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작품이 아니라 일기처럼 일상을 적은 글임을 밝혀둡니다>>
좋은 이웃의 아버님께서 돌아가셨다. 불현듯 가시다니! 양로원에 계시게 하는 것이 안타까워 집으로 모시고 왔었는데 더 불편하게 해 드리는 듯하여 다시 양로원으로 모셔드린지 얼마되지 않았다. 지난 번 양로원에서 뵈었을 적에 큰딸이 젊었을 때 대사관에 근무하는 등 참 똑똑했다는 말씀을 하셨다. 자녀들이 얼마나 자랑스러우셨을까.
커비와 킬의 팀 호튼에 앉아있다. 눈 앞에 언덕이 있고 양떼들이 풀을 뜯으며 한가로이 노닌다. 하늘은 푸르고 흰구름이 뭉게뭉게 떠다닌다. 풍광을 바라보며 커피를 마신다. 평온하다.
어제 저녁 옆집 친구 폴과 오랜시간 이야기를 나누었다. 집 뒷뜰에서 농사를 지을 수 있어 좋다는 이야기며, 자신이 이사갈 쿡스타운에 집이 지어져 가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이사가면 데크를 멋있게 지어 즐길 것이라며 기대하고 있었다. 매운 고추를 따서 주었더니 아주 좋아했다. 지난번에도 청양고추를 여러개 따 주었었는데 맛있게 먹었나보다. 마침 따놓은 토마토도 있어 예닐곱게 집어주었더니 흥분하기까지 하며 고마움을 표시한다. 내가 한 일이라고는 모종을 사다 심고 물을 조금 뿌려주었을 뿐이다. 그런데 흙과 햇빛 그리고 바람이 마술을 부려 열매를 넘치도록 맺게 하였다. 놀라운 자연의 조화와 창조의 경이!
2016년 8월 8일
어제 날씨가 무척 덥더니 오늘은 제법 선선하다. 저녁 7시 30분인데 어둑해진다는 느낌을 받으니 곧 가을이 오려나보다. 여름이 지나가는 것이 아쉽다. 어디 여름만 그렇겠는가 우리 인생도 그렇지 않을까. 영원하게 살 것 같지만 결코 그렇지가 않다. 호박이며 고추며 오이가 영원히 무성할 듯하여도 찬바람이 불고 서리가 내러면 언제 그랬냐는 듯 시들어 푸석해진다. 물기가 없어지고 말라 바스러진다. 그렇게 먼지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잠깐 있다가 사라져간다.
자연을 바라보면, 아니 자연 속에서는 겸허해진다. 언제까지고 피어나 싱싱한 잎을 마냥 공급해 줄 것 같던 상치도 푸른 잎이 점차 세어지고 꽃대가 올라오면 연이어 꽃이 피고 씨앗을 날리면서 일생을 마친다. 우리네 인생도 언젠가 끝이 오기 마련이다. 마냥 살것처럼 아웅다웅 할 때는 이미 지났다.
2016년 리오 올림픽 대회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공기권총에서 금메달을 딴 미국 여자선수는 피눈물 나는 훈련을 했다기보다 즐기면서 연습을 하여 대회에 참가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공기권총 10미터부분에서 5위를 차지한 진종오 선수는 4년 내내 어쩌면 올림픽만 기다리며 연습을 하지나 않았는지 모르겠다. 그랬다면 참으로 억울할 일이다. 4년을 기다려 열심히 노력하였는데 한 순간의 실수로, 혹은 한 순간의 결과로 승자와 패자가 극명하게 갈리니 불공평하지 않은가. 그런 것이 인생이려니 하기엔 너무나 가혹하다. 진종오 선수가 올림픽에서 5위를 차지한 것도 어쩌면 대단한 일인지 모른다. 너나할 것없이 하는 하는 일을 즐기면서 최선의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하면 좋을 터이다. 하지만 우리네 인생은 때로 너무나 큰 희생을 요구하기도 한다.
2016년 8월 6일
큰아이가 레지던트 과정을 거치면서 그래도 나름 자신의 삶을 즐기고 있으니 감사할 일이다. 일하면서 힘들다고 징징거리면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도 힘들 터인데 힘들다는 이야기 하지 않고 잘 감당하니 감사하다. 아무래도 옆에 남자친구가 있어서 서로 격려하며 일하고 공부하니 힘이 되리라. 레지던트 기간 중 의지할 좋은 남자친구를 얻은 건 정말이지 다행한 일이다.
생각이 행동을 만들고 행동이 습관을 만들고 습관이 삶을 만든다는 건 옳은 말이다. 우리가 좋은 생각을 하고 희망과 격려하는 말을 하고 선한 행동을 하여 이를 습관화하고 그렇게 삶을 산다면 우리의 삶이 긍정적인 결실을 맺을 수 밖에 없다. 자녀들 또한 그런 삶을 살고 있기에 감사할 뿐이다.
2016년 8월 6일
J와 골프를 했다. 웨스트 뷰. 처음 몇 홀은 코스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여 엉뚱한 방향으로 공을 보내곤 했다. 한두개 샷을 미스한 것 외에는 특별히 실수한 것은 없었으나 어프로치 샷과 퍼팅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최근에는 숏게임과 퍼팅에서 타수를 잃는 경우가 많다. 아이언 샷의 정확성을 더 높이는 일도 스코어를 좋게 만드는 비결이 아닐까 싶다. 라운드를 하면 할수록 샷이 편해지고 스코어가 좋아지는 것이 사실이다. 올해에는 예년 만큼 필드에 나가지 못하고 있다.
오늘은 브라질 리에데자네이로에서 올림픽이 열리는 날이다. 저녁 7시부터 올림픽 개막식이 있을 예정인데 금요기도회에 가는 고로 개막식을 보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서울 올림픽 개막식때의 일이 생각난다. 막 직장 생활을 시작하여 4년차가 되던 해였다. 올림픽이 열리던 때 부모님들을 서울로 모시어 경기장을 함께 다녔었다. 그때 아버님 연세가 지금의 내 나이이다.
2016년 8월 5일
이국땅에서 살면서 외로움을 느낀다기보다 익숙해져간다. 도시 외곽에 살기에 복잡하지 않아 좋다. 집들이 듬성듬성 들어서있고 푸른 잔디와 싱그러이 서 있는 나무들을 볼 수 있다. 뒷뜰에 잔디를 걷어내고 텃밭을 만들어 토마토며 상추며 고추를 심었더니 쑥쑥 자라나 보는 재미가 넘친다. 열매까지 주렁주렁 맺어 이웃과 나누어 먹기에도 충분하다.
토론토에서도 호박을 키울 수 있으니 좋다. 청양고추를 먹을 수 있음도 감사하다. 아내는 어린 시절 토마토를 먹기를 즐겨했다고 한다. 집에서 기른 토마토를 손에 들고 천진하게 먹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어린 시절 아내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청송과 영양에서 많이 자란다고하는 청양고추 모종을 텃밭에 심었더니 청양고추가 주렁주렁 열렸다. 쏭쏭썰어 된장찌게에 넣어먹기도 하고 날 것으로 먹기도 한다. 날것에 생된장을 푹 찍어 한 입 먹으면 입 안에 불이난다. 처음에는 매운 맛 때문에 먹는다는 건 엄두도 내지 못하였지만 이제는 곧잘 먹게 된다. 막내 여동생이 풋고추를 즐겨먹었던 것을 생각하며 나 또한 연습하면 못먹을 것이 있겠는가 싶어 연습 중이다.
지구가 자꾸만 더 더워져간다는 게 안타까운 일이다. 지지난해보다 지난해가 더 더웠다고 하고 지난해보다 올해가 더 더워지는 듯하다. 지구를 아름답게 보존하여 후손들에게 잘 넘겨주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겠다.
지구촌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 피부로 느껴진다. 예전에는 한반도에서 이도시 저도시로 옮겨 다니는 일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이제는 지구촌 전체에서 이 도시 저 도시로 오가는 것이 다반사가 된 듯하다. 둘째는 최근 8개월 사이에 샌프란시스코, 도미니카, 멕시코. 쿠바. 아이슬랜드를 여행하더니 12월에는 크루즈 여행을 하겠다고 준비중이다. 큰아이도 여름휴가 기간을 이용하여 마추픽추가 있는 페루를 다녀왔다.
2016년 8월 3일
캐나다 토론토에서 심은 호박은 특별하다. 고향을 생각하게 하고 어머님을 생각하게 한다. 어릴 적 과수원에는 늘 호박 몇포기를 심었다. 부모님은 호박이 어디에서 자라고 있음을 잘 아시는 듯했다. 예쁘게 자란 호박을 따서 쑹쑹썰어 된장찌게를 만드셨다. 나는 된장찌게가 그렇게 맛있었다. 요즈음 이곳 토론토에서 호박과 매운 고추를 넣고 끓인 된장찌게를 먹으면 고향생각이 난다. 고향에 계신 어머님 생각이 난다. 호박 붙임개를 좋아하셨던 외할머니 생각도 난다. 토마토는 예쁘고 날씬하며 멋이 있어서 이탈리언들에게 더 어울리는 채소라면 호박은 한국인들에게 더 잘 어울리는 채소가 아닐까.
뒷뜰로 나와 아름다운 여름을 만끽한다. 들깨가 무성하게 자라있고 토마토는 붉게 익어간다. 호박 줄기가 길게 뻗어 있고 활짝 피어있는 호박꽃 위로 아침 햇살이 내려쪼인다. 따놓은 호박은 탁자위에 놓여있다. 오이도 크기를 더해간다. 시원한 아침 공기가 살같에 와 닫는다. 나는 이 자연 속에서 살아있음을 느끼며 감사한다.
큰 아이가 중환자실 로테이션을 마쳤다고 알려왔다. 레지던트 2년차의 시작을 중환자실에서 했는데 낮과 밤 24시간을 꼬박 일해야 하는 일정 때문에 힘들었나보다. 중환자들을 돌보아야 하는 일이 부담도 되었으리라. 중환자실 근무를 마치고 이제 좀 여유가 생길 듯하다고 하니 다행이다. 8월 15일부터 3~4일 뉴욕으로 가 딸아이를 보고 올 예정이다. 뉴욕에서 산책도 하고 이곳저곳 둘러보기도 하고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면서 좋은 시간을 가지게 되리라.
2016년 8월 2일
한국으로 치면 시청이라고 해야할 본시티 건물이 집 근처에 있다. 이곳에 낡은 사무실 건물을 부수고 도서관을 지었는데 최근 완공되어 문을 열었다. 아직 시간을 내어 가보지 못했었는데 조만간 시간을 내어 가볼까 한다.
내가 이곳 토론토를 좋아하는 이유중 하나는 곳곳에 도서관이 있다는 사실이다. 건물들이 아름답고 사용자가 편리하고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하였다. 자연스럽게 앉아서 책을 읽거나 쉬고 싶은 마음이 생기도록 책상과 의자를 배치하였다. 책을 마음껏 빌려볼 수 있고 CD나 VIDEO도 빌려준다. 대여 기간도 3주가량 되니 여유있게 이용할 수 있다.
최근에 두 곳의 도서관이 눈길을 끌었다. 하나는 베더스트와 클락 인근에 있는 도서관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본 시청 옆에 지어진 도서관이었다. 베더스트와 클락에 있는 도서관은 좌석배치가 안락하게 되어있어 앉고 싶은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고등학교에 입학한 이후부터 많은 책을 접하였다. 특별히 청년기에 읽었던 수많은 책들은 나의 인격형성에 크게 영향을 미쳤다. 넓은 세상을 접한 것도, 세계 사람들의 다양한 문화를 접한 것도 책을 통해서였다. 한반도 밖으로 나가보고 싶은 꿈을 꾼 것도 책을 통해서였다. 책을 읽으면서 세상이 어떻게 생겼을까 궁금해졌고 다른 나라에 사는 사람들은 어떻게 살까 알고 싶었다. 이러한 궁금증은 세계 곳곳으로 여행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하였고 결과적으로 나와 내 가족이 노스 아메리카-토론토로 이주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책은 또한 내가 바르게 살아야 함을 가르쳐주었다. 바르게 사는 것이 어떻게 사는 것인지를 알려주었다. 나는 당시 함석헌 선생이나 김태길 김동길 김형석 선생이 쓴 글들을 즐겨 읽었다. 청년이면 어떤 꿈을 품고 살아가야 하는지 또 어떻게 노력하며 살아야 하는지를 알려주었다. 나는 그분들이 책에서 이야기하는대로 살아보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꿈을 심어주었다. 당장은 내가 부족할지라도 노력하면 이루지 못함이 없음을 알려주었다. 수많은 문학작품들은 다른 사람들의 삶을 간접체험하도록 일러주었다. 지금 읽고 있는 책들은 동기부여와 관련된 책들 중 영어로 쓰여진 책들이다. 이런 책은 내가 좀 다운되었거나 의기소침해질 때 용기를 준다.
2016년 7월 27일
어려서부터 함께 책을 읽고 토론을 하고 글을 써보는 것…이것이 필요하다. 마을마다 도서관을 만들어놓고 그곳에서 동년배끼리 혹은 여러 세대가 함께 책을 읽고 토론을 벌이는 것이 필요하다. 책을 읽는 것, 묵상하고 좐조하는 것, 글을 쓰는 것 이런 것들이 자신을 발전시킨다.
스티브 김이 벤쿠버로 선교를 떠났다. 20개월의 여정으로 벤쿠버의 빈민촌에서 사랑을 나누며 살 예정이다. 박창근 장로님도 금년말 부로 장로 임기를 끝내면 선교지로 떠날 예정이라고 하신다. 자신을 내려놓고 이웃을 돕는 일, 이웃에 사랑을 실천하는 일은 사실 쉽지 않은 일이다. 이러한 사랑의 실천은 자신을 버리는 일로부터 시작되고 가능해진다. 자신을 내려놓는 일, 이기심을 버리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버린다는 것, 사랑한다는 것이 무엇일까? 그것은 어쩌면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듯 사랑을 나누어 주는 것이 아닐까.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생명까지도 내어놓을 수 있는 그것, 그것이 사랑의 실천일 터이다.
이곳에 있으면서 사랑을 실천하는 일은 가능하지 않은 일인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주변 사람들을 사랑으로 돌보며 따뜻한 눈빛으로 위로의 말로 또는 그들의 말을 경청함으로 사랑을 실천하며 사는 것도 주님께서 원하시는 일일 수도 있다.
글을 써서 주변 사람들을 위로하는 것은 더욱 중요한 일일 터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많이 읽어야 한다. 많이 읽고 쓰는 일만이 그일을 가능하게 한다.
자신을 내어주는 사랑-어머니는 늘 자식을 위해 기도하시며 자식이 잘 되기만을 학수고대하신다. 자식이 보고 싶지만 자식이 잘 있기를 자식이 건강하기만을 원하신다. 나 또한 지혜와 지은이를 위한 사랑이 그러해야 한다. 딸아이들이 평안히 잘 살기를, 행복하기를 빌어주며 나 자신의 삶을 살아야 한다.
생각해보면 어머님 나이가 친할머님 돌아가실 때 쯤의 나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머님은 건강하신 편이다. 외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연세가 76세이시니 어머님은 장수하시는 편이라 할 수 있을 터이다. 어머님께서 더 건강하셔서 90세까지만 살 수 있으시기를…만일 지금 당장 어머님의 몸이 좋지 않으시다면 나는 한국으로 들어가 어머님을 돌봐드려야 한다. 음식을 만들어 해드리고 병원에 모시고 다니는 등의 일을 해드려야 한다. 운전면허도 살릴 수 있으면 살려 운전도 할 수 있어야 한다. 어머님을 모실 준비를 마음으로 하지 않으면 안된다. 교회의 장로로 일하려고 어머님 모시는 일을 등한시 해서는 결코 안된다. 장로이기 때문에 더욱 어머님을 잘돌봐 드려야 한다. 천륜을 저버리고 사랑운운하면 이치에 맞지 않다.
여름 휴가 기간이다. 이웃의 부부는 자동차로 뉴욕을 다녀왔다. 딸에게 반찬거리를 만들어 가져다 주었고 왓킨스 계곡도 다녀왔다. 사진으로 보니 우리가 갔던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나도 아내와 8월 15일 ~20일 사이에 뉴욕을 다녀올까 생각중이다. 뉴욕을 다녀오면 이상구 박사의 건강 강연회에 참석하겠다. 작은 개선 작은 실천을 꾸준히 하면서 사는 것 이것은 우리가 반드시 해야할 일이다.
어제 M을 만났다. VCC 스포츠 캠프에서 일주일동안 봉사하면서 느낀 점들을 이야기 해주었다.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는 안목을 가진 분이다. 준비와 큐시트를 메뉴얼화 하고 체계화하는 것이 꼭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P 집사님 집도 구경할겸 한번 만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으면 한다.
아침시간 아내와 깻잎 김치를 만들었다. 뒷뜰이 있어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으니 감사한 일이다.
2016년 7월 26일
호박 몇 포기를 심었다. 씨앗 하나를 심었는데 계속해서 줄기가 뻗어나고 호박이 열린다. 우리의 마음 속에도 건전한 그 무엇을 심으면 호박줄기처럼 계속해서 좋은 생각이 뻗어나지 않을까. 그 반대로 나쁜 생각을 심으면 나쁜 생각이 호박 줄기처럼 또는 호박잎처럼 계속해서 피어나리라.
호박꽃이 피는데 어떨 때는 암꽃만 피고 어떨 때는 수꽃만 피어 과연 수정이 제대로 될지 마음이 쓰인다. 아내는 호박의 수술을 따서 냉장고에 보관하면 어떨까 묻는다. 호박꽃 정자은행을 생각한 것 같다. 그것도 좋은 아이디어라며 마주보며 웃었다.
어릴 적 나는 외할머니를 무척 좋아하였다. 외할머니는 가뭄에 콩나듯 막내 딸 집에 오셔서 몇 주 머무르셨다. 외할머니가 오시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할머니만 오시면 아빠엄마가 다투시는 일도 없었고, 반찬도 좋아졌다. 할머니는 막내딸에게서 난 큰 아들인 나를 무척이나 사랑하셨다. 돌이 되기전에 할머니 손에서 자란 탓인지 나는 할머님께 큰 사랑을 받았으며 나 또한 할머니를 제일 좋아했다. 할머니는 무엇이 제일 먹고 싶으시냐고 물으시면 늘 말씀하곤 하셨다. 밭에서 기른 애호박 전이 제일 먹고 싶다고. 일부러 시장에 가서 무엇을 사지않고 밭에서 기른 것으로 전을 부쳐 먹으니 그게 제일 맛있다고 하시지 않았나 싶다. 그때의 추억 때문인지 나 도한 애호박 부침개가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다. 애호박을 따서 부침개를 부쳐먹으면 외할머니 생각이 난다.
2016년 7월 21일
하루 한시간도 아니고 10분씩 글을 쓰는 것이 힘들어 한다는 건 말이 안되는 이야기이다. 그런 말도 안되는 짓을 소위 작가라는 내가 하고 있다. 이것은 나의 게으름 때문이기도 하고 관심이 다른 곳에 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최근 얼마동안 뒷뜰에 나가기를 즐겨하였다. 호박이며 오이, 들깨며 상추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였다. 상추를 몇잎 얹고 깻잎이나 쑥갓을 섞어 쌈장에 찍어 먹는 맛이 그만이었다. 집에서 기른 채소를 따서 이웃과 나누는 기쁨 또한 적지 않았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커피점으로 가 묵상을 하고 글을 쓰는 일로 하루를 시작하였는데 요즈음은 일어나자마자 뒷뜰로 나가 자연과 함께 하루를 시작한다. 사실 이렇게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 전혀 문제될 것이 없지만 글을 쓰는 일조차 자주 잊어버린다는 사실이다. 다시 마음을 다잡는다. 하루에 십 분만이라도 할애하여 글을 쓰리라.
미국의 공화당 전당대회(RNC:Republican National Convention)가 열리고 있다. 트럼프가 대통령 후보자로 확정되었다. 멜라니 트럼프의 연설이 4년전 미셀 오바마의 연설을 카피했다고 하는 뉴스가 이슈가 되고 있다. 다른 사람이 했던 연설문을 그대로 가져와 사용한다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더구나 경쟁의 대상인 상대당의 영부인 후보가 4년 전 썼던 연설문을 쓴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살펴보니 너무도 같아 카피했다는 의혹을 받을 수 있겠다 싶다. 개인적으로 카피를 했는가 하지 않았는가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싶지는 않다. 개인적으로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 되기를 원하지 않는 것은 자명한 일이지만 말이다. 하지만 연설문의 내용만은 기억하고 싶다. 특별히 말하는대로 되고 말하는 데로 행동하게 된다는 내용은 특히 그렇다. 멜라니아 트럼프의 연설문과 4년전 미셀 오바마의 연설문 내용을 올려둔다.
“From a young age, my parents impressed on me the values that you work hard for what you want in life; that your word is your bond and you do what you say and keep promise; that you treat people with respect.”-Melania Trump-
“Barack and I were raised with so many of the same values; that you work hard for what you want in life; that your word is your bond and you do what you say you’re going to do; that you treat people with dignity and respect.” – Michelle Obama-
딸 아이와 전화통화를 하던 중 자신은 좋은 의사가 되고 싶은데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공부를 하기 싫다라고 하소연 아닌 하소연을 했다.
나는 딸아이의 ‘좋은 의사가 되고 싶다’고 한 말에 주목한다. 그리고 그 말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그 다음에 한 이야기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공부를 하기 싫다’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믿는다. 공부가 하고 싶어도 잘 안되는 것 일시적인 것이지만 좋은 의사가 되고 싶다는 건 항구적 것이기 때문이다. 딸은 살아가면서 좋은 의사가 되려는 노력을 끊임없이 하게 될 것이다. 당장은 공부가 잘 안되어 안타깝기도 하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책을 잡고 싶고 책이 술술 읽히는 경험도 하게 되리라. 좋은 의사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으면 반드시 좋은 의사가 되어지게 마련이다.
2016년 7월 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