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셀러니

표지판

멋진 인생과 더불어 2024. 3. 8. 20:55

토론토를 출발하여 나이아가라 온 더 레이크(Niagara on the Lake)로 왔습니다. 버펄로로 향하는 길에 실커스 레스토랑(Silks Country Kitchen*)에 들러 아침 식사를 하기 위함입니다.
오는 길은 온통 포도밭이었습니다. 온타리오주의 세인트 캐서린즈(St. Catharines)와 나이아기라 온 더 레이크는 기후가 온화하여 포도를 재배하기에 유리한 곳이지요. 와이너리에 둘러 쌓인 조용한 마을에 실커스 레스토랑이 있습니다. 동네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자주 찾으시는 맛집입니다.
이날 아침도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손님으로 가득했습니다. 커피와 함께 VIRG’S BIG BREAKFAST와 2 EGG BREAKFAST로 푸짐한  이침 식사를 즐겼습니다. 서빙하시는 분들도 샹냥하고 친절하여 기분이 좋았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국경을 통과하여 버펄로로 향했습니다. I-190를 지나 I-290으로 가는 길에 New York State Univertsity at Buffalo*라는 표지판이 보입니다. 28~29년 전 뉴욕의 한 대학원에서 공부할 때 보았던 그 표지판입니다. 당시 토론토와 뉴욕을 자동차로 오갈 때 종이에 인쇄된 지도를 보면서 다녔지요. 혹시라도 길을 잃게 될 새라 길 안내 표지판을 뚫어지게 보면서 다녔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그래서인지 New York State Univertsity at Buffalo라는 표지판도 기억 속에 선명하게 남아있었지요.
삼십여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딸아이는 뉴욕주립대학교 버펄로 의과대학 조교수 겸 ECMC 병원 노인의학과(Geriatrics) 전문의로 일하고 있습니다. 사위는 버펄로 Mount St. Mary’s 병원의 내분비내과(Endocrinology) 전문의입니다. 생각해 보면 모두가 은혜요 기적입니다. (3/5/24)

*New York State University at Buffalo - https://www.buffalo.edu/

*https://www.silkscountrykitchen.com/



<별/나태주>

우리는 한 사람씩 우주 공간을 흐르는 별이다. 머언 하늘 길을 떠돌다 길을 잘못 들어 여기 이렇게 와 있는 별들이다. 아니다. 우리는 오래전부터 서로 그리워하고 소망했기에 여기 이렇게 한자리에서 만나게 된 별들이다.

그러니 너와 나는 기적의 별들이 아닐 수 없다. 하늘길 가는 별들은 다만 반짝일 뿐 서러운 마음 외로운 마음을 가지지 않는 별들이다. 그러나 우리는 순간순간 외로워하고 서러워할 줄 아는 별들이다. 안타까워할 줄도 아는 별들이다. 그러니 우리가 얼마나 사랑스런 별들이겠는가!

부디 편안한 마음으로 따뜻한 마음으로 잠시 그렇게 머물다 가기 바란다. 오직 사랑스런 마음으로 기쁜 마음으로 내 앞에 잠시 그렇게 있다가 가기 바란다. 굳이 재촉하지 않아도 이별의 시간은 빠르게 오고 우리는 그 명령을 따라야만 한다. 그리하여 너는 너의 하늘 길을 가야 하고 나는 또 나의 하늘 길을 열어야 한다.

우리가 앞으로 만난다는 기약은 바랄 수도 없는 일이다. 어쩌면 이것이 처음이자 마지막 만남일 수도 있겠다. 그리하여 우리는 앞으로도 오래 오롭고 서럽고 안타깝기까지 할 것이다. 부디 너 오늘 우리가 이 자리 이렇게 지극히 정답게 아름답게 만났던 일들을 잊지 말기 바란다. 오늘 우리 만남을 기억한다면 앞으로도 많은 날 외롭고 서럽고 안타까운 순간에도 그 외로움과 서러움과 안타까움이 조금은 줄어들 것이다.

나도 하늘 길 흐르다가 멀리 아주 멀리 반짝이는 별 하나 찾아낸다면 그것이 진정 너의 별인 줄 알겠다. 나의 생각과 그리움이 머물러 그 별이 더욱 밝은 빛으로 반짝일 때 너도 나를 알아보고 나를 향해 웃음 짓는 것이라 여기겠다. 앞으로도 우리 오래도록 반짝이면서 외로워하기도 하고 서러워하기도 하자.

오늘 우리가 여기서 이렇게 헤어지고 난다면 어디서 또다시 만난다 하겠는가? 잡았던 손 뿌리치고 나면 언제 또 그 손을 잡을 날 있다 하겠는가? 너무도 사랑스럽고 어여쁜 너. 오직 기적의 별인 너.  많이 반짝이는 너의 별을 데리고 이제는 너의 길을 가라. 나도 나의 길을 가련다. 아이야, 오늘은 여기서 안녕히! 나에게도 안녕히!
- 나태주 시집 <한 사람을 사랑하여, 홍성사 刊>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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