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인이 말했다.
<지난 금요일 토론토 유니온 역 화장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백인 청년이 벽을 향해 일을 보고 있었다. 화장실에 있는 사람이라고는 백인 청년과 나 그렇게 달랑 두 사람. 거울을 통해 뒤쪽을 보던 청년이 이렇게 말했다.“What the fucking Asian!”만일 그 청년이 한마디만 더했다면 바로 주먹이 날아갈 뻔 했다. 화가 치밀어 올라 견딜 수 없었다. 일요일인 지금까지도 청년의 이야기가 귓전을 맴돈다. 도무지 잊을 수가 없다.>
“Shake it off. 그냥 잊어버려.”
그 말을 듣고 내가 무심코 던진 말이다.
옆에 앉은 또 다른 지인은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말한다.
“우리는 이민 1세대 혹은 1.5세대라 그런 소리를 듣고도 참고 견딜 수 있다고 치자. 하지만 앞으로 우리 자녀들이 그런 소리를 듣게 된다면 어떻게 받아들일까?”
친구가 농담 겸 진담으로 말했다.
“실력을 키우는 수밖에 없다. 돈을 많이 벌던가, 월등한 지식을 가지든가. 힘을 기르면 그나마 대안이 되지 않을까?”
다른 지인이 한마디 거든다.
“피부색이 다른 아이를 입양한 한 백인 부부는 토론토를 벗어나지 않으려 한다. 자녀를 위한 배려 때문이다.”
지난주 일요일(10월 27일) 오전 테이블에 앉아 나눈 이야기이다.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사건이요 물음이다. “Shake it off”라고 말하며 지나칠 문제는 결코 아니다.
* 유니온 역에서 휴밀리에이션(모멸감)을 느낀 지인은 캐나다로 건너온 지 10년도 넘었다. 한국에서 캐나다로 건너온 이후 지금까지 한국어로 쓰인 소설을 단 한 권도 읽을 여유가 없었다고 말한다. 한국어로 된 책을 읽었을 경우 그 내용을 영어로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가 되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치열하게 살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가 영어를 제대로 하기 위해 애쓰는 노력을 알기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지인은 근래 돈 브라운의(Don Brown)의 지옥(Inferno,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을 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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