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일기

다시, 봄

멋진 인생과 더불어 2025. 3. 19. 01:02

<봄날과 돌/오규원>
어제 밤하늘에 가서 별이 되어 반짝이다가
슬그머니 제자리로 돌아온 돌들이
늦은 아침잠에 단단하게 들어 있네
봄날 하고도 발끝마다 따스한
햇볕 묻어나는 아침

  다시 봄이다. 겨울 동안 흐리고 어둡던 날씨가 맑고 밝아졌다. 뒤뜰에 내려앉는 햇살이 다사롭다. 창문 앞 멀뚱하게 서있는 키 큰 자작나무 가지에 새가 날아 앉았다. 바람은 아직도 차갑기만 한데 한참을 그렇게 앉아있었다. 머잖아 담장 옆 수선화도 꽃대를 피워 올릴 것이다.
  ‘밤하늘에 가서 별이 되어 반짝이다가 슬그머니 제자리로 돌아온 돌들’, 돌을 바라보는 시인의 시선(視線)이 봄볕처럼 따스하다. 뒤뜰에 박혀있는 돌이라고 왜 별이 되고 싶은 마음이 마음이 없겠는가. 우리가 하찮게 바라보는 존재들이 사실은 하찮은 존재가 아닌 것임을.
  3월 18일 탄소금식 2주 차  閑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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