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 병실의 할머니는 넘어져 갈비뼈를 다쳤다. 병원에 입원을 했다. 가족이 하루 종일 같이 있기가 힘이 들어 병원 사람들의 도움에 의지한다. 걷기도 힘이 들고 먹기도 힘들다.
간병인을 둘 형편이 되지 못하는지 밤으로는 늘 혼자서 지낸다. 낮 시간에도 함께 할 사람이 거의 없다. 혼자 지팡이를 집고 다닌다. 뚱뚱한 몸매에 흥크러진 머리가 보기에 딱하다.
조그만 목소리로 자신은 산 귀신이라 말한다. 나이 구십이 넘으면 살아있으나 죽으나 매 한가지라더니 실감이 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주위 병실에 입원하고 있는 환자들이 가끔 할머니를 돌봐드린다는 점이다.
딸이 찾아와 머리도 감겨드리고 손톱도 깎아 드린다. 딸의 이야기를 들으니 어제 저녁 친구들과 늦게까지 놀았다고 한다. 어머니를 병원에 눕혀두고 친구들과 노는 딸의 모습을 상상하니 그리 좋게 여겨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어쩌랴 그게 우리네 삶인 것을.
키가 크고 비교적 잘 생긴 딸의 모습을 보면서 시간이 지나면 엄마와 같은 모습으로 변하겠구나 싶다. 인생은 이렇게 돌고 도는 것이다. 늘 건강할 것 같은 사람도 나이가 들면 연약해지고 병원신세를 지기도 한다.
낮 시간에는 아들과 며느리가 다녀갔고 오늘 밤도 잠이 오지 않는지 지팡이에 의지하고 산 송장의 모습으로 복도를 배회한다. 그나마 걸을 수 있다는 게 다행인지도 모른다. 그러한 과정을 거쳐 인생을 마감한다. 육신은 쇠하여 사라질 지라도 영혼은 영원한 하늘나라에 거하게 될 터이다.
면회를 오신 어머님께 옆 병실의 늙은 환자가 딱하다고 했더니 환경이 나쁜 요양원에 입원해 있는 환자들에 비하면 낫다고 하신다. 사실 옳은 말씀이다.
사촌 형이 중풍으로 쓰러져 일년 넘게 그 병원에서 요양 중이다. 문안 차 들렀더니 형편이 말이 아니었다. 좁은 방에 여덟 명의 환자들이 침대에 누워있는데 몇 명은 손발을 침대에 묶어 놓았다. 요동치지 말라고 묶어 놓은 것이라 하였다.
형은 몸의 한쪽만 거동이 불편하였지 정신도 멀쩡하고 온전한 한쪽은 움직임이 자유롭다. 요양병원에서는 걷는 운동을 하는 것을 그리 탐탁치않게 여긴다고 한다. 병실마다 한 사람의 간병인이 있어 여덟 명의 환자를 돌보니 운동을 제대로 시킬 수 없는 것이다.
가능하면 침대에 누워있으라고 하니 감옥이 따로 없다고 하소연이다. 옆에 있는 환자들 대부분은 연세가 많으시다. 손발이 묶인 환자는 억지로 조금씩 움직이면서 미소를 짓는다. 사람이 찾아오니 반가운 모양이다. 눈빛으로나마 커뮤니케이션을 한다.
형은 이곳에 있는 간병인이나 관리인들의 말을 듣지 않으면 지하에 있는 독방에 감금시킨다고 주변사람들의 눈치를 보아가며 작은 목소리로 말을 한다. 그렇게 죽어나가는 사람을 수시로 본다고 한다. 사실인지는 모르겠으나 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요양병원의 관리실태를 고발한 적이 있다. 그 프로그램에서도 환자들을 구금하고 학대한다고 하는 증인들의 말을 들을 수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면 그 요양병원에 비해 이곳 병원은 훨씬 나은 편이다. 병원에 입원해 있는 어머니를 면회하러 딸과 아들이 찾아오는 것만 해도 그렇다. 그러나 저러나 밤만 되면 지팡이를 짚고 딸그락딸그락 소리를 내며 이곳 저곳 배회하는 할머니의 모습이 보기에 딱하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이런 요양병원이나 일반 병원의 병실을 찾아 다니며 환자들과 이야기도 나누고 돌봐드리는 자원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한 주일에 단 몇 시간이라도 실천할 수 있도록 시간을 내어보리라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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