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actice·청소년

초라한 영어교육 (따온 글)

멋진 인생과 더불어 2006. 6. 8. 10:46

상하이 북쪽 훙커우(虹口)구의 광링루(廣靈路) 소학교는 학부모들이 아이들을 자전거에 태워 등하교시키는 전형적 서민동네 공립학교다. 이 학교는 1학년부터 일주일에 3시간씩 영어를 정규과목으로 가르친다. 영국 옥스퍼드대와 상하이 교육당국이 함께 개발한 교과서를 교재로 쓴다. 말하기와 쓰기는 원어민(原語民) 교사가 맡는다. 방과 후나 주말에도 개설한 영어특강에 아이들이 몰린다.

 

▶같은 동네 사립 베이베이(貝貝) 영어소학교는 아예 영어가 ‘공용어’다. 중국어와 도덕, 중국사 말고 모든 과목을 영어로 가르친다. 10년 전 문을 연 이 학교 수업료는 1학기 4000위안(48만원). 중학까지 수업료를 면제하는 중국이지만 학부모들은 그 정도 학비쯤은 아까워하지 않는 듯했다.

 

▶상하이중학, 상하이외국어대솽위(雙語)학교, 세계외국어중학처럼 영어로 가르치는 학교가 수두룩한 곳이 상하이다. 국제학교가 아니라 현지인 학교다. 각 과목의 주요 개념은 중국어로 가르치고 나머지는 영어로 수업하는 학교도 셀 수 없이 많다. 상하이는 1998년부터 초·중학교 이중언어(bilingual) 실험교육을 해 왔다. 작년에만 베이베이영어소학교 등 28개 실험학교를 선정했다. WTO 가입과 함께 글로벌시대에 걸맞은 인재를 키운다는 목표다.

 

▶우리 초등학교 3~4학년 영어수업이 한 해 34시간, 5~6학년은 68시간으로, 중국(75~105시간) 홍콩(135~165시간) 말레이시아(116~136시간)는 물론 베트남(70시간)보다도 적다고 한다. 전북대 전병만 교수팀이 조사한 23개국 중에 초등학교 영어시간이 우리와 같거나 적은 나라는 인도네시아와 일본뿐이다. 홍콩·말레이시아·인도·노르웨이·오스트리아·이스라엘은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스페인은 유치원 때부터 영어를 가르친다.

 

▶외국어 습득엔 결정적 시기(critical period)가 있다. 6~13세 때 배워야 한다는 언어학 이론이다. 이 시기에 우리는 학교에서 영어를 제대로 가르쳐주지 않는다. 여유 있는 집 아이는 개인과외나 학원교습을 받을 수 있다. 해외캠프에 조기유학도 간다. 학교수업만으로는 이렇게 배운 아이들을 당해낼 수가 없다. 그런데도 전교조는 초등학교 1,2학년 영어수업을 반대한다. 그 반대가 계층 간 ‘영어격차’(English Divide)와 교육격차를 더 벌려놓게 된다는 걸 알고는 있을까.

 

<2006년 6월 8일자 조선일보 만물상(함삼희 논설위원의 글)서 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