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색 옷 입고
떡 하니 서있는 그대
불타는 속마음 다 보여주며
부끄러운 얼굴 붉히는
수줍은 각시
머지 앉아
입은 옷 훌훌 벗어
잔디에게 전해주고
외로이 찬바람 맞고 서있을
그대
공작보다 화려한
내 모습 바라보아
사람 사이 상처 입은 마음
깨끗이 잊으라며 활짝 웃는
그대
차갑고 매서운
겨울바람 견디며
어려운 일 있을 때
나를 보며 이겨내라 말하는
그대
껑껑 언 얼음도
친구 삼아 놀아주며
힘들게 하는 이
감싸 안으라 이르는 성숙한
그대
토론토 노스욕 영 스트리트에
이순을 훌쩍 넘긴 단풍나무 한 그루
울긋불긋 화려한 옷 입고 서있습니다.
여름내 시원한 그늘을 제공하더니,
가을이 되자 시인되었습니다.
개발바람이 불어 머지않아 사라질 운명에 처한
나무가 오랜 친구인양 애틋합니다.
2007년 10월 1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