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누고 싶은 이야기

누리며 사는 지혜

멋진 인생과 더불어 2011. 9. 23. 03:41

  지인은 비교적 일찍 캐나다로 와 토론토 대학을 나왔고 곧바로 취직을 했다. 30년 가까이 한 직장에서 근무하여 삶에 여유가 있다.  의사와 엔지니어인 딸과 아들을 두었는데 은퇴 후에도 직장을 다닐 때와 비슷한 수준의 연금(정확히 말하면 직장을 다닐 때 받던 연봉의 75%)을 받을 예정이다.

주말이면 골프를 즐긴다. 봄 여름 가을 세 계절 동안 시간만 나면 골프장에 나간다. 나이에 비해 무척 젊어 보여 대머리인 나와는 정반대이다.

어느 날 그가 찌푸린 얼굴로 나타났다. 잇몸이 붓더니 아프다고 했다. 치료를 받았으나 좀처럼 낫지 않는 모양이다. 이야기를 나누던 중 때로는 너무나 아파 이러다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아파 보니 건강보다 소중한 건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다른 선배는 오랫동안 가게를 운영하며 자녀 둘을 대학까지 마치게 했다. 아들은 출가하여 가정을 이루었고 딸은 몬트리올에서 유명 의류업체의 디자인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어느 날 가진 게 너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열심히 일했는데 왜 나는 가진 것이 없을까 싶어 회의가 생겼다.

며칠 전 딸아이가 사는 몬트리올을 다녀왔다. 가고 오는 길에 구토와 설사가 계속 되었다. 며칠 동안 체중도 현저히 줄었다. 나쁜 병은 아닐까 가슴이 철렁했다. 그 동안 돈을 모으지 못했다고 자주 불평을 했었는데 건강을 잃으면 돈도 명예도 다 소용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다행히 나쁜 병은 아니었다.

아버님은 80세까지 건강하셨다. 적지 않은 연세임에도 하루에 서 너 시간씩 운동을 하여 근육이 젊은 사람들 못지 않았다. 밖에 나가면 육십 대로 보았다. 아들과 외출을 하면 형제로 보았지 부자지간으로 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주위에 친구들도 많아 늘 함께 어울려 다니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의사로부터 위암 말기라는 청천벽력 같은 선고를 받았다. 암 말기라는 선고를 받고도 자신은 반드시 이겨내리라고 믿었다. 건강에 워낙 자신이 있던 터라 암도 자신을 해칠 수 없으리라 믿었다.

본인의 믿음과 의지와는 다르게 다른 장기로 전이된 암은 쉽게 이길 수 없었다. 불과 두 달 만에 체중이 반으로 줄었다. 겨우 화장실만 가시면서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 계시더니 이제는 화장실도 혼자서 못 가신다.

아무것도 소용없다. 많이 먹어라.”

위에서 음식이 받지 않아 죽만 드시면서 하신 말씀이다. 먹고 싶은 것도 먹지 못하는 때가 온다는 말씀으로 들렸다.

가진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건강한 사람도, 모든 것을 다 가진 듯 자신만만하던 사람도 약해지는 순간이 온다. 다 놓고 떠나게 될 날이 온다. 이 사실을 기억하고 하루하루 만족하며 최선을 다하며 살 일이다. 건강할 때 누리며 사는 지혜를 가질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