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시

단풍나무

멋진 인생과 더불어 2007. 10. 18. 09:42

단풍나무

 

채색 옷 입고

떡 하니 서있는 그대

불타는 속마음 다 보여주며

부끄러운 얼굴 붉히는

수줍은 각시

 

머지 앉아 

입은 옷 훌훌 벗어

잔디에게 전해주고

외로이 찬바람 맞고 서있을

그대

 

공작보다 화려한

내 모습 바라보아

사람 사이 상처 입은 마음

깨끗이 잊으라며 활짝 웃는

그대

 

차갑고 매서운

겨울바람 견디며

어려운 일 있을 때

나를 보며 이겨내라 말하는

그대

  

껑껑 언 얼음도

친구 삼아 놀아주며

힘들게 하는 이 

감싸 안으라 이르는 성숙한

그대

 

토론토 노스욕 영 스트리트에

이순을 훌쩍 넘긴 단풍나무 한 그루

울긋불긋 화려한 옷 입고 서있습니다.

여름내 시원한 그늘을 제공하더니,

가을이 되자 시인되었습니다.

개발바람이 불어 머지않아 사라질 운명에 처한

나무가 오랜 친구인양 애틋합니다.

 

2007년 10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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