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일기

아침에 시 한 편(이시영, 박성우, 안미옥)

멋진 인생과 더불어 2024. 4. 18. 01:45

<그네/이시영>
아파트의 낡은 계단과 계단 사이에 쳐진 거미줄 하나
외진 곳에서도 이어지는 누군가의 필생

<또 하루/박성우>
날이 맑고 하늘이 높아 빨래를 해 널었다
바쁠 일이 없어 찔레꽃 냄새를 맡으며 걸었다
텃밭 상추를 뜯어 노모가 싸준 된장에 싸 먹었다
구절초밭 풀을 매다가 오동나무 아래 들어 쉬었다
종연이양반이 염소에게 먹일 풀을 베어가고 있었다
사람은 뒷모습이 아름다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캔들/안미옥>
궁금해
사람들이 자신의 끔찍함을
어떻게 견디는지

자기만 알고 있는 죄의 목록을
어떻게 지우는지

하루의 절반을 자고 일어나도
사라지지 않는다

흰색에 흰색을 덧칠
누가 더 두꺼운 흰색을 갖게 될까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은
어떻게 울까

나는 멈춰서 나쁜 꿈만 꾼다

어제 만난 사람을 그대로 만나고
어제 했던 말을 그대로 다시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징그럽고
다정한 인사

희고 희다
우리가 주고받은 것은 대체 무엇일까

'문학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침에 시 한 편(이정록, 이설아, 신두호, 황영기)  (0) 2024.04.21
아침에 시 한 편(박신규, 리산, 박철)  (0) 2024.04.21
아침에 시 한 편(이대흠)  (0) 2024.04.17
새봄이 왔습니다  (1) 2024.04.17
민들레  (0) 2024.0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