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회
이택희
배우이자 탤런트인 C씨가 노인을 폭행했다는 소식을 듣고 실망스러웠다. 남자다운 매력이 있는 그를 좋아하는 팬의 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더욱 실망스러웠는지도 모르겠다.
그를 좋아하는 다른 이유는 좀 엉뚱하게도 그의 아내가 지혜롭고 여자답다는 데에 있다. 캐나다에서 자란 그녀는 남편만 믿고 서울로 시집을 와 조용히 내조를 잘하고 있다는 소식을 수차례 접한바 있다.
자세한 이유야 알 수 없지만 공인의 한사람으로 힘없는 노인에게 폭력을 가한 점은 도무지 용서받을 수 행위가 아니고 무엇이랴. 사건이 보도 된 후 그렇지 않아도 터프한 이미지가 있는 그가 연예인 생활을 중단해야 할지도 모를 중대한 실수를 했다 싶었다. 그런 예상 때문에 안타까움이 더욱 컸으리라.
처음 생각과는 다르게 실수를 인정하고 죄인 된 심정으로 할아버지 앞에 큰 절을 하면서 사과하는 모습이 화면을 통하여 비춰졌다. 지금까지 그의 행적을 감안할 때 다소 의외이다 싶었다. 겉으로만 용서를 비는 척하면서 속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
C씨가 어떤 사람인가. 자신이 옳다고 믿는 일에 대해서는 도무지 타협을 모르는 남자가 아니던가. 그런 사람이 다른 사람 앞에 쉽게 무릎을 꿇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최근에는 연예 활동을 비롯한 모든 일정을 취소함은 물론 혼자서 지내려 한다는 소식까지 들린다. 자유롭게 살기에는 너무나 큰 폐륜은 저질렀다면서 혼자 지낼 수 있는 컨테이너를 찾고 있다고 한다. 자신을 마음의 감옥에 가두었다고도 했다. 이런 진심을 알았기에 노인은 젊은이의 실수를 덮고 없었던 일로 하자고 말하지 않았을까.
동물은 상처를 입었을 때 먹지도 않고 동굴 속에 들어가 눕는다고 한다. 며칠을 그렇게 앓으면 자연스럽게 상처가 아물고, 상처가 치유되면 동굴 밖으로 기어 나온단다. 자신의 실수를 부끄럽게 여기고 자신만의 동굴 속으로 들어가 스스로를 돌아보며 상처를 치유하고 나오겠다는 특유의 참회방법에 고개가 끄떡여진다. 그의 이미지와도 걸 맞는 치유방법이 아닌가.
드러나진 않았지만 나 역시 사람들의 마음에 큰 상처를 입히고 살았다. 은혜를 입은 사람에게 갚지 못한 일을 꼽자면 열손가락이 모자란다. 크고 작은 말실수로 인하여 남의 가슴에 못을 박기도 했다. 약속은 어긴 일은 또 얼마나 많을지. 가끔 거짓말을 한 일도 양심에 걸린다. 다른 사람은 공인이라 안 되고 나는 공인이 아니니 괜찮다는 얄팍한 생각도 했었다.
누구든 실수는 있게 마련이다. 태어나서 한두 번 실수하지 않는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 살아가면서 누구나 실수를 하고 뉘우치기를 반복하기 마련이다. 중요한 것은 실수를 하였을 때 얼마나 진지하게 뉘우치고 반성하느냐에 있다. 실수를 하고도 뉘우치지 아니하고 비슷한 실수를 계속 저지른다면 성숙하지 사람이라 할 수 없으리라. 자신의 실수를 뼈저리게 뉘우치고 반성하며 다시는 그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사람은 발전하는 사람이요, 성숙한 사람이라 할 수 있지 않으랴.
성 어거스틴은 서른두 살 되던 해 비로소 자신을 발견하고 그동안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는 마음으로 참회록을 썼다. 그의 참회록은 수백 년을 이어오며 많은 사람에게 교훈을 주고 있다.
C씨의 참회모습을 보면서 나는 무엇을 얼마나 참회하고 있는지 돌아본다. 참회하기는커녕 이런 저런 이유를 붙여 합리화 할 때가 더 많지 않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