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일기

불고기는 짰다

멋진 인생과 더불어 2024. 3. 19. 22:13

<불고기는 짰다/한소>
불고기는 짰다
간장을 너무 많이 부어버린 탓일까
음식을 만들어보지 않았으니 당연한 일이지
마트에서 사 먹거나 식당에서 픽업하여 먹기를 밥 먹듯 했는데
그 정도 맛이라도 냈으면 다행한 일이지
코닐리아 부인은 맛있다는 말만 되뇌이며 짠 불고기를 줄창 입으로 가져갔다
그동안 흘린 눈물에 간이라도 맞추려 했던 걸까
불고기와 나란히 놓인 잡채와 김치
잡채는 투명한 국수인지, 김치는 직접 만든 것인지 물었다
잡채는 투명한 국수 맞고, 김치는 시어머니께서 만들어 주신 것이라 했다
반년 전 남편을 떠나보낸 부인에게
위로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던 젊은 부부는
선물 준비하느라,
음식 만들 궁리하느라
분주했을 터였다
코닐리아 부인은 젊은 부부를 꼭 껴안으며
진한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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