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주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연주하는 악기를 닮는 것 같아요.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사람은 좀 예민하고 날카로운 면이 있는가 하면 첼로를 연주하는 사람은 좀 무던하고 포용력이 있어요.”
바이올리니스트인 막냇동생에게서 들은 이야기다. 깊어가는 가을에 첼로만큼 잘 어울리는 악기도 없다는 생각을 해본다.
지난 주말 우연한 기회에 첼로 연주를 들을 수 있었다. 19세의 젊은 첼리스트 문태국군의 연주. 출중한 재능의 청년은 다양한 장르의 곡(쇼팽 녹턴 2번, 파가니니 로시니 주제에 의한 변주곡 on one string, 차이콥스키 Pezzo Capriccioso, 라흐마니노프 Vocalise 등)들을 자유자재로 요리하면서 가슴 뭉클한 감동을 선물했다.
로스토로포비치, 샤샤 마이스키, 요요마, 양성원의 뒤를 이을 좋은 재목이었다. 전문적인 연주가가 되는 건 뼈를 깎는 노력이 있어야 하고 어느 정도 운도 따라주어야 한다. 주위에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리(마이애미에서 활동하며 배움의 길을 병행)나 문태국군(뉴잉글랜드 콘설바토리 재학 중) 같은 유능한 연주자가 있다는 게 감사한 일이다. (9월 29일)
(19세의 젊은 첼리스트 문태국군과 함께)
(본 남성합창단 단원들과 함께 한 첼리스트 문태국군)
아버님 기일을 맞아 테라코타를 다녀오다. 처음 아내와 둘이서만 가려 했었다. 마침 둘째가 몬트리올 여행에서 막 돌아와 함께 할 수 있었다. 아버님은 세상을 뜨시면서까지 자손들에게 좋은 선물을 하셨다. 만추의 계절에 당신을 기리며 가을 정취에 빠져들 기회를 주시니 말이다.
테라코타 인 레스토랑은 매주 월요일 문을 닫는 모양이다. 다른 식당을 찾았지만, 오후 세 시면 문을 닫는다고 한다. 대신 가까운 펍을 찾았다. 조지타운의 잉글리시 스타일의 펍(The St. George Pub. 7 Main St N. Georgetown, on)에서 무스 헤드에 곁들인 수프와 샐러드, 햄버거를 먹으며 아버님을 기렸다.
둘째가 할아버지 장례식에 참석해준 데 대해 고마움을 전했다. 둘째는 당시 대학 졸업반으로 바쁜 마지막 학년을 보내고 있었다. 간호학과에 재학 중이라 실습에 빠지면 머지않은 장래에 직장을 잡는데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이런 상황을 아는지라 딸아이에게 함께 가자는 이야기를 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혼자서 오겠다는 결정을 하고 스스로 비행기 표를 사서 왔었다. 몇 시간씩 비행기를 타고 와 피곤할 터인데 전혀 내색하지 않고 검은색 치마저고리를 입은 채 태연히 조문객을 맞았다. 호국원에서 있었던 영결식까지 참석하였으니 할아버지와의 인연을 마음에 새길 수 있었으리라. 당시 둘째에게는 친척과 친지를 만나는 일이 새로운 경험이었을 터이다. 나의 친구들 역시 어릴 적 본 딸아이를 신기한 듯 바라보았다. 그때의 기억을 되살리며 딸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참, 이날 저녁값도 둘째가 냈었다.
(2013년 9월 30일)
(온타리오 조지 타운 시 세인트 조지 펍)
'미셀러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나? (0) | 2013.11.01 |
---|---|
코스모폴리탄 (0) | 2013.10.28 |
여유롭게 하늘 바라보기 (0) | 2013.08.08 |
캐러비언 페스티벌 토론토 (0) | 2013.08.06 |
뉴포트 빙햄튼 핑거 레이크 (0) | 2013.08.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