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문화 엿보기
이 택 희
캐나다는 이민자의 나라이다. 지금도 매년 십오만명 정도의 이민을 받아들인다. 유럽인, 남미인, 아시아인 등 다양한 민족이 모여 산다.
사람들은 캐나다를 민족 전시장 또는 인종의 모자이크라 부르기도 한다. 특별히 토론토는 다양한 민족의 다양한 문화를 고루 접할 수 있는 대표적 도시이다.
토론토에 살면서 색다른 음식을 즐길 수 있는 건 기쁨 중 하나이다. 서양음식뿐 아니라 인도, 베트남, 중국 등 전 세계 음식을 골고루 맛볼 수 있다.
랍스터를 전문으로 하는 음식점 ‘레드 랍스터’, 스테이크 전문점 ‘케그’, 포드센터 공연장 앞 ‘바톤루즈’는 자주 들리는 서양음식점이다. 그리스출신 사장이 운영하는 ‘프렌들리 그릭’에서 '소브라키(souvlaki)'라 불리는 음식을 즐겨 먹었는데 최근에는 베트남 음식에 빠져있다. '포(pho)'라고 불리는 쌀국수가 입맛을 당긴다. 값도 싼 편이어서 부담없이 즐길 수 있다. 영 스트리트(yonge street)엔 ‘알프레도’라고 불리는 작은 이태리 식당이 있는데 겉모습은 허름해도 저녁시간이면 사람들로 넘쳐난다. 파스타나 해산물 요리가 일품이다.
이곳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스포츠는 단연 아이스하키. 부모들은 자녀들이 어릴때부터 스케이트를 배우게 한다. 장비구입에 많은 돈이 들고 무거워서 실어 나르기가 번거러울지라도 아이스하키 팀에서 운동하는 걸 자랑으로 알고 즐겁게 뒷바라지 한다. 한국 아이들이 축구를 좋아하듯 이곳 아이들은 하키를 좋아한다. 골목마다 스틱을 들고 하키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토론토를 연고로 하는 아이스하키 팀 ‘메이폴 립스’의 최근 성적은 꼴지 다음이다. 플레이 오프 진출은 물 건너 간지 오래지만 시합이 있는 날 사람들은 스포츠 바(sports bar)나 펍(pub)에 모여 응원을 한다. 연신 맥주를 들이키며 탄성를 질러댄다. 토론토를 연고로 하는 다른 프로 스포츠팀으로는 농구팀 '랩터스', 야구팀 '블루 제이스'가 있다.
토론토는 겨울이 길고 눈이 많이 온다. 자연스럽게 스노우 보드나 스키를 즐긴다. 차를 타고 나가면 한시간 거리에 즐길만한 스키장이 여럿이다. 겨울이면 가족 단위로 며칠씩 시간을 내어 블루마운틴이라는 리조트로 스키여행을 떠난다. 마니아들은 서부에 있는 캐나다 최대의 스키장 휘슬러로 가기도 하고. 휴가철이나 연휴 때가 되면 스키 장비를 한 아름 울러 매고 공항을 오가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가 있다.
여름이면 가족 단위로 캠핑도 즐긴다. 캠핑장 곳곳에 샤워 시설, 바비큐 장, 텐트를 칠 수 있는 장소를 따로 만들어 놓았다. 캠핑 그라운드엔 전기도 들어온다. 자연과 함께 어울리며 사는 것을 당연시 여긴다. 야외활동(out-door activity)을 즐기지 않는다면 캐나다의 문화와 삶을 즐긴다고 할 수 없으리라.
캐나다는 노인들의 천국, 여자들의 천국, 어린이들의 천국이라고도 불린다. 노인의 경우 65세 이상이 되면 정부로부터 일 인당 약 백만원 가량의 노인연금을 지급받는다. 보유자산 여부에 따라 지급금액이 다소 달라지긴 하지만 부부가 생존해 있을 경우 매달 이백여 만원의 돈이 정해진 날짜에 어김없이 수표(check)로 배달되어 온다. 캐나다 정부를 가르켜 ‘효자도 이런 효자가 없다’고 말씀하시는 어르신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이곳에서는 자기 아이들이라고 함부로 하다가는 큰 코 다친다. 매를 대기라도 하면 정부에서 나와 제제를 가한다. 한국에서처럼 아이에게 매를 댔다가 한참 동안 떨어져 지내게 하는 결정이 내려지기도 했다. 부부싸움 중에 아내에게 “너 까불면 죽여 버릴 거야.”라고 별 생각 없이 말했다가 심각하게 조사를 받은 사례도 있다.
어지간한 일들은 본인이 한다. 차를 고치고 집에 페인트칠을 하는 등. 일요일 저녁 옆집에 사는 폴과 그의 아내 쉐리를 초대하여 저녁을 같이 했다. 폴은 하루 종일 지하실에서 침대 높이는 일을 했다고 한다. 매트리스를 샀는데 평소에 쓰던 것보다 높아 침대의 높이를 조정하지 않을 수 없었단다. 10년 이상 사용하던 침대를 바꾸기가 싫어 나무를 붙여 높이는 작업을 했다는 것이다. 새로운 집으로 이사 오기 전 삼일동안 집 전체를 직접 페인트칠 했을 정도이니 어련할까.
캐나다 사람들은 커티지(일종의 별장) 하나쯤은 가지고 있다. 차로 한두 시간 거리의 커티지 컨트리에 커티지를 두고 주말마다 방문을 한다. 낚시도 하고 캠핑도 하면서 자연과 함께 삶을 즐긴다. 친구인 릭(Rick)과 폴(Paul) 두 사람 모두 토론토의 동쪽에 위치한 '피터보로우'에 커티지를 가지고 있다. 이번 여름 자신의 커티지로 캠핑을 가자고 들뜬 마음으로 이야기 한다.
캐나다인들은 답답할 정도로 서두르지 않는다. 커피를 사려고 십여명씩 미련하게 줄을 서 있고 물건을 살 때에도 재고가 없으면 몇 주, 심지어 몇 달을 기다리기도 한다. 한국사람의 급한 성격으로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평생을 그렇게 살아온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이리라.
예약 문화가 잘 정착되어있다. 여행계획은 보통 일년 전 늦어도 육개월 전에 잡는 것은 물론이요. 결혼을 위하여 예식장을 잡고, 장식을 위한 예약을 하고, 신혼 여행지를 정하고 하는 일은 결혼식 일 년 전에 끝낸다. 모든 일들이 예약을 통하여 이루어지기 때문에 때로는 답답하다는 생각도 든다.
사람들은 대체로 친절한 편이다. 정신적으로 여유가 있어서 그럴 것이다. 상대에게 아량을 베풀 줄 안다. 특별히 사회적 약자에게 아량을 베푸는 일을 당연하게 여긴다.
상류층으로 갈수록 교육에 관심이 많다. 자녀들을 돈이 많이 드는 사립학교로 보낸다. 기숙시설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나 그렇지 않은 학교도 있다. 학창시절 사귄 친구들이 훗날 좋은 인맥이 되기도 한다.
18세 이상이면 자녀들은 부모곁을 떠나 독립적인 생활을 한다. 대학을 들어가면 학비를 스스로 해결하는 친구들도 반은 될 것이다. 18세 이상 성인이 되어서도 부모로부터 도움 받는 것을 부끄럽게 여긴다. 돈을 벌며 공부를 하다 보니 5년에 대학을 마치는 사람도 있고 8년에 대학을 마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자신의 일을 스스로 결정하고 처리하는 걸 자랑스럽게 여긴다.
베트남 음식점에서 포를 먹고, 이탈리아 할아버지가 운영하는 이발소에서 머리를 자르고 앵글로색슨계, 남아메리카계, 중국계 사람들과 이웃하며 눈도 치우고 잔디도 정리하면서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며 사는 것이 이곳 토론토에서의 일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