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그러니까 12월 31일 오후부터 몸이 으스스하고 아프기 시작했다. 목이 뜨끔뜨끔하고 이곳저곳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 왔다. 2023년 마지막 날 주일 예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오후 내내 쉬었다. 헬스클럽도 오후 1시에 문을 닫는다고 예고해 주었으니 잘 된 일이었다. 저녁에는 한국을 방문하고 돌아오는 딸 네 가족을 피어슨 공항에서 픽업하여 집까지 데려다주었다. 보통 때 같으면 무리해서라도 송구영신 예배에 참석할 터였지만 쉬기로 했다.
대개 이런 유의 몸살감기는 하루이틀 쉬면 정상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달랐다. 일주일이 되도록 불편함이 계속되었다. 콧물이 나고 코맹맹이 소리를 하고 특정 부위를 바늘로 쑤시는 듯한 아픔도 멈추지 않았다. 누워서 앓자니 꼴사나울 일이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나다니자니 덧나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우물쭈물했다.
이곳저곳 자리를 옮겨 다니며 누워있어 보았지만 불편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럴 바에야 커뮤니티 센터에 있는 사우나에 들어가 땀을 좀 흘려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주섬주섬 수건과 운동복을 챙겨 커뮤니티 센터로 향했다.
사우나 안의 열기가 금세 몸을 데워주었다. 더운 곳에 이십 분가량 있으니 쑤시고 아프던 증세가 신기하게 사라졌다. 사우나에 들어가면 대개 500ml~1,000ml의 물을 마시곤 하는데 이날도 준비해 간 텀블러에 물을 가득 채워 마셨다.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기분이 좋았다. 통증이 가셔서 좋았고, 사우나에서 땀을 주룩주룩 흘리고 나니 상쾌해졌다. 왜 진작 사우나에서 몸을 데울 생각을 못 했을까.
땀을 흘린 후 생각해 보니 운동으로 몸을 좀 풀어봐도 괜찮지 않을까 욕심이 생겼다.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자전거를 타며 땀을 흘렸다. 그동안 꾀병을 앓았나 싶을 정도로 기분이 좋아지고 아픈 증세가 사라졌다. 새해를 시작하면서 몸 상태가 어지간히 좋지 않더라도 누워서 앓는 것보다는 움직이는 것이 나음을 체험하였다. 며칠 동안 힘들었지만, 소중한 교훈을 얻었다. ‘누으면 죽고 걸으면 산다’고 했던가. 앞으로는 어지간히 아파도 앓고만 있지 말고 움직이며 이겨내기로 작정했다. 정녕 내가 꾀병을 앓은 것인가?
삶은 셀레브레이션(celebaration)이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셀레브레이션을 어떻게 말하면 좋을까. 축제라고 해야 하나? 잔치라고 해야 하나? 예찬이라고 해야 하나? 경탄이라고 해야 하나? 하루하루의 삶이 셀레브레이션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류시화 시인이 쓴 ‘새는 날아가면서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를 읽었다. 염두(念頭)에 둔 화두이기에 올려둔다.
[어느 자연주의자는 말한다. “아침과 봄에 얼마나 감동하는가에 따라 당신의 건강을 점검하라. 자연의 깨어남에 대해 당신 안에 아무 반응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이른 아침 산책에 대한 기대와 설렘으로 잠을 떨치고 일어날 수 없다면, 첫 새의 지저귐이 전율을 일으키지 않는다면, 눈치채라. 당신의 봄과 아침은 이미 지나가 벼렸음을.”
이 나무, 신의 손금 같은 이 잔가지들, 꽃에서부터 밝아 오는 이 새벽에 생기를 불어넣는 것은 바로 우리들이다. 매일 지나치는 똑같은 거리와 도시의 찌든 벽돌담 어딘가에서 무한의 운율을 가진 새를 발견하는 것도 우리 자신이다. (중략)
여행이 내게 준 선물은 삶과 세상에 대한 예찬(셀레브레이션), 그것이다. 광부는 수많은 돌들에 불평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광부의 눈은 보석을 발견할 뿐이다. 부자는 누구인가? 많이 감동하는 사람이다. 감동할 줄 모르는 사람이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이다.
‘지상의 양식’에서 앙드레 지드는 말한다.
“저녁을 바라볼 때는 마치 하루가 거기서 죽어 가듯이 바라보고, 아침을 바라볼 때는 마치 만물이 거기서 태어나듯이 바라보라. 그대의 눈에 비치는 것이 순간마다 새롭기를, 현자란 모든 것에 경탄하는 자이다.” (중략)
덜 움츠리고, 덜 비난하고, 더 많이 셀레브레이션 하자.]
-류시화 著 도서출판 더 숲 刊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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