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시

진실이 그리운 사회

멋진 인생과 더불어 2008. 7. 1. 12:55
 

진실이 그리운 사회

이택희

대선 당시 전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였던 김경준씨가 최후 변론에서 "제일 먼저 무릎 꿇고 대한민국 국민과 판사, 검사, 가족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께 끼친 피해에 대해 한없이 죄송하게 생각한다. 일곱 살 난 딸이 스무 살이 됐을 때 이런 상황을 어떻게 설명할지 고통스럽다"고 했다.

위조된 문서를 만들고 악의적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하여 국민의 판단을 흐리게 한 그 때의 상황을 돌이켜보면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당시 집권당은 김경준씨의 이야기만 믿고 상대 후보를 얼마나 집요하게 공격하였던가. 다수의 사람들이 그의 말 한마디에 놀아났다.

뻔뻔스럽게 거짓을 말하였던 그의 얼굴을 기억한다. 어쩌면 그리도 당당할 수 있었을까. 오래가지 않아 탄로 날 거짓을 날조하여 진실인양 말하는 그를 어떻게 이해한단 말인가. 거짓말이 장차 어떤 영향을 미칠지 뻔히 알면서 그리하였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

거짓말로 모든 사람이 속아 넘어갔고 역사가 바뀌었다고치자 그랬다면 떳떳이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있었을까. 아비로써 자신의 딸에게 떳떳할 수 있을까.

진실인지 아닌지 판단도 하지 않고 상대 후보를 비방하고, 후보가 사퇴해야한다고 주장하였던 사람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그들 역시 사과를 하거나 부끄러워하는 기색이 조금도 없는 듯하다. 보통사람이라도 부끄러워하고 뉘우쳐야 마땅할진대 지도자라는 사람이 다 지나간 일이라는 듯 당당하다면 어떻게 그들을 믿고 따를 수 있을까.

광우병 파동으로 몰고 갔던 공영방송의 시사 프로그램 또한 상당부분 조작임이 드러났다. 의도적으로 부풀리어 온 국민을 광우병의 공포로 몰아넣었다. 언론사가 사실을 조작하여 유언비어가 만들어졌고 그 유언비어에 온 국민이 속아 넘어간 꼴이 되었다.

있지도 않은 사실을 만들어 여론을 조작하고 가능성이 거의 제로에 가까운 일을 침소봉대하여 사람들을 공포로 몰아넣고 거리로 나서게 하는 작금의 사태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런지. 진실을 진실로 받아들일 수 없는 사회, 음모에 의해 움직이는 사회에 살고 있는 현실이 참담하다.

이러한 일들로 인하여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는 불신 사회가 되어간다. 누가 무엇이라고 하면 이면에 어떤 생각을 깔고 저런 말을 할까 의심하게 된다. 거짓에 의해 이리 저리 저리 휩쓸리는 사회를 상식이 통하는 사회라 할 수는 없으리라.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회를 성숙한 사회라 할 수 있겠는가.

성숙한 개인은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가는 말을 하거나 상대를 힘들게 할 수 있는 일에는 신중하다. 확인되지도 않은 사실을 말하여 상대를 코너에 몰아가고 힘들게 하지 않는다. 비방하거나 헐뜯기를 일삼기 전에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많아질 때 성숙한 개인이 되고 건전한 사회가 되어지지 않을까.  

김씨는 자신의 형사책임을 모면하려 저지른 본능적인 행동이었을 뿐,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의도는 없었다고 말한다. 그의 말을 진실로 받아들이고 싶다. 하지만 이 말 또한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가 어쩐지 찜찜하다. 다른 사람의 말을 쉬 믿지 못하는 병에 걸려가고 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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