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actice·청소년

절제, 포기 가르치는 용돈 교육해야(따온 글)

멋진 인생과 더불어 2006. 5. 20. 08:10

천규승(50)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교육실장은 “어린이 경제교육의 목적은 영악한 아이를 만드는데 있지 않다”면서 “돈과 시간, 능력의 제약 속에서 후회 없는 선택을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 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단순히 경제개념, 경제흐름만이 아니라 바람직한 소비습관이 들도록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 실장은 ‘경제는 습관이다’ ‘현명한 부모, 미래를 준비하는 자녀’ 등의 저술활동과 함께 교육부 경제교과서 발전자문위원 등을 맡고 있는 어린이 경제교육 전문가다. 다음은 천 실장과의 일문일답.

 

-어린이 경제교육은 어떻게 시켜야 하나.

“물건을 고르는 방법뿐만 아니라 절제하고 포기하는 방법도 가르칠 수 있는 용돈 교육이 가장 기본이다. 갓난 아이 때부터 울기만 하면 젖을 물리는 습관을 들일 경우 절제를 모르듯이, 부모가 원하는 걸 모두 해주면 성취동기를 잃어 버리게 된다. 용돈을 아껴 자신이 원하는 걸 사는 재미를 느끼도록 해야 한다.”

 

-구체적인 용돈 교육의 방법은.

“단순히 귀찮으니까 용돈을 준다는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 아이가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고, 사후 점검하는 과정에서 돈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쓸 지를 깨닫게 해야 한다. 용돈은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일주일 단위로 주는 게 좋다. 용돈의 소비 범위와 액수에 대해선 협의가 필요하다. 용돈 액수에는 생필품 비용뿐 아니라 놀이비용과 저축금액까지 포함시키는 게 좋다. 일단 줬으면 사사건건 간섭해서는 안 된다. 대신 한 달에 한번 내역을 점검해 ‘어떤 돈도 나중에 감사를 받는다’는 생각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

 

-초등학생의 주식투자나 경제캠프 참가는 바람직한가.

“어린이 주식교육을 반대하진 않는다. 다만, 주식을 사고파는 교육이 아니라 주식의 의미, 주가와 경제적 사건과의 연관관계 등 경제흐름을 가르치는 교육이 돼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사설 학원 등에서 시초가, 상종가 등의 증권용어 해설이나 투자기법 등 엉뚱한 내용을 가르치고 있다. 벼룩시장 체험이나 경제캠프도 돈의 의미 등에 대한 사전교육 없이 단지 돈 버는 방법만 가르쳐주는 이벤트 형식으로 진행돼 아이들에게 헛된 망상만 심어주는 경우가 많다. 돈 쓰는 법을 모르는 아이들에게 창업놀이, 재벌놀이 등 돈 버는 방법부터 가르치는 것은 난센스다.”

-어린이 경제교육은 언제부터 시작하는 게 좋나.

 

“아이들은 초등학교 4학년 정도가 돼야 경제교육의 맛을 보게 된다. 그 이전에 주식투자, 경제캠프 참가 등 각종 사교육을 시키면 학교교육에 흥미를 잃게 된다. 주식교육도 최소한 5학년 2학기 이후에 시작하는 게 바람직하다. 경제교육의 중심은 어디까지나 학교이다. 가정은 학교교육과 연계해 보조 역할을 하는데 머물러야 한다.”

 

<2006년 5월 15일자 한국일보에서 따온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