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팔트 위에 지렁이가 여럿 쓰러져있다 비가 온다고 좋아서 땅 위로 기어 올라왔다가 길을 잘못 들어 아스팔트 위에서 숨이 멎어 버린 것이다 얼어붙은 땅 밑에 웅크리며 살다가 봄이 와서 좋다고 비가 와서 좋다고 소리 지르며 땅 위로 올라왔는데 살만한 세상이 드디어 왔다며 환호성 치다가 눈 깜박하는 사이에 길을 잘못 들어 아스팔트 위에서 그만 질식해 버렸다 살아보려고 몸을 최대한 길게 늘어뜨려 밀고 또 밀어보았지만 아스팔트란 놈은 흙처럼 부드럽지 못하고 딱딱하기만 했다 힘을 다 빼버린 탓인지 아스팔트 위에 길게 늘어져 널브러져 있다 잠시만요 저 좀 도와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