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누고 싶은 이야기

들깨

멋진 인생과 더불어 2013. 9. 29. 20:10

  잘 노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인생은 셀레브레이션. 얼마나 기뻐하고 얼마나 감격했느냐에 따라 잘 살았느냐 아니냐가 결정된다. 물론 얼마나 보람되게 살았는가, 얼마나 사회에 기여 하며 살았는가, 얼마나 성공했는가 이런 것도 중요한 일임에 틀림이 없다. 하지만 결국은 자신이 삶에 얼마나 만족하며 살았는가, 기뻐하면서 살았는가가 더 중요하다고 나는 믿는다.

 

요즈음 퇴근을 하면 가을 냄새가 물씬 풍기는 뒤뜰로 나간다. 삶의 마지막을 보내는 토마토랑 깻잎, 고추, 셀러리를 만나기 위해서다바짝 다가앉는다. 마치 친한 친구라도 되는 것처럼.

삶을 마쳐가는 그들을 대할 때 숙연함마저 느낀다. 곧 영원히 오지 못할 길을 가야하지만 그렇다고 아쉬워하거나 슬퍼하지 않는다. 당연히 갈 길을 가는 듯 준비하는 것이다. 우리 인생도 그래야 하지 않을까? 세상에서 마음껏 즐기며 살다가 때가 되면 아무런 후회도 미련도 없이 떠나야 한다. 그런 후회 없는 생을 살고 싶다. 한판 잘 놀다 간다는 생각으로 삶을 살았으면 한다.

 

들깨에 꽃이 지고 씨앗이 맺히고 있다. 참새들이 눈치를 챘는지 떼거리로 앉아 만찬을 벌이다 다가서는 발자국 소리에 우르르 하늘로 날아오른다. 하찮은 식물도 몸을 내어주어 존재가치를 증명한다. 그들의 일생을 생각할 때 숙연한 마음마저 든다. 봄엔 자신의 어린 몸을 내어주어 나물이 되게 하고 여름내 잎을 내어주어 식탁을 풍성하게 한다. 가을로 접어들면서는 하얀 꽃을 피워올려 벌들에게 꿀을 따게 하더니 씨앗을 새들에게 먹이로 내어주고 있다. 머지않아 자신의 분신인 씨앗을 몽땅 사람들에게 제공하여 기름으로 거듭나거나 국 위에 얹혀 훌륭한 양념이 되리라. 내어줌으로 삶을 완성하는 것이다.  

 

친구가 있다는 건 소중한 일이다. 내가 먼저 친구가 되어주는 것도 중요한 일 일터. 스스로 친구가 되어주지 못하면서 친구가 없다고 넋두리를 하는 건 어리석은 일.

 

조준상 사장 아들 결혼식. 큰아들 Stan은 아직 결혼엔 생각이 없어 보이고 둘째 아들 리처드가 먼저 결혼을 했다. 새신랑 리처드가 아내를 위해 배려하는 모습이 보기에 좋다.

리처드가 년 전 큰빛교회에 새 신자 모임에 들어갔고 그 모임에서 아내 될 사람을 만난 모양이다. 부모님은 서로 다른 교회(가든, 영락)를 나가고 자녀들이 큰빛교회에서 만나 결혼하게 되었다축복받는 결혼식이다.

사랑하는 두 사람이 보기에 좋아 그랬는지 두 빰에 눈물이 흘렀다. 피아노 삼중주를 들으면서도 남다른 감회를 느꼈다. 첼로의 묵직한 멜로디가 눈물을 부추긴걸까? 나이 들어 간다는 방증일까?

머지않아 딸들도 결혼하게 될 것이다. 제발 울지 말아야 할 터인데.

신영복 씨가 쓴 어제와 오늘 사이를 올린다.

 

<어제와 오늘 사이>

어제가 불행한 사람은 십중팔구 오늘도 불행하고

오늘이 불행한 사람은 십중팔구 내일도 불행합니다.

어제 저녁에 덮고 잔 이불 속에서 오늘 아침을 맞이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어제와 오늘 사이에는 ''이 있습니다.

이 밤의 역사는 불행의 연쇄를 끊을 수 있는 유일한 가능성입니다.

밤의 한복판에 서 있는 당신은 잠들지 말아야 합니다.

새벽을 위해서 꼿꼿이 서서 밤을 이겨야 합니다.

2013-09-28