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누고 싶은 이야기

머린랜드의 돌고래 쇼

멋진 인생과 더불어 2008. 8. 26. 06:55

돌고래 쇼

이택희

나이아가라 여행 일정 가운데 인근 머린랜드(marine land)에서 하루를 보내기로 계획을 세웠다.

아이들이 어렸을 적에 가고자 하였으나 폭포구경에만 바빠 하루를 빼기가 마땅치 않았었다. 만만찮은 경비도 적잖이 부담이 되었다. 이박 삼일의 일정으로 떠난 이번 여행에서는 꼭 가보고 싶었다. 막내가 대학생이 되었으니 지금이야말로 마지막 기회로 여겨졌다. 다 큰 녀석들이 들떠하니 덩달아 기분이 좋다.

입구 쪽 커다란 공연장에서 공연이 펼쳐진다기에 시간을 맞추어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바다사자가 묘기를 부린다. 지느러미로 박수를 치고 코로 공을 돌리는가 하면 철사 목걸이를 머리로 받아 몸에 걸치기도 한다. 바다표범이 거대한 몸짓으로 재롱을 피운다.

뒤이어 돌고래의 묘기가 펼쳐진다. 네 마리의 돌고래가 줄지어 공중으로 뛰어올랐다가 첨벙 소리를 내며 물위로 떨어진다. 조련사의 손짓에 따라 모였다가 흩어지기를 반복한다. 빠른 속도로 물살을 가르며 나아가기도하고 머리를 공중에 쳐들고 일어나 뒤로 헤엄을 치기도 한다. 조련사와 함께 수영을 하며 친근감을 과시하기도 한다. 

돌고래는 수중 동물중 인간과 가장 가깝다고 한다. 사교성이 강해 사람과도 금방 친해지지만 아무에게나 쉽게 마음을 주지는 않는단다. 마음에 안 드는 조련사의 말은 무시해버리기도 한단다. 그래서인지 조련사 한사람에 돌고래 한 마리씩 짝을 지어 묘기를 보여준다. 고래가 사람의 말이나 몸짓을 이해하니 영특하기가 보통이 아니다. 더운 여름날 물살을 가르는 녀석들을 보니 시원하기만하다.

돌고래의 헤엄 실력은 인간의 그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것이다. 베이징 올림픽에서 경이적인 기록을 낸 마이클 펠프스와도 상대가 되지 않으리라. 대학생과 유치원생이나 될까. 눈 깜짝할 사이에 수족관을 한 바퀴 돌아 조련사에게로 되돌아와 먹이를 달라고 졸라댄다.

바다에서 고래의 수영실력은 정확하고 빠르다. 물속에서 날쌔기가 보통이 아닌 물고기들도 쉬이 먹잇감이 되고 만다. 엄청난 속도로 헤엄을 치며 앞으로 나아간다. 

돌고래의 묘기를 관람한 후 수족관 아래로 내려가 보았다. 겉에서 보기엔 크고 넓어보였지만 내려와 보니 좁기만 하다. 비좁은 수족관에서 네다섯 마리의 돌고래들이 그렇게 빠른 속도로 헤엄을 치며 묘기를 펼쳐보였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화려한 쇼를 펼치는 그들이지만 수족관에 갇혀있는 모습이 영 보기에 딱하다. 전 속력으로 헤엄을 치면 금방이라도 수족관 벽에 부딪혀 상처가 날 것이다. 다가가 보니 피부 곳곳에 줄이 쭉쭉 그인게 상처가 나서 아문 자국이 여러 곳이다.     

생각해보면 고래가 있어야 할 곳은 수족관이 아니라 푸른 물결이 넘실대는 바다여야 한다. 오대양을 헤엄치고 다녀야 할 고래들이 좁은 수족관에 갇히어 지내야 하니 감옥살이나 다름없으리라.

몇년을 수족관에서 봉사하게 한 후 바다로 보내어주면 어떨까. 그렇게 하면 바다에서 적응능력이 떨어져 살 수 없을 텐가.

어쩌면 늘 수족관에 갇혀 있는 고래는 그곳이 세상의 전부로 이해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으레 세상은 그런 것으로 이해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 아닌가.

그래도 그들이 있어야 할 곳은 수족관이 아니라 바다인데 하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이런 생각을 하는 나 역시 새로운 도전을 주저하면서 안주하고 있지나 않은지 반성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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