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랜만에 거울 앞에 서니 마음은 아직 열일곱 살인데 얼굴엔 주름 가득한 70대의 한 수녀가 서 있네 머리를 빗질하다 보니 평생 무거운 수건 속에 감추어져 살아온 검은 머리카락도 하얗게 변해서 떨어지며 하는 말 이젠 정말 사랑할 시간이 많지 않아요 기도할 시간이 길지 않아요 나도 이미 알고 있다고 깨우쳐 줘서 고맙다고 옷으며 대답한다 오늘도 이렇게 기쁘게 살아있다고 창밖에는 새들이 명랑하게 노래를 하고! 나를 부르고! 살아갈수록 나에겐 사람들이 어여쁘게 사랑으로 걸어오네 아픈 삶의 무게를 등에 지고도 아무렇지도 않은 척 웃으며 걸어오는 그들의 얼굴을 때로는 선뜻 마주할 수 없어 모르는 체 숨고 싶은 순간들이 있네 늦은 봄날 무심히 지는 꽃잎 한 장의 무게로 꽃잎 한 장의 기도로 나를 잠 못들게 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