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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훈햄, The Holdovers

멋진 인생과 더불어 2023. 12. 8. 02:24

연말년시가 되면 습관처럼 하는 일이 있다. 하나는 영화를 보는 일이고 다른 하나는 신춘문예 수상 작품들을 읽는 일이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텃밭 가꾸랴 골프 하랴 짬을 내기가 어렵지만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기 시작하면 여유가 생긴다. 기회는 이때라는 생각으로 영화관을 찾곤 한다. 영화를 보는 일과 신춘문예 수상 작품을 읽는 일은 나름 내가 세상을 읽는 방법이기도 하다. 아카데미 작품상에 노미네이트 된 영화를 주로 보는데, 12월에 접어들면서부터 슬슬 영화관을 찾기 시작한다. 개인적 취향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보다는 작품성 있는 영화 쪽이다.
영화 ‘홀드오버즈(The Holdovers)’를 보았다. 알렉산더 패인(Alexander Payne)이 감독한 영화로 1970년을 배경으로 하고 있었다. 심술궂은 역사 교사가 크리스마스 방학 동안 갈 곳이 없는 몇 명의 학생을 보호해야 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남겨진 학생 중에는 한국인 학생도 포함되어 있어 보는 재미를 더했다.
사실 이날 영화관에는 ‘헝거게임: 노래하는 새와 뱀의 발라드’가 상영되고 있었는데 제작비나 유명세, 관객 동원 면에서 ‘홀드오버즈’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하지만 홀드오버즈가 헝거게임에 비해 작품성이 더 있겠다고 판단하였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영화감독 중 한 명인 알렉산더 패인의 스토리텔링도 궁금했다. 슬슬 영화 속으로 들어가 보자.
1970년 12월 폴 훈햄(Paul Hunham역 Paul Giamatti))은 자신이 한때 다녔던 뉴잉글랜드 기숙학교인 바톤 스쿨(Barton Academy)의 고지식한 역사 교사이다. 학생은 물론 동료 교사들까지도 싫어하는 고집쟁이기도 하다. 폴은 두 주일 간의 크리스마스 휴가 기간 중 기숙학교에 남겨진 몇 명의 학생들을 감독할 책임을 맡게 된다. 식당에서 요리를 담당하는 메리 램(Mary Lamb 역 Da’Vine Joy Randolph)은 베트남에서 군 복무 중 사망한 아들을 잃은 것을 슬퍼한다.
폴은 두 주일의 브레이크 기간 남겨진 학생들에게 공부와 운동을 강요하는데, 학생들로부터 강한 반감을 산다. 크리스마스 브레이크(Winter Break)가 6일이 지난 후 남겨진 학생 중 한 부유한 아버지가 헬리콥터를 타고 도착하여 모든 학생을 가족들의 스키 여행에 데려간다. 하지만 앵거스 툴리(Angus Tully 역 Dominic Sessa))는 부모님께 연락하여 허락받을 수 없어 폴과 메리와 함께 바톤 스툴에 남게 된다. 앵거스는 체육관 장비 더미에 뛰어들어 팔이 탈골되는 사고를 치기도 한다. 치료 후 병원을 나온 앵거스는 식당에서 상이군인과 말다툼을 벌이나 폴이 나서서 위기를 벗어나게 한다.
크리스마스이브에 앵거스와 폴, 메리와 대니(Danny, 바톤 스쿨의 제니터)는 학교 사무실에서 일하는 리디아 크레인(Lydia Crane 역 Carrie Preston)의 크리스마스 파티에 참석한다. 앵거 스가 리디아의 조카와 시시덕거리는 동안, 폴은 리디아에게 애인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실망한다. 술에 취한 메리는 아들의 죽음으로 인해 무너져 내린다.
크리스마스 날 폴은 자신들(폴, 메리, 앵거스)만의 크리스마스 파티를 준비하여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파티 자리에서 앵거스는 함께 보스턴으로 여행을 다녀오자고 제안하나 폴이 단호히 거절한다. 하지만 메리의 설득으로 앵거스가 원하는 보스턴 여행을 허락한다.
폴과 앵거스는 메리를 락스버리(Roxbury)에 내려주는데 메리가 임신한 여동생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 원했기 때문이다. 이후 앵거스와 폴은 보스턴에서 박물관 방문과 스케이트 타기 등을 하며 서로 조금씩 가까워진다. 우연히 폴의 하버드 동급생을 만나게 되는데 폴은 자신의 경력에 대해 거짓말을 한다. 왜 거짓말을 하였느냐고 추궁하는 앵거스에게 폴은 자신이 유산 기증자의 아들에 의해 표절 누명을 쓰고 하버드에서 추방되었으며 바톤 스쿨의 교사가 되었다고 밝힌다.
오르페움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동안 앵거스는 몰래 빠져나왔지만 금세 붙잡히고 그의 아버지가 실제로는 살아서 근처의 요양소에 갇혀있다고 설명한다. 폴은 앵거스에게 아버지를 만나게 한다. 폴과 앵거스는 메리, 대니와 함께 학교 주방에서 TV로 타임스퀘어에서 새해를 맞는 장면을 보며 폭죽을 터트린다.
방학이 끝나고 개학을 하고 앵거스의 어머니와 의붓아버지가 바톤 스쿨에 도착한다. 폴은 양문도 모른 채 교장실로 소환된다. 앵거스가 보스턴에서 아버지를 방문한 것은 어머니의 뜻에 어긋나는 일이었고 리디아의 파티에서 훔친 스노우 글로브(snow globe: a toy or decoration made from glass containing a clear liquid and a substance that looks like snow, which falls on a model of a scene inside when the object is shaken)를 아버지에게 주면서 아버지가 폭력적으로 변하여 사고를 친 것이 문제가 된다. 이를 빌미로 앵거스의 어머니와 양아버지는 앵거스를 사관학교에 보낼 준비를 하지만 폴은 앵거스 편에 서서 적극 변호한다. 이후 여행에서 문제를 일으킨 것에 대한 책임을 고스란히 떠안는다. 그로 인해 폴은 해고되고 앵거스는 바톤 스쿨에 남게 된다.
폴은 앵거스와 작별인사를 나눈 후 교장실에서 가져온 코냑 한 모금을 뱉어내고 바톤 스쿨을 떠난다.
앵거스 툴리는 훗날 폴 훈햄 선생님을 어떤 분이라고 말할까? 폴 훈햄 선생님과의 만남이 앵거스 툴리의 삶에 어떻게 작용했을까? 앵거스 툴리에게 폴 훈햄 선생님이 있었다면 내게는 다음과 같은 선생님들이 계시다. 청년시절  힘이 되어 주신 고향 교회 김기중 목사님, 대학시절 은사 강신돈 교수님, 직장생활을 막 시작하며 만난 박병철 사장님, 사십대 후반에서 오십 대 초반 문학적 글쓰기를 가르쳐 주신 장호병 교수님, 삶 전반에 걸쳐 자양분이 될 인생 좌우명을 몸으로-삶으로 보여주신 사촌 이경희 형님, 내 인생의 결정적인 순간마다 터닝포인트가 될 도움을 주신 외사촌 김용서 형님, 그분들과의 만남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
나는 누구에게 폴 훈햄 선생님이 될 수 있을까? 내게 도움을 주신 분들처럼 나는 누구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주면서 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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