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5월이다. 이 5월에 가정에서 오가는 대화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잔소리에 대해 잠시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 보자.
‘공부해라, 좀 치워라, 일찍 들어오너라, 인사하고 다녀야지…, 이게 다 너를 위해….’
사람은 자기가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존재이다. 비록 ‘너를 위해’ 한 말일지라도 관심과 사랑을 ‘너’가 느끼지 못하면 사랑으로 작용하지 않는다.
자신의 게으름을 자책하는 20대 후반의 여교사가 있었다. 그와 상담하는 과정에서 “가게를 하시는 부모님이 늦게 집에 들어오시면 집안을 정리하지 않은 것에 대해 어릴 때부터 늘 잔소리를 하셨다”는 말을 들었다. 만약 그때 부모님이 잔소리하시기 전에 하루 종일 동생들을 돌보며 집안의 책임을 지고 있던 맏딸에게 “힘들었지?” 하고 격려했다면 어땠을까? 그리고 부모가 함께 정리하는 모습을 보여 주면서 정리정돈을 어떻게 하는지를 가르쳐 주었다면 어땠을까?
‘하고 싶다가도 멍석 깔아 주면 안 한다’는 옛말은 그저 옛말만이 아니다. 내가 무엇에 대해 신경을 쓰고 있고 행동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그러한 나의 상태에 대해 마음을 읽어 주고 알아주면 용기를 얻고 할 수 있는 힘이 생기지만, 제대로 안 한다고 윽박지르거나 못한다고 질책하면 그만 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진다. 그게 사람이다.
성장 과정의 아이들은 미성숙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부모가 미성숙한 감정과 행동을 인정하고 이해하며 가르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것이 자녀를 키우는 과정이다. 어려워도 처음부터 부드러운 말로 이해시키며 신뢰를 갖고 아이를 키워야 한다.
그러나 많은 부모는 그 자신이 성장 과정에서 미성숙한 상태를 이해받으면서 교육을 받기보다는 어른들이 원하는 바람직한 행동을 하도록 너무 일찍부터 요구받으면서 조숙하게 자라 왔다. 그 결과 겉으로는 의젓하고 바람직한 행동을 하게 되지만 부모가 나에게 한 잔소리를 나중에 부모가 된 후 그대로 반복하기 쉽다. 맞고 자란 아이가 때리는 어른이 되듯 잔소리를 듣고 자란 부모는 잔소리를 하게 된다. 나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통제되지 않고 공격적으로 튀어나오는 잔소리는 진정한 나의 말이 아닌 내 상처의 반복임을 알아야 한다.
잔소리는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빼앗아 버리게 된다. 자녀에게 가장 소중하고 고유한 자기됨의 요소인 자발성을 해치는 것이다.
잔소리는 부모의 미숙한 사랑의 표현이고 과도한 사랑의 표현이다. 그리고 소리 없는 폭력이며 보이지 않는 학대다. 잔소리 속에 자란 아이는 자기 삶의 주인이 되기 힘들다.
아름다운 5월에 우리 모두 잔소리에서 해방되어 진정으로 서로의 마음을 읽어 주고 느껴 주고 보듬어 주는 행복한 가정을 만들어 보자.
정윤애 한국상담학회 대전충남상담학회장
<2006년 5월 16일 동아일보 오피니언 란에서 따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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