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네/이시영>
아파트의 낡은 계단과 계단 사이에 쳐진 거미줄 하나
외진 곳에서도 이어지는 누군가의 필생
<또 하루/박성우>
날이 맑고 하늘이 높아 빨래를 해 널었다
바쁠 일이 없어 찔레꽃 냄새를 맡으며 걸었다
텃밭 상추를 뜯어 노모가 싸준 된장에 싸 먹었다
구절초밭 풀을 매다가 오동나무 아래 들어 쉬었다
종연이양반이 염소에게 먹일 풀을 베어가고 있었다
사람은 뒷모습이 아름다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캔들/안미옥>
궁금해
사람들이 자신의 끔찍함을
어떻게 견디는지
자기만 알고 있는 죄의 목록을
어떻게 지우는지
하루의 절반을 자고 일어나도
사라지지 않는다
흰색에 흰색을 덧칠
누가 더 두꺼운 흰색을 갖게 될까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은
어떻게 울까
나는 멈춰서 나쁜 꿈만 꾼다
어제 만난 사람을 그대로 만나고
어제 했던 말을 그대로 다시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징그럽고
다정한 인사
희고 희다
우리가 주고받은 것은 대체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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