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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판

토론토를 출발하여 나이아가라 온 더 레이크(Niagara on the Lake)로 왔습니다. 버펄로로 향하는 길에 실커스 레스토랑(Silks Country Kitchen*)에 들러 아침 식사를 하기 위함입니다. 오는 길은 온통 포도밭이었습니다. 온타리오주의 세인트 캐서린즈(St. Catharines)와 나이아기라 온 더 레이크는 기후가 온화하여 포도를 재배하기에 유리한 곳이지요. 와이너리에 둘러 쌓인 조용한 마을에 실커스 레스토랑이 있습니다. 동네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자주 찾으시는 맛집입니다. 이날 아침도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손님으로 가득했습니다. 커피와 함께 VIRG’S BIG BREAKFAST와 2 EGG BREAKFAST로 푸짐한 이침 식사를 즐겼습니다. 서빙하시는 분들도 샹냥하고 친절하여 기분이..

미셀러니 2024.03.08

얼마나 억울했을까

텃밭을 일구겠다고 집을 마구 헤집어 놓았을때 너는 얼마나 원망스러웠을까 삽 끝이 밀고 들어와 몸을 댕강 잘라놓아도 하소연 한마디 못한 너는 얼마나 억울했을까 비명 한번 지르지 못하고 집밖으로 내 던져져 이리저리 몸을 뒤집고 있는 가여운 너는 한 사람이 앉아 있는 방 안으로 한 사람이 들어와 앉는다 먼저 앉아 있던 사람이 자리를 고쳐 앉는다 그래도 방 안은 하나도 좁아지지 않는다 또 한 사람이 들어와 앉는다 먼저 앉아 있던 두 사람이 다시 자리를 고쳐 앉는다 여전히 방 안은 하나도 좁아지지 않는다 아무도 말이 없다 서로 말 없는 서로의 말을 알아듣는다 누구도 답답하다고 느끼지 않는다 한 사람이 힘이 부치는지 기우뚱 몸을 숙이자 옆에 있던 사람이 말없이 기울어지는 몸을 받아 안아주기도 한다 이윽고 날이 저물..

문학일기 2024.03.05

나이듦이 선물이 되게 하려면

1. 신체능력이 저하된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여유를 가져라. 2. 일이나 봉사활동 등 목적성이 분명한 활동을 하라. 3. 자주 웃고 관대함을 발휘하라. 4. 받은 만큼 세상에 돌려주라. 5.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새로운 것에 도전하라. 6. 나보다 먼저 죽지 않을 젊은 친구를 사귀어라. 침상에 누워 삶에 대한 회한에 잠기는 노인과, “내 삶에서 말년이 가장 행복하다” 말하는 노인의 차이는 무엇인가? 행복한 노년은 거저 오지 않는다. 건강하고 행복한 80세는 수십년 전부터 차곡차곡 쌓아 올린 노력의 결과물이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행복의 40%는 유전자에 의해 결정되고, 15%는 환경의 영향을 받으며, 40%는 노력에 달려 있다. The gift of Aging의 저자가 인터뷰한 90대 할머니 릴리 코언..

미셀러니 2024.03.02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가

자매는 웃지도 않고 살아요 그 자매가 웃는 모습을 누구도 본 적이 없었답니다 어쩌다 사람을 만날 때면 눈 주변이 파르르 떨리고 안절부절못해요 사람 만나는 걸 맹수 만나는 것만큼이나 두려워하게 되었어요 이유가 뭔지 아세요? 열일곱 사춘기 때 좋아했던 교회 오빠가 ‘너는 웃을 때 입이 많이 커지네’라고 했던 말 한마디 때문이랍니다 무슨 권리로 오빠는 소녀의 웃음을 앗아가 버린 걸까요 평생 제대로 웃지도 못하게 만든 걸까요 교회 오빠는 자신이 한 여인의 삶 속에 당연히 있어야 할 웃음을 빼앗아 버렸다는 걸 알지도 못하지요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가 작두 되어 벨 거라고는 꿈에서라도 생각해 본 적이 없을 거예요 고립에서 조금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 이층 집을 짓고 살았으면 좋겠네 봄이면 조팝꽃 제비꽃 자목련이 피..

문학일기 2024.02.22

도미니카 자매

내 삶의 마지막 순간도 그랬으면 좋겠네 시를 읇조리며 시와 함께 몇 날을 보내고 싶네 시인의 이야기를 들으며 사랑하는 이들에게 이별을 고하고 싶네 그럴 수 있다면 가는 길이 덜 외로우리 도미니카 자매처럼 마지막 순간까지 사랑의 씨앗을 흩뿌리며 떠나고 싶네 꽃잎 되어 지고 싶네 아래는 박경희 도미니카님의 부고를 듣고 이해인 시인, 수녀님께서 보내주신 글(시) 2.18 병들어 베어버린 나무 한 그루 다시 보고 싶어 밤새 몸살하며 생각했지 지상의 나무 한 그루와 작별도 이리 서러운데 사랑하던 한 사람이 세상을 떠나고 나면 그 슬픔 감당하기 얼마나 힘든 건지! 너무 쉽게 잊으라고 말하는 건 아닌 것 같아 산 사람은 살아야 하니 빨리 잊을수록 좋다고 세월이 약이라고 옆에서 자꾸 독촉하면 안 될 것 같아 사랑하는 ..

문학일기 2024.02.20

반성문

나귀를 나비라 하고 딸기를 따기라 하는 너를 보며 잘했다 장하다 우리 아기 어쩌면 이렇게 똑똑하니 똥을 싸도 아이고 우리 아기 똥 쌌구나 예쁘게 말하며 기저귀 갈아주고 똥 닦아 주는데 사 남매 물고 빨며 예쁘다 잘한다 장하다 손뼉 치며 기뻐하셨을 엄마 문고리에 손가락 쩍쩍 달라붙는 동지섣달 찬물에 손 담그고 똥기저귀 빨아 빨랫줄에 너셨을, 먹이고 입히고 공부시키려고 소처럼 일 하셨던 우리 엄마 구십 이제는 엄마가 달라졌다며 이것도 안 드시면 도대체 어떻게 해요 소리를 지르지 엄마가 날 키울 때는 수백 번 잘 못 말해도 수십 번 똥을 싸도 장하다 이쁘다 하셨을 텐데 제 식구들 데리고 잘 살아보겠다며 외국으로 나가 돌아오지 않는 큰 자식 그것도 자식이라고 밤낮으로 중얼중얼 이름 부르실 우리 엄마 나에게 희망..

문학일기 2024.02.20

아침에 시 한 편(안도현, 최승자)

적게 먹고 적게 싸는 딱정벌레의 사생활에 대하여 불꽃 향기 나는 오래된 무덤의 입구인 별들에 대하여 푸르게 얼어 있는 강물의 짱짱한 하초(下그슬릴焦)에 대하여 가창오리들이 떨어뜨린 그림자에 잠시 숨어들었던 기억에 대하여 나는 어두워서 노래하지 못했네 어두운 것들은 반성도 없이 어두운 것이어서 열몇 살 때 그 집 뒤뜰에 내가 당신을 심어놓고 떠났다는 것 모르고 살았네 당신한테서 해마다 주렁주렁 물방울 아가들이 열렸다 했네 누군가 물방울에 동그렇게 새겼을 잇자국을 떠올리며 미어지는 것을 내려놓느라 한동안 아팠네 간절한 것은 통증이 있어서 당신에게 사랑한다는 말 하고 나면 이 쟁반 위 사과 한 알에 세 들어 사는 곪은 자국이 당신하고 눈 맟추려는 내 눈동자인 것 같아서 혀 자르고 입술 봉하고 멀리 돌아왔네 나..

문학일기 2024.02.18

풍경

생긱하고, 차 마시고, 글 쓰는 자리에서 고개를 들면 나지막한 언덕과 어린 나무 대여섯 그루, 새와 여우만 다녔을 법한 언덕에 포클레인 한 대가 팔을 굽혔다 폈다 느릿느릿 움직인다. 동녘 하늘 붉게 물들이며 떠오르던 해는 구름에 가려 기억 속으로 사라지고 휑한 하늘에 기러기떼 끼욱끼욱 북으로 날아간다. 언덕 쪽으로 사람들이 함께 살 집을 짓겠다한다 집은 언제쯤이나 지어질까? 생애 마지막을 저 언덕에서 지내면 어떨까? 나는 네가 더 예뻐지는 게 좋아 나는 네가 더 행복해지는 게 기뻐 나는 네가 더 예뻐지는 걸 보면서 행복해하는 사람 나는 네가 더 행복해지는 걸 보면서 따라서 기뻐하는 사람 이대로가 좋아 그냥 좋아 이뻐요 이쁘다고 말하는 사람 보면 나도 따라서 이쁘다 아빠가 사 준 트렌치 코트 저녁 찬 바람..

문학일기 2024.02.16

나무야 너는

팔을 벌리고 하늘을 쓸고 있는 하늘빛에 젖어 촛불인 듯 지상을 밝혀주는 살아가는 순간순간이 저 한 그루 나무와 같기를 나무야 너는 눈을 크게 뜨고 나를 바라보고 있었구나 한아름 팔을 벌리고 어서 오라며 반갑게 맞아주는구나 나무야 너는 팔을 쭉 뻗어 푸른 하늘을 껴안고 입맞춤하고 있구나 하늘에 둥둥 떠다니는 흰구름을 향해 반갑게 손짓하며 인사하는구나 새들이 지저귀며 하는 말 들어주고 있구나 사랑 이야기도 들어주고 하소연도 가만히 들어주는구나 태양이 너를 향해 말하는 소리를 귀담아듣는구나 나무야 네 마음은 하늘을 닮았구나

문학일기 2024.02.15

이해인 시인, 수녀님과의 두번째 만남

이해인 수녀님(시인)과 두 번째 만남(Zoom) 토론토 시간 2024년 2월 11일 19:30~21:30 한국 시간 2024 2월 12일: 9:30~11:30 기억하고 되새기기 위해 강의와 대화 내용을 요약해 둔다. 빨강 그 눈부신 열정의 빛깔로 새해에는 나의 가족, 친지, 이웃들을 더욱 진심으로 사랑하고 하느님과 자연과 주변의 사물 생명 있는 모든 것을 사랑하겠습니다 결점이 많아 마음에 안 드는 나 자신을 올바로 사랑하는 법을 배우렵니다 주황 그 타오르는 환희의 빛깔로 새해에는 내게 오는 시간들을 성실하게 관리하고 내가 맡은 일들에는 인내와 정성과 책임을 다해 알찬 열매를 맺도록 힘쓰겠습니다 노랑 그 부드러운 평화의 빛깔로 새해에는 누구에게나 밝고 따스한 말씨 친절하고 온유한 말씨를 씀으로써 듣는 이를..

문학일기 2024.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