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에 힘을 빼고 글을 말처럼 꺼내라. “먹다 보니 주량이 두배로 늘었어요!” 술 좋아하는 친구가 극찬한 간장약 광고카피다. 뭘 근사하게 보이려고 덧칠하지 말라. 그냥 있는 대로 술술 풀어내라. SNS 문장도 마찬가지다. 폼 잡고 멋 부리며 변죽을 울려보라. 코웃음과 외면, 싸늘한 무플에 시달릴 것이다 여백이 있는 공간이 아름답듯이 문장도 읽는 이의 몫으로 상상력의 여지를 남겨야 한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같은 책제목도 그렇게 태어났다. 대교약졸*이라고 했다. 기교보다 관점에 집중하자. 과도한 스토리텔링을 자제하고 내용에 충실하라는 말이다. 군더더기를 들어내면 뼈대가 살아날 것이다. 당신의 주장에 때를 묻히지 마라. 가슴에서 흘러나오는 그대로 옮겨라. 어깨에 힘을 빼고 평상시 말하듯이 글로 옮겨라. 가미와 윤색*을 버려라. 누구나 문장가가 되는 세상이 왔다.
- 김시래 성균관대 미디어융합대학원 겸임교수가 쓴 ‘디지털 시대의 문장력’ 중에서 발췌
* 대교약졸(클大공교로울巧같을若졸할拙): 노자의 말 중 ‘대교약졸(大巧若拙) ’이란 것이 있다. ‘큰 솜씨는 오히려 서툴게 보인다’는 뜻이다.
대(大) 자는 크다는 뜻이다. 약(若)은 ‘마치~와 같다’는 뜻이 있다. 여기에서 중요한 개념은 교(巧)와 졸(拙)이다. 교는 흔히 ‘기교(재주技공교로울巧)’, ‘교묘(공교로울巧묘할妙)’ 등으로 쓰이는 말로 솜씨가 빼어난 것을 가리킨다. ‘拙’은 ‘치졸(어릴稚졸할拙)’, ‘졸렬(졸할拙용열할劣)’ 등으로 쓰이는 말로써 솜씨가 서툰 것을 가리킨다. ‘교(巧)’와 ‘졸(拙)’은 서로 상반된 개념이다. 풀이하면 ‘큰 솜씨는 마치 서툰 것처럼 보인다’는 뜻이 된다.
* 윤색: 1) 가라앉아 막히는 것 2) 낙오되어 불행하게 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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