추어 아버지와 딸이 춤을 추기에 따라서 추었다고 했다. 아내는 노래를 찾아달라고 했다. BUGGLES의 ‘Video Killed The Radio Star’라는 노래였다. 아내는 리듬을 타면서 허공에 손을 흔들어댔다. 로봇인양 각을 만들기도 하고 날갯짓을 하며 닭처럼 카펫 위를 뛰었다. 춤에 대한 글을 익었다. “춤추는 몸짓엔 메시지가 있습니다. 발등 위에 어린아이를 올리고 왈츠곡에 발을 맞추면 거실은 사랑으로 가득한 무대지요. 강가에서 숨어서 본 큰고니들의 고운 날갯짓에 자연과 더불어 살고 싶다는 간절함도 품게 됩니다. 자작나무 잎의 작은 떨림은 달뜨게 살아온 삶을 조용히 뒤돌아..

문학일기 2025.01.31

어느 늦은 저녁 나는/한강

어느늦은 저녁 나는흰 공기에 담긴 밥에서김이 피어 올라오는 것을 보고 있었다그때 알았다무엇인가 영원히 지나가버렸다고지금도 영원히지나가버리고 있다고밥을 먹어야지나는 밥을 먹었다-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2013투명한 물결 아래희고 둥근조약돌을 보았지해맑아라,하나, 둘, 셋거기 있었네파르스름해 더 고요하던그 돌걸음마 시작한 손자 안고 거울을 본다손자도 거울 속을 들여다본다잠시 얼굴 돌려 골똘히 나를 올려다본다거울과 현실 그 사이에, 내가 있다거울을 넘어온 손자의 눈동자에 내가 가득 찬다거울 속 얼굴 돌려 나를 올려다보는 손자를 나도 본다내가 한결 더 맑아졌다그 눈길로 이 세상을 바라본다“아기의 눈빛으로 아기의 눈길로 세상을 바라보면 이 세상은 좀 더 온유해질 것이다. 매섭고 싸늘한 눈초리를 버리고 아기의 ..

문학일기 2025.0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