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동할 때 대중교통을 주로 이용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자동차 1500만대 시대를 맞이 하여 대도시의 교통적체 현상은 심각한 지경이다. 출퇴근 시간 뿐 만 아니라 모든 시간대가 다 차가 막혀 도로에서 시간을 허비하게 된다. 하지만 지하철을 이용하면 일정한 시간에 가고자 하는 장소에 정확히 갈 수가 있다. 버스를 이용하면 버스 전용차선으로 다니기 때문에 자가용으로 이동하는 것보다 오히려 시간이 절약된다. 요즈음은 시간과 아이디어가 돈이 되는 세상이다. 괜스레 차를 몰고 나와 길바닥에 시간을 버리고 또 조금이라도 빨리 달리려고 새치기 하고 차선을 위반하고 속도위반을 하는 사람들을 보며 짜증을 내기도 하고 가끔은 나 역시 그렇게 하기 보다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편이 훨씬 낫기 때문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자투리 시간을 잘 이용할 수 있다. 이동시간을 이용하여 독서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요즈음 같이 바쁜 세상에 짬을 내어 책을 읽기가 만만치 않다. 열심히 일하다 보면 일하는 데 시간을 많이 빼앗기고 열심히 일한 후에는 피곤에 지쳐 책을 읽기가 만만치 않다. 하지만 이른 아침 시간 전철 안에서 하는 20-30분간의 독서는 우리의 마음과 영혼에 양약이 되며 지식을 얻는 데 도움이 된다. 하루의 독서는 별 것이 아닐 지 몰라도 하루하루 읽은 것이 쌓이면 적지 않은 분량이 되고 지식이 쌓이고 폭 넓은 인간성, 높은 인격을 쌓아가는 소중한 자산이 된다.
자기차로 다니는 것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사고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대중교통이라고 사고의 위험이 없는 것은 아니나 확률적으로 사고의 위험을 줄일 수 있는 것이다. 부모님들은 자녀들이 차를 운전하고 다니면 늘 사고나 당하지 않을까 하고 염려하신다. 나는 비교적 일찍 자가용을 가졌었다. 중고차 가게에서 허름한 중고차를 사서 주로 주말에 이용하곤 했다. 또한 부모님이 계신 대구 본가에 내려갈 때면 직접 차를 운전하여 내려가곤 했다. 차를 가지고 내려간다는 이야기를 하면 아버님 어머님께서는 내가 도착할 때까지 마음을 졸이고 기다리고 계셨다. 혹시나 사고를 당하지나 않을까 하는 염려 때문에. 지금도 부모님께서는 서울에 혼자 사는 아들이 차를 몰지 않는 것을 큰 다행으로 생각하신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경제적이다. 기름값, 주차비, 통행료 이런 것들을 내지 않을 수 있다. 차를 가지고 다니면 힘든 것 중에 하나가 마땅한 주차장소를 찾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비싼 주차비는 차지하고라도 주차할 곳을 찾지 못해 안절부절 할 때가 있다. 길 옆에 잠시 세워두기라도 하면 금새 주차위반 딱지를 붙이고 또 견인해가기도 한다. 견인해 간 차를 다시 찾는데 드는 노력과 불편함, 짜증스러움은 경험해본 사람이면 누구나 알 것이다.
현대인들에게 늘 부족한 것이 운동이다. 영업용 택시 운전사들은 거의가 하체가 부실하다고 한다. 앉아서 일하는 직업이다 보니 걷는다거나 달릴 시간이 상대적으로 적다. 그래서 택시 기사분들은 조기축구회에 나가 운동을 하거나 등산을 즐긴다. 자가용으로 출퇴근 하는 사람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출퇴근 하는 사람들에 비해 걷는 운동을 적게 하는 것은 당연하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목적지까지 가기 위해서 계단을 오르내리고 버스나 전철에서 내려 목적지 까지 걷게 된다. ‘운동이 보약이다’ 라는 말이 있다. 틈만 나면 운동을 하려고 애쓰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자가용을 이용하지 않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많이 걸으면 저절로 몸에 좋은 보약이 되는 것이다.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사람들의 다양한 표정을 구경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업는 재미이다. 사람들의 다양한 표정을 읽으며 여러가지 상상을 해 보는 일은 재미있다. 물론 사람들이 몰리는 출퇴근 시간대에 이런 경험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조금만 부지런 하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나의 경우 아침에 일찍 집에서 나와 대중교통을 이 한다. 남들보다 한시간 내지 두시간 일찍 집을 나오는 것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하더라도 일찍 나오면 러시아워를 피할 수 있어 콩나물 시루 같은 답답함을 피할 수 있고 여유를 가질 수가 있다.
솔직히 고백하면 내가 10대 후반 20대 초반이었을 적에 버스를 타고 가는 40대나 50대 중년의 아저씨를 보면 속으로 비웃었다. 어지간 하면 열심히 노력하여 자가용을 사서 다닐 것이지 저 나이가 되도록 버스로 다니는가 하고 말이다. 지금에 와서야 깨닫는 일이지만 그 생각이 얼마나 교만하고 단편적이었나 싶다. 물론 그때와 지금은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 2-30년 전에는 지금 같은 교통체증도 없었고 자가용을 가지는 것 또한 쉽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누구나 차를 가지고 있다. 차를 가지고 있고 없고가 아니라 어떤 차를 가졌는가에 따라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이 달라지기도 한다. 지금와서 반성하는 것은 열심히 산 사람들 중에도 아예 차를 가지지 못하였거나 차를 가졌어도 좋은 차를 가지지 못하는 경우는 수두룩하다는 사실이다.
이야기가 좀 빗나갔지만 앞으로도 나는 계속 대중 교통을 이용할 생각이다.
(2004년 7월 5일 아침 시내버스 노선변경에 따른 어려움을 피부로 체험했다. 늘 타던 버스를 무조건 탔으나 노선이 변경되어 엉뚱한 방향으로 진행, 다른 버스로 갈아타기 위해 한참을 걸어야 했다. 운임 800원을 버렸다고 생각했으나 바로 갈아타는 것은 면제가 되는 제도가 생겼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라 자위. 하지만 막상 버스를 다시 타고 교통카드를 대었더니 다시 800원이 빠져나간다. 버스에서 내려 전철로 갈아탈 때 또 800원은 내지 않아도 되는가 싶었더니 역시 800원이 빠져나갔다. 시간은 시간대로 더 들었고 버스비는 1600원 추가로 버렸다. 사실 전철을 한번 만 갈아타면 되는 길을 버스, 전철 환승을 경험해 본답시고 시도해 본 것이 시간과 돈을 한꺼번에 낭비한 것이다. 더운 날 땀을 삐직삐직(?저속한 표현에 죄송) 흘리면서… 나중에 알고 보니 환승시 금액을 면제 받으려면 내릴 때 카드를 다시 한번 대어주어야 한대나… 그래도 또 환승버스를 타기가 겁이 난다. 외국에서도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은 당하지 않는데 내 나라에서 이런 일을 당하다니! 내가 부주의 한 탓도 있고, 서울시에서 홍보를 제대로 하지 않은 탓도 있다. 돈을 좀 내고 배워야 제대로 배울 수 있다고 웃어 넘김이 건강에 좋으리라. 그래도 세상은 살만한 것이다.)
2004/7/5 이택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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