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살 것인가 아니면 콘도를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보금자리를 꿈꾸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겪어보았을 것이다. 콘도냐, 하우스냐의 문제는 개개인의 선호도에 따라 답이 달라질 것이다. 이번 칼럼에서는 집의 관리에 관해 살펴보려 한다.
집은 사람이 살아야 하는 보금자리이자 인간의 인체와 흡사하게 구성돼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필자의 눈에는 집의 현관입구는 사람의 입, 창문은 사람의 눈, 하수와 전기배선들은 사람의 혈관, 집 전체의 냉난방은 사람의 심장처럼 보인다.
집이 사람과 확연히 다른 점은 '무기체'라는 점이다. 스스로 숨을 쉴 수 없는, 살아있는 유기체가 아니라는 것이 사람과 다른 점이다. 그러므로 집은 끊임없이 관리를 해야 수명이 오래 갈 수 있다. 매일같이 타고 다니는 자동차는 며칠에 한번씩 주유소에 들러 기름을 넣고 일정한 주기마다 엔진오일을 갈아주며 또 정기적인 점검을 통해 이상이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당장 차가 멈추게 되거나 커다란 불편을 겪게 마련이다.
그렇다면 집은 어떤가. 정기적으로 수리를 해야 하는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몇 년에 한번은 지붕을 갈아줘야 하고 물이 새면 수리를 해야 하다. 물받이에 낙엽 등이 쌓여 막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청소를 게을리 해서는 안 되고 벽이 더러워지면 페인트칠을 다시 해줘야 한다. 겨울에 난방이 잘 안 된다 싶으면 보일러를 교체하고 앞마당의 잔디도 자주 손질해야 하며 싱크·세면대나 변기의 물이 잘 내려가지 않을 경우 즉각 수리를 해줘야 한다.
이처럼 실로 많은 점검을 '항상' 해야 하는 데도 불구하고 사실상 집을 관리하기란 말처럼 그리 쉽지가 않다. 그렇기에 자칫 잘못하면 관리에 소홀할 수 있다. 관리가 소홀하면 집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집주인들이 이런 점들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수리비용이 만만찮게 들어가기 때문에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시공업자를 선정할 경우 견적의 가격으로 비교하는 것이 일반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가장 저렴한 가격을 부른 시공업자가 가장 낫다는 뜻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낮은 견적을 제시한 시공업자를 선택하는 것이 일반적인 현실이다.
집의 관리를 소홀히 하면 자동차보다도 훨씬 비싼 재산인 집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스스로 숨을 쉴 수 없는 집이기에 자유롭게 숨을 쉴 수 있도록 도와주지 않는다면 '죽게' 돼 있다.
하버드 주택연구센터(Harvard Joint Center for Housing Studies)의 보고에 따르면 여유 있는 사람들은 주택관리비로 연간 4천 달러를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제 머잖아 토론토에도 추운 겨울이 다가온다. 겨울철에는 특히 집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 지붕부터 시작해서 기초까지 눈에 보이는 부분들부터 리스트를 작성해 관리한다면, 그래서 예방만 잘한다면 큰돈을 들이지 않고 좋은 상태로 집을 관리할 수 있다.
관리방법 가운데 가장 중요한 몇 가지들을 간단히 열거해본다.
◆목록을 작성하라
정기적으로 점검해야 할 부분을 플러밍·전기·설비·조경 등 항목별 리스트로 만들어 놓으면 문제를 보다 쉽게 발견하고 쉽게 대처할 수 있다.
◆분기별로 체크하라
실내의 경우 부엌싱크대나 화장실욕조 등의 파이프의 누수를 체크하고 에어컨필터는 정기적으로 교체해준다. 창문이나 문의 상태도 점검한다. 외부는 벽의 마감재가 떨어지지 않았나 살펴보고 페인트 상태와 스프링클러도 제대로 작동되는지 확인한다. 또 구석구석 못이나 스크루로 연결된 부위의 고정상태도 체크한다.
◆수리할 가치가 있는지, 본인이 고칠 수 있는지 판단하라
대부분의 일들은 아주 간단하게 고칠 수 있는 것들이다. 잦은 문제를 야기하는 부분은 아예 근본적인 부품을 바꾸꾸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
요컨대 집을 관리하는 것은 집 스스로를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그 안에서 살아가는 가족과 자기 자신의 편리와 안전을 위한 것이다. 집이 숨을 쉬어야 '나'도 편안하게 숨을 쉴 수 있기 때문이다.
(2006년 9월 30일 캐나다 한국일보 C9면에서 따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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