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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뻤던 순간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은 초록색 운동복 입고 다니며 포근함을 느낄 때 기뻤지 백일도 안된 증손주 리온이 안고 눈맞춤 하시는 어머님 사진 볼 때 기뻤지 커뮤니티 센터에서 운동 끝낸 후 사우나에 들어가 비 오듯 흐르는 땀 훔칠 때 기뻤지 크리스마스 장식 제자리에 놓은 후 스피커에서 울려 나오는 캐럴 들을 때 기뻤지 삶은 위대한 것으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작은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고 노래하는 메리 하트먼 시인의 시를 읽을 때 기뻤지 휴가 차 한국을 방문 중인 작은딸 가정이 제주도에 무사히 도착했다는 소식 들을 때 기뻤지 버펄로에서 알게 된 지인이 제영 엄마로 불러도 될 자신을 구태여 이 교수님이라고 부른다며 겸연쩍게 말하는 큰딸 이야기 들을 때 기뻤지 권여선 님의 ‘사슴벌레식 문답’에 나오는 경애와 부영, ..

문학일기 2023.12.22

멈추고 듣는 것 멈추고 바라보는 것

다른 사람의 말을 귀담아듣는 것을 경청이라 했던가. 90년대 초 몇 년간 신입사원 후배들을 대상으로 ‘직장예절’이라는 과목을 강의했었다. 교육 내용 중 경청을 강조하는 장(chapter)이 있었다. 소통하려면 먼저 경청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경청과 소통에 대해 강의까지 한 나였지만 스스로 대화 중 얼마나 경청하는지 생각해 보면 얼굴이 화끈거려 고개를 들지 못할 지경이다. 상대가 이야기할 때 진정으로 귀 기울이고 공감하며 반응하기보다 상대의 말을 받아서 어떻게 응수할까를 더 많이 생각했던 듯하다. 들으려면 멈추어야 한다. 멈추지 않으면 경청할 수 없다. 생각을 멈추고 상대의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어야 한다. 상대방의 말에 이어 무슨 말로 응수할까 궁리하면 이미 경청에서 저만큼 멀어져 있다. 새소리를 들으려..

문학일기 2023.12.20

삶은 작은 것들로 이루어졌네

크리스마스가 코 앞인데 큰 추위 없이 지내왔다. 올 겨울 날이 따뜻해서 다행이다 싶다가도 크리스마스에 눈이 없으면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런 마음을 알아차리기라도 한 것일까. 어젯밤 눈이 내렸다. 차고 앞 주차장에 얇게 쌓인 눈을 치우고 메이폴 팀 호튼으로 왔다. 눈 내리는 정경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메리 하트먼(Mary R. Hartman) 시인의 시를 읽는다 시인은 삶은 크고 위대한 것으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작은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고 노래한다. 잦은 웃음과 따뜻한 위로의 말들이 우리의 삶을 아름다움으로 채운단다. 오늘 하루도 자주 웃고 가족과 친구들, 이웃에게 따뜻한 미소와 함께 위로의 말을 건네며 살자. -Mary R. Hartman Life’s made up of little..

문학일기 2023.12.19

별이 빛나는 밤(The Starry Night)

"I put my heart and soul into my work and have lost my mind in the process." -Vincent Van Gogh "Great things are done by a series of small things brought together." -Vincent Van Gogh "I feel that there is nothing more truly artistic than to love people." -Vincent Van Gogh 우리 가족이 한국을 떠나 토론토에 도착한 것은 1995년 2월이었다. 도착 후 십일쯤 지났을 때 앞으로 십 년을 살게 될 집을 구할 수 있었다. 월세를 내는 아파트였다. 이사를 하면서 식탁 옆 벽 쪽으로 해바라기 그림을 걸었..

미셀러니 2023.12.18

가족 모임

둘째네 가정이 결혼 후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하여 할머니께 인사드리러 간 사진을 보내주었다. 사진 속에 보이는 식구가 모두 열다섯 명이다. 서울에 있는 조카 유안네 가정과 성연, 대전에 있는 조카 상혁, 버펄로 큰 딸네 가정 태호, 지혜, 제영, 제준과 내가 함께 하지 못하였지만, 식구들이 모여 기쁨을 나누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특히 사진 뒤쪽 의자에 앉으신 어머님께서 리온이를 안고 계시는 장면은 압권이었다. 만일 내가 그림을 그릴 줄 안다면 그림으로 그려 잘 보이는 곳에 걸어놓고 싶은 데 그럴 수가 없으니 안타까웠다. 큰아들 가정이 토론토에 있으니 어머님 슬하 자손들이 다 함께 모이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지은네 가정 모국 방문을 계기로 함께 하는 시간을 가졌으니 감사한 일이다. 사실 사위 형주와..

미셀러니 2023.12.16

미국의 시인들 1

미국의 시인들에 대해 공부하며 다만 몇 편이라도 읽어보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읽고 있다. 이해인, 정채봉, 안도현 시인의 시도 읽는다. 자주 그리고 많이 웃는 것 현명한 이에게 존경을 받고 아이들에게서 사랑 받는 것 정직한 비평가의 찬사를 듣고 거짓 친구의 배반을 참아내는 것 아름다움을 식별할 줄 알며 다른 사람에게서 최선의 것을 발견하는 것 건강한 아이를 낳든 한 뙈기의 정원을 가꾸든 사회환경을 개선하든 자기가 태어나기 전보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놓고 떠나는 것 자신이 한때 이곳에 살았음으로 해서 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 이것이 성공이다 To laugh often and much; To win the respect of intelligent people and the..

문학일기 2023.12.15

2023년 메시아 연주

메시아 연주가 잘 끝났다. 연주에 참여한 일은 올해 잘한 일 중 하나가 될 듯하다. 8월부터 본격적으로 연습에 참여하였으니 4개월 남짓 연습을 한 셈이다.(대부분의 대원들은 5월에 연습을 시작하였다) 준비하는 과정도 재미있었다. 연습 일정이 잘 계획되어 어려움 없이 준비할 수 있었다. 개인 연습을 할 수 있도록 영상을 올려준 것이 도움이 됐다. 예배개발원 황정림 장로의 공연 아이디어, 할렐루야 찬양대 총무 채재홍 집사와 지휘자 홍혜승 권사의 기획과 준비가 단단히 한몫을 했다. 홍혜승 권사의 남편 홍승표 집사도 함께하며 기획과 연습, 공연에 도움을 주었다. 2023년 메시아 연주는 12월 9일 토요일에 있었는데 팬데믹 이후 가장 많은 청중이 모였다. 임마누엘 예배실을 거의 채웠으니 육백 명은 넘었을 것이다..

미셀러니 2023.12.14

형 이경희 형 형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삶으로 보여주었어 예수를 믿는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행동으로 말해 주었어 복음을 살아낸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표정으로 몸짓으로 보여주었어 일주일 입원해서 그 힘들다던 항암 치료를 끝내면 격리하며 한 달이라는 긴 시간을 홀로 보내야 했지 격리 중에도 늘 감사하고 감사했어 감사할 일이 어쩌면 그리 많을 수 있는지 병원을 나오면 매 주일 노숙자들을 찾아갔어 한 끼 식사를 나누어 주며 사랑한다고 말했지 아픈 중에도 매주 줌을 연결하여 토론토 동생에게 복음과 진리를 열정적으로 전해주었어 옥 중에 있던 바울이 그랬던 것처럼 10대는 물론이고 20대에도 30대에도 40대에도 지금 내가 60대에 이르기까지 나침판이 될 교훈들을 마음 가운데 선명하게 새겨주었지 내 삶의 이정표가 ..

문학일기 2023.12.10

폴 훈햄, The Holdovers

연말년시가 되면 습관처럼 하는 일이 있다. 하나는 영화를 보는 일이고 다른 하나는 신춘문예 수상 작품들을 읽는 일이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텃밭 가꾸랴 골프 하랴 짬을 내기가 어렵지만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기 시작하면 여유가 생긴다. 기회는 이때라는 생각으로 영화관을 찾곤 한다. 영화를 보는 일과 신춘문예 수상 작품을 읽는 일은 나름 내가 세상을 읽는 방법이기도 하다. 아카데미 작품상에 노미네이트 된 영화를 주로 보는데, 12월에 접어들면서부터 슬슬 영화관을 찾기 시작한다. 개인적 취향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보다는 작품성 있는 영화 쪽이다. 영화 ‘홀드오버즈(The Holdovers)’를 보았다. 알렉산더 패인(Alexander Payne)이 감독한 영화로 1970년을 배경으로 하고 있었다. 심술궂은 역사 교..

미셀러니 2023.1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