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네 가정이 결혼 후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하여 할머니께 인사드리러 간 사진을 보내주었다. 사진 속에 보이는 식구가 모두 열다섯 명이다. 서울에 있는 조카 유안네 가정과 성연, 대전에 있는 조카 상혁, 버펄로 큰 딸네 가정 태호, 지혜, 제영, 제준과 내가 함께 하지 못하였지만, 식구들이 모여 기쁨을 나누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특히 사진 뒤쪽 의자에 앉으신 어머님께서 리온이를 안고 계시는 장면은 압권이었다. 만일 내가 그림을 그릴 줄 안다면 그림으로 그려 잘 보이는 곳에 걸어놓고 싶은 데 그럴 수가 없으니 안타까웠다. 큰아들 가정이 토론토에 있으니 어머님 슬하 자손들이 다 함께 모이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지은네 가정 모국 방문을 계기로 함께 하는 시간을 가졌으니 감사한 일이다.
사실 사위 형주와 딸 지은이가 연말에 휴가를 내어 어린 자녀 둘을 데리고 한국을 방문하겠다고 말했을 때 한편 대견하기도 했지만, 은근히 걱정이 되기도 했다. 백일도 지나지 않은 리온과 이제 막 두 돌이 지난 시온을 데리고 과연 해낼 수 있겠느냐는 염려 때문이었다. 한국에서 차를 렌트하여 운전한다는 것도 여간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니었다. 사위와 딸은 이번에 가지 못하면 삼사 년 후에나 한국을 방문할 수 있을 터인데 그때까지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살아계시리라고 장담할 수가 없어 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속 깊은 두 사람이 고맙고 자랑스러웠다.
다행히 딸네 가정은 서울과 울산, 부산과 대구, 제주도를 오가며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단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버펄로 딸네 가정도 함께 방문하여 고국 대한민국에서 어머님 슬하 자손들이 만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 어머님은 과연 그날까지 기다려 주실 수 있으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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